로그인 해주세요 to post to this user's Wall.

  • 그후(세계문학전집 87) 작가 나쓰메 소세키 출판 민음사 책토끼 님의 별점
    3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마음'을 읽고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글을 좋아하게 되어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은 작품이다. 그러나 전작을 너무 임팩트있게 읽어서일까.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마음'에서 볼 수 있었던 위트와 유머러스함이 사라지고 등장인물들의 잔잔한 내면 묘사가 빈자리를 채운다. 별다른 서사없이 차분히 흘러가는 서술은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 소설 특유의 은은한 분위기와 서정성 때문에 마치 떫지만 향이 좋은 차를 한 잔 마시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다이스케는 지식인 계층으로, 돈을 벌지 않고 부모님의 유산으로 책과 그림을 즐기며 부르주아적 삶을 영위한다. 주인공의 세련된 취향과 노동 없는 삶에서 오는 공허함이 맞물려 절제된 문장으로 드러난다. 소세키 소설의 서정성의 최고봉이 드러난 소설이라고 한다.
    다이스케는 독신으로 살아가지만 친구의 아내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인륜을 아는 사람이기에 친구의 아내 미치요에 대한 감정을 애틋하고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이 책은 인간은 결국 관습과 자연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간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다이스케는 커져버린 마음을 들킨 후 ‘법적으로 배우자를 소유하더라도 그 마음까지는 소유할 수 없다’는 다소 뻔뻔한 주장을 한다. 처음에는 불륜을 미화하는 것 같아서 썩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이내 감정을 제도화할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정을 이루고, 그에 대한 도의적,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 결혼한다. 그러나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때때로 우리의 의지를 거스르는 일이다. 사랑은 어떤 소설에 나오는 표현처럼 '성냥개비에 불이 붙는 것 같은'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본능이나 감정 등 자연의 습성들을 이성과 관습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겠지만, 항상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감정은 그 자체로는 잘못되었다고 하기 힘든 것 같다.
    더보기
  • 부지런한 사랑 작가 이슬아 출판 문학동네 책토끼 님의 별점
    3.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의 작가는 글쓰기 교사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이 책에는 작가가 아이들의 글을 읽고 어떻게 그들의 생각을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어떻게 정성들여 피드백 하는지가 자세히 나와있다.

    나 역시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쓰기의 중요성을 아는 예비 교사로서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참 많았다. 나는 글은 그 사람의 영혼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글들은 더욱 그렇다. 어떤 사람의 글을 읽는 다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기도 하다. 조심스럽고, 귀중한 일이다. 아이들의 글을 기억하고 남기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고 그들의 글과 그들의 존재에 순수하게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보기
  • 어린이라는 세계 작가 김소영 출판 사계절 책토끼 님의 별점
    4.5
    보고 싶어요
    (4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5명)
    독서 모임을 통해 읽은 책이다. 평생 어린이와 함께 해야 할 예비 초등교사인 우리 대학 학생들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이를 하나의 우주, 세계로 본다. 그렇기에 어린이를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존재, 미성숙한 존재가 아닌 완전한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마음 가짐은 그동안 내가 어린이를 무의식중에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했다. 어린이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모두 그 시절을 거쳐 왔지만, 어른이 됨과 동시에 잊어버리고, 그들을 '우리와 다른 존재'로 취급해버리게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린이의 생각, 어린이의 언어, 어린이의 사고에 자세히 귀기울이려 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을 읽고 동기들과 함께 '노키즈존'의 찬성 여부에 대해서 토론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원래 노키즈존 찬성파였다. 그러나 동기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노키즈존 역시 한 행동의 특성을 집단의 특성으로 매도해버린다는 점에서 차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예비 초등교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꼭 읽고 어린이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더보기
    좋아요
    댓글 1
    • 가끔 아이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대답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를 생각하면 아이들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단순히 나이가 어리고, 미성숙하다고 해서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더보기
  • 아무튼, 피아노(일반판) 작가 김겨울 출판 제철소 책토끼 님의 별점
    3.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내가 좋아하는 북튜버 김겨울님이 쓴 아무튼 시리즈이다. 저자는 피아노를 취미로 하고 있다. 이 책에는 피아노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 역시 피아노 감상과 연주에 한동안 깊게 빠져 있었던 사람으로서, 저자의 오랜 '덕질'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읽었던 것 같다.

    나한테 피아노는 오랜 "짝사랑"이다. 원하는 곡을 연주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나 들인 노력에 비해 실력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아 늘 좌절감 을 느끼곤 했었다. 너무 좋아하면 아픈 것처럼, 나한테는 피아노라는 취미가 그랬다. 계속해서 유지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큰 취미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피아노가 내게 가져다 준 시간들은 그 어떤 것과도 비견할수 없을 만큼 경이로웠던 적이 많았다. 취미를 통해서 이러한 벅차오름,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 실력과 욕심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결국 취미생으로서 연주를 통해 기쁨을 느끼는 것에 의의를 두고 만족하기로 했다.

    저자 역시 취미로서의 피아노, 취미생의 한계와 고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피아노에 대한 매력 등을 고백하는 마음으로 털어놓는다. 어떤 영화에 나온 대사처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린다. 자신이 한때 잊어버렸던 것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매력적이다. 피아노에 대한 저자의 넘치는 열정이 가득 묻어나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 피아노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할만한 책이다.
    더보기
    좋아요
    댓글 1
    • 저도 요즘 피아노에 빠져서 연습을 계속하고 있는데, 실력이 눈에 보일만큼 성장하지 않아서 많이 열정이 식은 느낌입니다. 다른 분께서 연주하신 피아노 곡을 듣고 소름이 돋았던 경험으로 피아노를 시작했었는데 오늘 다시 한 번 들어보면서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추천해주신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보기
  •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 출판 민음사 책토끼 님의 별점
    3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초콜릿 하면 흔히 달콤한 맛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사실 초콜릿의 주원료는 카카오다. 초콜릿은 달기만 한 사탕이나 캐러멜과 다르게 씁쓸한 맛이 난다.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씁쓸함은 초콜릿이 주는 매력일 것이다. 이러한 초콜릿의 맛은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는 우리의 인생과도 같다.

    이 책의 주인공 티타의 인생은 ‘쓴 맛’과 가깝다. 막내딸은 평생 결혼하지 않고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집안의 전통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 페드로과 이어지지 못한다. 페드로는 티타의 곁에 영원히 남기 위해서 티타의 언니 로사우라와 결혼을 한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티타는 자신의 슬픔, 체념, 분노, 욕망, 사랑을 요리를 통해 표현하며 씁쓸함 속의 달콤함을 찾아낸다.

    이 책은 관습에 억압되고 속박된 여성의 성, 사랑, 자유 등을 음식을 통해 나타낸다. 음식과 사랑은 닮은 면이 많다.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며, 우리의 감각과 감정을 충만하게 만든다. 우리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들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 아몬드와 참깨를 넣은 칠면조 몰레, 크림 튀김 등 듣기만 해도 군침이 고이는 멕시코 음식들이 등장한다. 마치 요리책과 같은 구성이다. 이러한 음식의 레시피와 요리 과정들이 티타의 이야기와 어울려 절묘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랑과 열정, 관능의 달콤함과 현실과 운명의 씁쓸함이 어우러져 꼭 훌륭한 음식을 먹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더보기
  • 대도시의 사랑법 작가 박상영 출판 창비 책토끼 님의 별점
    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오랜만에 굉장히 매력적인 작가를 찾은 느낌이다. 박상영 작가의 글에는 내가 좋아하는 ‘피식거림’이 있다. 글을 읽다 보면 한 페이지에 한 두번 꼴로 빵 터져버리고 만다. 이러한 재기발랄한 유머와 흡입력있는 문체로 한 자리에서 금방 다 읽어버린 책이다. 부커상 인터내셔널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해외에도 많이 번역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외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쿨함’이 글 전반에서 묻어나온다.
    이 책은 성소수자 남성이 등장하는 연작 소설이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시시때때로 농담을 하고, 술을 마시고 나면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아무 남자와 키스하는 술버릇을 가진, 한심한 듯 미워할 수 없는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 그간 퀴어를 다룬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성소수자에 대한 이미지와는 굉장히 다르다. 처음에는 이렇게 가볍게 묘사해도 되나..? 하다가도 내가 ‘성소수자’하면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또 다시 나의 편견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개성을 가진 인간인데 말이다. 실제로 작품을 읽고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소설 속 주인공을 실제로 내 옆에서 볼 법한 전인격적 인물로 전달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 역시 딱히 남자와 남자의 사랑, 성소수자의 사랑이라는 렌즈 안에서 읽히지 않았다. 그냥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너무나 사랑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감정들이 생겨나는지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로 읽혔다. 그 사람의 말투, 사소한 행동, 얼굴 생김새 하나하나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귀엽게 보인다거나, 그 사람을 속속들이 통째로 알고 싶어진다거나, 그동안 몰랐던 그 사람의 세계 속에 진입하고 싶어지는 것 등 말이다.

    제목 그대로 대도시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헤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안고 무한한 애틋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의 구절 하나하나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더보기
    좋아요
    댓글 1
    • 성소수자라고 하면 조금 거부감이 드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두 명이 사랑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서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해지네요ㅎㅎ
  • 마담 보바리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출판 문학동네 책토끼 님의 별점
    4.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마담 보바리는 프랑스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플로베르의 대표작이다. 불륜, 치정, 막장 등 자극적인 수식어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크게 에마라는 허영심 많고 어리석은 여인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꿈 많고 감상적 기질을 가지고 자란 시골 처녀 엠마는 성실하고성격의 의사 샤를과 결혼한다. 그러나 지루하고 세련되지 못한 취향의 남편에게 곧 실망감을 느끼며 현실 너머의 환상 (파리에서의 화려한 생활을 동경하는 마음, 다른 남자와의 밀회, 사치 등)만 좇게 된다. 이러한 엠마의 욕망은 결국 그녀를 파국에 이르게 하고 만다.

    나는 엠마를 무조건 비난하지는 못하겠다. 엠마가 샤를의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은 샤를과 성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엠마는 섬세하고 감정에 예민하고 몽상적인 반면 샤를은 다정하고 근면성실했지만 무뎠다. 엠마는 샤를과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남편과 감정을 진정으로 교류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엠마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현실에 불만족할 수 있다. 어떻게 대응하냐가 중요한 것이다. 엠마의 패착은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고 올바른 방법으로 감당하려 하지 않고, 자꾸 감상적 기질을 발휘에 감정에 도취되고자 한데에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먼저, 허황된 욕망에 빠져서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책과 영화 속이 아닌, 조금 지루하고 멋지지 않더라도 현실 속에서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독립적 인간으로 살 것. 스스로를 책임지지 않고 남에게 기재려고 하는 습성이 에마를 파멸로 이끌었다. 나 역시 무의식 중에 나의 부족함이나 욕망을 다른 사람을 통해 채우려고 하지 않았는가 반성하게 되었다.


    더보기
    좋아요
    댓글 1
    • 말씀하신 바에 동의합니다. 저는 아직 엠마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책을 안읽어봐서 잘 모르지만, 허황된 욕망을 쫒다보면 결국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파멸로 이끌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키워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내가 흔들리지 않고 정직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한 번 읽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더보기
  •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 작가 박찬국 출판 21세기북스 책토끼 님의 별점
    4.5
    보고 싶어요
    (1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한동안 에리히 프롬의 저서를 읽고 사랑과 주체성, 창조적 활동의 중요성을 말하는 그의 이론을 좋아하게 되었다. 프롬의 이론은 너무 추상적이거나 뜬구름잡는 이야기가 아닌, 나의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 책은 박찬국 교수가 에리히 프롬의 세 저서(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다시 요약, 해석해 풀어 쓴 책이다. 마침 일상에서 불안감을 종종 느끼던 때여서인지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1차 저작을 통해 읽은 프롬의 사상을 좀 더 생생한 비유와 친절한 설명으로 한 번 더 정리해볼 수 있었다.
    프롬이 정의하는 인간의 무력감과 불안감은 우리의 실존적 욕망이 채워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실존적 욕망은 쉽게 말해서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이다. 프롬은 인간이 인간답게 잘 살기 위해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단절에서 벗어나 타인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을 것. 이때 프롬 사상의 중요 키워드인 '사랑'이 나온다. 프롬은 인간 문제의 모든 해답을 '사랑'에서 찾았다. 프롬이 말하는 사랑은 생명의 성장에 대한 관심과 배려이다. 둘째, 능동적 삶을 통해 자아를 실현할 것. 수동성은 우리를 외부의 권위에 종속되게 하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불안감을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통해 극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또한 프롬의 사상이 궁금하다면 입문서로서도 좋을 듯하다.
    더보기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의)(양장본 HardCover) 작가 빅터 프랭클 출판 청아출판사 책토끼 님의 별점
    4.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2명)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이 나치 치하의 유대인 수용소 생활을 수기로 작성한 책이다. 프랭클은 이 책에서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에 대해 탐구한다. 그 결과 ‘각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결론내린다. 어떠한 악조건과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삶에 대한 태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용소 안에서 매일 머리를 단정히 손질하고, 깨끗이 몸을 단장한 수감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은 것이다. 프랭클은 수용소 안에서 발견한 이러한 삶의 원리를 이후 자신의 정신분석학에서 '로고 테라피'라는 방식으로 환자들에게 적용한다. 홀로코스트에서 시작해서 긍정심리학으로 끝난다. 어떻게 잘 살아야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는 명저이다.
    더보기
    좋아요
    댓글 2
    • 1부를 읽다가 기말 시험 준비로 바빠져서 자연스레 손에서 떼게 된 책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읽어봐야겠네요ㅎㅎ
    • 인간의 존엄성이 각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결국 우리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ㅎㅎ
  • 사랑만이 남는다 작가 나태주 출판 마음서재 책토끼 님의 별점
    3.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어 친구들과 함께 읽은 시집이었다. 평소 시집을 즐겨 읽지 않기도 하고, 나태주 시인은 ‘풀꽃’말고는 인상깊게 읽거나 잘 아는 시가 없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다. 이 시집은 1부, 2부, 3부로 나눠져 있는데 각각 애인, 아내, 딸에게 바치는 시를 주제로 하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잘 읽힌다. 시어는 쉽고 평이하며, 표현도 크게 까다롭지 않다. 다루는 주제도 일관되게 ‘사랑’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장이라도 시구를 찍어 보내고 싶을만큼, 곱고 예쁜 말들로 가득한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끝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를 하나 적고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봄의 사람


    내 인생의 봄은 갔어도
    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한 봄의 사람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
    연초록빛 야들야들한 새싹

    너를 떠올리면
    마음속에 꽃이 피어나
    분홍빛 몽골몽골한 꽃송이


    네가 사는 세상이 좋아
    너를 생각하는 내가 좋아
    내가 숨쉬는 네가 좋아
    더보기
  • 책토끼 님이 교육 도서 읽기 그룹에 가입하셨습니다. 2021.09.11

    모두에게
  • 교사의 시선 작가 김태현 출판 교육과실천 책토끼 님의 별점
    3.5
    보고 싶어요
    (1명)
    보고 있어요
    (2명)
    다 봤어요
    (-1명)
    교사는 어떤 사람이여야할까? 책을 읽으면서 교사는 아이들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고 느꼈다. 학생들이 어떤 대상에 대해 자기만의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 그 실마리가 불러온 생각들이 모이면 학생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되고 가치관이 되며 인격이 된다. 때로는 인생에 있어 중요한 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교사는 학생들에게 말, 행동, 수업을 통해서 질문을 던지고, 영감을 불어 일으켜야 한다. 이 책은 이를 위한 저자의 노력들을 담고 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문학 수업이었다. 저자는 단순히 대면수업을 그대로 녹화강의로 옮기지 않았다. 비대면 수업만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고민한 결과 시를 주제로 한 라디오 방송 수업을 준비하게 된다. 교재 내에 qr코드가 있어 수업 녹화본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시가 빛나는 밤에’라는 제목의 라디오 방송은 4명의 교사들이 dj와 게스트로 등장한다. 시와 함께 관련된 고민을 보낸 학생들의 사연을 읽고 공감하며 자신의 이야기 또한 풀어놓는 방식이었다. 참신하고 재밌었다. 딱딱한 시 수업, 지루한 비대면 강의가 교사의 고민과 노력을 거치자 흥미로운 콘텐츠로 변신했다. 이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시를 읽고 단순히 감상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결부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번 더 생각해보지 않을까.
    어디선가 교사는 평생 내어주는 직업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누구보다 정서적으로 건강해야하는 직업이다. 아무리 에너지로 가득 찬 사람이라 해도 계속해서 내어주다보면 고갈되고 만다. 그럴 때일수록 어떻게 채울지가 중요하다. 저자는 이를 위해서 자신만의 감성과 영감을 충전할 수 있는 습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좋은 교사가 되기 전에 먼저 좋은 삶을 사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책에서 내내 강조하는 부분이자 내 삶의 모토이기도 한 ‘존재로서의 삶’을 사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고 학생들에게 이를 통해 얻은 삶의 생기를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보기
    좋아요
    댓글 1
    • 라디오 방송 수업이라니... 참신한 재구성 사례를 들을 때면 괜히 기분 좋은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쓰신 책들을 읽은지가 꽤 되었는데 수업 구성하는데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존재로서의 삶을 사는 사람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네요! 실존주의적 삶의 태도를 말하는 것일까요?ㅎㅎ 삶의 모토를 명확히 갖고 있는 것, 멋지네요.
      더보기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책토끼 님의 별점
    4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엄마가 20대때부터 갖고 있던 이 책은 오래전부터 빛바랜 채 우리집 책장에 꽂혀있었다. 호기심에 책장을 뒤적거리던 어린 시절, 책의 근사한 제목은 단번에 내 눈길을 끌었다. 중학생 때 용기를 내어 읽어보려다가 쉽지않은 문장들에 당황해서 몇 장을 읽고 덮었다. 수년이 흐르고 대학에 들어와서 다시 읽게된 '참.존.가'는 여전히 난해했으며 뒤죽박죽인 시간 구성 때문에 종종 갈피를 못 잡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모든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읽어볼 가치가 있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쏟아지는 작가의 사변 속에서 사랑, 성, 신념, 혁명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마음껏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책에서 인생의 중요한 두 축인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해서 집요한 통찰을 보여준다. 체코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토마스, 테레사, 사비나, 프란츠라는 남녀 주인공들의 삶의 행적을 그리는데, 그들은 모두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속성 사이에서 선택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작가가 인물을 만들고 이야기에 풀어놓는 방식이 인상깊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확고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작가는 치밀한 묘사를 통해 그들을 낱낱이 해부해 보여준다. 인물들이 하는 사소한 행동부터 중요한 선택까지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성장배경, 신념, 성격 등 모든 근거를 동원해 설명하는 것이다. (정말 tmi의 파티다..) 흔히 너무 설명적이면 상상의 여지가 없어 지루할수가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인물의 내면세계에 끝까지 파고들어 그 사람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부도덕한 행동을 일삼는 주인공 토마스조차도 (그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테레사와 결혼한 이후에도 다른 여자들과 밀회를 이어나간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논리적인 설명에 이끌려 반쯤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한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까지 한 선택들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한 선택들은 무거움과 가벼움 중 어떤 것을 따른 결과였을지 궁금해진다. 나는 무거움 쪽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도 무거움을 대표하는 인물인 테레사에 많이 이입했던 것 같다. 그러나 무거운 것이 흔히 그렇듯, 테레사는 자신의 감정의 무게에 짓눌려 점점 추락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고, 토마스라는 굴레로부터 그녀를 놓아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는 테레사의 진지함이 좋았다. 모든 아픔을 스스로 짊어질지언정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책임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랑에 있어서는 자유롭고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는 가벼움보다는 무거움이 더 걸맞다고 생각했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것 같은 책이다. 리뷰에는 애정관계를 중점으로 서술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할 정도로 방대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지탱하는 세계와 관계맺고 있는 존재들의 무게가 궁금할 때,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고민이 들 때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더보기
    좋아요 1
    댓글 2
    • 1 person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 4인의 인물을 그들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서술 방식도 인상적이었고 그들이 가진 자의식도 남달라 읽는 내내 충격적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저도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를 것 같아,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4인 중 나는 누구와 가장 가까울까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존재의 무게. 말씀 감사합니다 : )
      더보기
    • 밀란 쿤데라 작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작품을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책토끼님의 리뷰를 읽으니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모든 사람의 선택과 행동이 이해 받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의 이유를 설명해주었다는 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인간의 복잡성과 입체성을 잘 드러낸 책인 것 같네요. 또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의 선택이라니,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서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더보기
  • 자기 앞의 생(문학동네 세계문학)(양장본 HardCover) 작가 로맹 가리 출판 문학동네 책토끼 님의 별점
    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자기앞의 생’은 이미 유명작가 반열에 올라있던 로맹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출간한 소설이다. 이 책은 작가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콩쿠르상을 수상해 전세계에 ‘과연 에밀 아자르는 누구인가’하는 파문을 일으켰다. 이로써 로맹가리는 두 개의 이름으로 각각 콩쿠르상을 수상한 전무후무한 작가가 되었다. (말하자면 정체숨기기에 성공한 마미손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어릴적 부모에게 버림받은 열 살 꼬마 모모이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유태인 로자 아줌마의 보육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둘은 티격태격 늘 서로를 못잡아먹어 안달이지만 험난한 세상에서 서로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늙고 병든 로자 아줌마의 삶이 점점 꺼져가는 것을 어린 모모는 느낀다.

    읽는 내내 가슴이 저릿해져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상처로 다져져 다소 위악적으로 변해버린 세상의 많은 ‘모모’들을 꼭 껴안아주고 싶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외계층’이라는 하나의 부류로 그들을 뭉뚱그려 멸시하거나 동정의 존재로만 바라보는 어른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원치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생(生)은 주어진다. 이 생을 어떻게 완성시킬 것인지는 자기만의 몫이다. 이 책이 나에게 주는 교훈은 우리는 자기 앞의 생을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던지는 “사람이 사랑없이도 살 수 있나요?” 라는 물음은 작가가 던지는 물음이자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결국 우리 생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돈도, 지위도, 명예도 아닌 내 옆의 사람과 나누는 사랑인 것이다.

    죽어가는 로자 아주머니와 이를 지켜보는 모모를 묘사한 책의 후반부는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폭발적으로 하나의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바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느끼는 무한한 사랑’이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보육 관계였지만 둘의 유대는 그 어떤 가족보다 강하고 단단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어떻게,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는지, 그 모습이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지 알 수 있는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순도 100퍼센트 진짜 감정을 책을 통해 느꼈다. 따뜻한 경험이었다.
    더보기
    좋아요
    댓글 2
    • 순도 100의 감정. 공감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책 읽으면서 펑펑 울었었던 책이에요. 누구에게나 원하지 않아도 생은 주어지니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그 생을 자신의 의지로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 ) 감사해요
      더보기
    • 순도 100 퍼센트의 감정이라니, 리뷰와 댓글을 보며 꼭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라는 질문만으로도 마음이 콕콕 아려오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가장 크고 소중한 가치로 삶을 채워갈 수 있기를. 교직에 서게 되면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또 그 아이들 중에는 많은 ‘모모’들을 만나게 될텐데 그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더보기
  • 보건교사 안은영(오늘의 젊은 작가 9)(양장본 HardCover) 작가 정세랑 출판 민음사 책토끼 님의 별점
    4.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1명)
    올해는 유독 국내 문학에 손이 가지 않은 해였다. 요즘의 한국 소설들은 등장인물들의 상처나 외로움이 비치는 잔잔한 일상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들을 읽을 때마다 동시대적 우울감을 느끼며 ‘그래, 생활이란 이렇게 지리멸렬한 것이지’하고 공감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책으로마저 가라앉은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산뜻한 에너지로 빛나는 엉뚱발랄한 이 소설이 반가웠다. 원래 책을 빨리 읽는 편이 아닌데 250페이지 가량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오로지 쾌감을 위해서 썼다”라는 작가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일단 엄청나게 재밌다. 독서를 통해 ‘재미’라는 요소를 충족시키고 싶다면 어서 이 책을 구하시길. 어떤 서사와 캐릭터를 기대하든지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책은 M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보건교사 안은영이 겪는 여러 사건들을 10개의 단편 소설로 담고 있다. 사립 M고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하는 안은영은 소탈한 성격 덕에 ‘아는 형’이라고 불리는 평범한 30대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에너지의 응집체(젤리)들을 본다. 단지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핸드백 안에는 언제나 무지개색 장난감칼과 비비탄 총알이 준비되어 있다. 학교 복도에 가득한 사악한 젤리들을 물리치고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그녀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학교에서 교사 업무하랴, 퇴마 의식 하랴, 그녀는 늘 만신창이이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고 어떠한 보상이나 알아주는 이도 없이 악한 존재들과 맞서 싸운다. 이 과정에서 그녀가 영화 속 히어로들처럼 대단한 사명감에 불타거나 숭고하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나 투덜거리면서 욕을 하기도, 가끔씩 실수를 저지르고 만회하느라 허둥지둥하기도 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들이 모여 안은영이라는 독특한 시민 히어로 캐릭터를 형성한다.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 안은영이 한심하기도 했다가, 응원하고 싶어지고, 나중에는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안은영처럼 순수한 선의에서 나온 친절을 베풀며 묵묵히 자기일을 하고 있는 일원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무너지지않고 존속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곁에는 생각보다 많은 '안은영'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소소하면서 귀여운 상상력에 감탄했다. 예를 들어 퇴마를 끝낸 안은영이 기운을 충전하기 위해 밸런타인데이에 주고받는 선물이나 사랑의 자물쇠에 손을 갖다댄다거나, “재수 옴 붙었네” 할 때의 옴이 실제로 존재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프로그래밍된 옴잡이가 세기를 넘어 태어난다던가 하는 착상들이다. 정세랑 작가의 톡톡 튀는 문체도 읽는 내내 깔깔거리며 웃었을 정도로 즐거운 체험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정세랑 작가를 알게된것은 정말 행운이다. 얼른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진다.
    더보기
    좋아요 3
    댓글 7
    • 3 people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 저도 금새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 다 읽고 나서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라고 혼잣말이 튀어나왔네요ㅎㅎㅎ 작가님 특유의 유쾌함이 극대화되고, \'정세랑 월드\'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걸 떠나서 읽다보면 즐거워하고 행복해지는 소설이라서 요즘 같이 크게 즐거울 일이 없는 때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전 종강하면 침대에서 귤 까먹으면서 다시 읽으려구요ㅎㅎㅎ 부디 다른 작품들도 즐겁게 읽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더보기
    • 드라마로 방영 중이라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톡톡 튀는 문체도 궁금하고 안은영이라는 책의 주인공이 알고 싶어집니다. 드라마로 먼저 보고 책을 읽던, 책을 보고 드라마르 보던 두 가지 모두 보고 싶어지네요~
      더보기
    • 저도 드라마로 방영중이어서 하루만에 재밌게 다 보았는데 책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드라마처럼 안은영을 통통 튀는 캐릭터로 잘 표현했는지 궁금하고 시즌 1만 나온 드라마 뒷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보고 싶네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보기
    • 리뷰를 읽으면서 젤리, 무지개색 장난감칼 등등 너무 귀여운 단어가 많이 등장해서, 더더욱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ㅎㅎ tv에 드라마가 방영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 본 적은 없어요. 책이나 드라마 중 하나는 꼭 봐야겠어요 ㅎㅎ 리뷰 잘 읽었어요`
      더보기
    • 저도 이 작품을 드라마로 먼저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책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그 책의 작가님이 정세랑 작가님인 걸 알게되고 \"역시 정세랑 작가님이야!\" 하고 크게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정말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작품인 것 같아요🙂
      더보기
    • 저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읽었던 책입니다 다시 읽어서 기억을 되살려야겠어요 ^^ 드라마로도 나온 건 몰랐는데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네요. 한번 챙겨봐야겠습니다 서평 감사합니다^^
    • 제목을 읽고 바로 \"보건 보건 보건교사~\" 노래(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ost)가 떠올랐습니다.ㅎㅎ 저는 넷플릭스로 봤는데 소재도 신선하고 내용도 유쾨해서 재미있게 봤는데 소설이 원작이었다니!! 책으로도 꼭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책으로는 어떻게 스토리가 이어져 있을지 궁금하네요! 좋은 책 리뷰 감사합니다!
      더보기
  • 생의 한가운데(문예세계문학선 5) 작가 루이제 린저 출판 문예출판사 책토끼 님의 별점
    3.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소설의 매력 중 하나는 주변에 있을법한, 혹은 보기 어려운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여러 인간군상에 대해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 모두에게 공감이 가지는 않고, 오히려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이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통해서 여러 가지 상황들을 대리체험하고 사유해 볼 수있다. 이는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발견하는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생의 한가운데’는 등장인물의 개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소설이다. 특별한 줄거리라기보다는 주인공 ‘니나 부슈만’의 삶을 그려내는 방식을 취한다. 작가가 탄생시킨 ‘니나 부슈만’이라는 인물은 문학계에서 기념비적인 인물을 몇명 뽑으라면 항상 손에 꼽힐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녀의 생에 대한 사랑과 집념은 평온하고 치열하지 않은 일상에 권태를 느끼고 있던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이 책은 독일 전후를 배경으로 재능있는 작가이자 매혹적 생기로 가득한 ‘니나 부슈만’과 그런 그녀를 10년이 넘도록 지켜보며 사랑하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슈타인 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니나는 지금까지 읽은 어떤 소설의 주인공보다 강한 자의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생’에 대해서 탐구한다. 전후 시대의 여성작가로서 굴곡진 삶을 살아내는 그녀에게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거부하고 자신에게 닥치는 운명을 온몸으로 받아내기로 작정한다. 그것이 그녀가 생을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슈타인 박사는 그러한 니나를 알아보고 어쩌면 니나 자신보다 더 그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유일하게 니나와 영혼적 교감을 나눈다. 그러나 니나는 슈타인 박사의 곁에 머물기에는 너무나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따라서 슈타인은 니나의 인생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필요할 때에 도움을 주는 사람 정도에 그치고 만다.

    읽는 내내 슈타인 박사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솔직히 짜증스러웠다. 니나의 영혼을 사랑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결국 여느 사람과 다를 것 없이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슈타인 역시 니나는 그와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머리와 마음의 판단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는 니나를 포기하면서도 그녀에 대한 질투와 소유욕으로 망가져간다. 이러한 슈타인 박사를 보면서 인간적인 감정이 이토록 추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책은 평범하고 안락하게 주부로서 생활 하고 있는 니나의 언니가 슈타인과 니나가 주고받은 편지와 일기장을 읽으면서 느끼는 소회를 서술하는 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관찰의 방향은 크게 니나의 언니 -> 슈타인 ->니나 , 니나의 언니->니나 이다. 그렇다면 슈타인이 니나를 관찰하는 부분만 다뤄도 될텐데 작가는 왜 전혀 연관이 없는 니나의 언니를 등장시켰을까? 나는 작품의 후반부에 가서야 이러한 서술 방식이 작가의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언니가 자신의 삶과 니나의 삶을 비교하며, 평범한 자신의 인생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여기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그러나 책의 끝부분에 가서 언니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삶의 몫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니나의 파란만장한 삶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진실된 태도로 임하며 살아간다면 재능이나 운명의 여부와 상관없이 ‘생의 한가운데서’ 살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삶이 무의마하게 느껴질때, 자신의 삶에 어떠한 각성이 필요할 때 읽기 좋은 소설이다.
    더보기
    좋아요 1
    댓글 1
    • 1 person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 소설을 통해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인간 군상을 탐구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해요! 그게 바로 소설일 읽는 묘미이지요ㅎㅎ 이 책에 개성이 강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편지와 일기장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또한 주인공 니나와 슈타인 박사의 관계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네요. 꼭 이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더보기
  •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작가 우치다 타츠루 출판 갈라파고스 책토끼 님의 별점
    3.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이 책은 구조주의 철학을 학자 별로 나눠 쉽게 설명하는 입문서이다. 평소 좋아하는 북튜버 ‘겨울서점’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나는 구조주의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데다가 난해하기로 유명한 사조라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제목에 걸맞게 알기 쉬운 비유와 구어체 설명 덕에 마치 재밌는 교양 강의를 듣는 것처럼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구조주의는 인간을 구조 안에서 바라보는 사상이다. 구조주의는 우리가 늘 어떤 시대, 어떤 지역, 어떤 사회집단에 속해 있으며 그 조건이 우리의 견해나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을 기본적으로 결정한다고 본다. 따라서 개인의 정체성은 존재가 아닌 집단 안에서의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언어이다. 우리는 사회적 소통 수단인 언어를 통해 우리의 의식 체계를 형성한다. 이 책에는 언어에 대한 여러 이론들이 많이 나오는데, 예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용이라 흥미로웠다.

    그 중 한가지를 소개하자면 ‘바르트’라는 학자가 주장한 ‘에크리튀르’ 개념이다. ‘에크리튀르’는 집단적으로 선택되고 실천되는 ‘선호’로서의 언어이다. 교사는 교사의 ‘에크리튀르’로 말하고, 깡패는 깡패의 ‘에크리튀르’로 말한다. 우리는 어떤 어법을 선택한 순간 그 어법이 강요하는 형태로 말하고 생각하게 된다. 책에 나오는 예시로 어떤 중학교 소년이 1인칭 주어로 ‘제가’라는 말을 쓰다가 어느날 ‘내가’로 바꾸게 된다. 사소해보이지만 이러한 변화는 그의 언어 사용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어휘, 억양, 사고, 습관 등 모든 영역에서 그는 ‘내가’라는 주어 사용에 상응하는 압력을 느끼게 된다. (그는 더 이상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잠옷을 입고 잘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 사용은 모르는 새에 우리의 삶을 통제한다.

    책을 읽고 나면 우리의 문화, 언어, 당연시했던 사고의 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과연 내가 지금 하는 말과 행동은 ‘온전한 내 것’인가? 아니면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내게 주입한 결과물인가?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는 독창성은 성립 가능한 개념인가? 구조주의에 따르면 모든 정신활동은 사회집단이 규정한 범위 밖에서 일어나기 어렵다. 우리는 생각만큼 자유롭거나 주체적인 존재가 아닌 것이다. 왠지 좀 무력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 우리는 우리가 속한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개구리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위안을 얻기도 했다. 구조주의가 강조하는 것은 ‘관계’다. 우리는 타인과 많은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인간의 소질이 개발되고 문명과 역사가 발전할 수 있었다. 나도 구조 속의 일원으로서, 세상의 흐름에 일조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우리 주변의 세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철학의 매력인 것 같다. 더불어 우리 의식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쪼개고 쪼개서 원인을 규명하는 철학자들의 엄밀함은 내게 늘 경탄을 불어 일으킨다. 구조주의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언급된 학자들의 사상에 대해서 다룬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더보기
    좋아요 1
    댓글 2
    • 1 person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 철학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금 새롭게 마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탄스럽고 놀라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지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걸 파고든다는 특징 때문에 사실 조금 머리아프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도 \'철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주춤하게 되더라구요ㅎㅎ 그런데 소개해주신 \'에크리튀르\'라는 개념은 굉장히 흥미로워요! 또한 책을 통해서 확장해나가는 책토끼님의 사고에 공감이 되네요. 사회 속에서 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우리도 큰 흐름의 일부가 되어가는 거겠죠.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더보기
    • 철학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당연하게만 여겼던 말이나 행동, 주위의 모습을 낯설게 만들고 다시 생각하게끔 만드는 철학자의 언변에 감탄하게 돼요. 그런 면 때문에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삶에 가장 가까운 분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에크리튀르 개념에 따르면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가 조금씩 나를 변화하도록 만드니, 생소하다고 멀리했던 분야의 언어를 접하고 싶어졌어요. 덕분에 새로운 무언가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네요. 서평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사랑의 기술(4판) 작가 에리히 프롬 출판 문예출판사 책토끼 님의 별점
    4.5
    보고 싶어요
    (2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강렬한 감정만은 아니다. 이것은 결단이고 판단이고 약속이다.”

    -현대 고전으로 자리잡은 ‘사랑’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담은 책-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를 듣다보면 ‘사랑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사랑은 무엇일까? 설레는 감정? 편하고 좋은 감정? 모든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가치? 물론 나도 잘 모르지만. 이제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대답이 생겼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어봐!”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냐 할수도 있지만 이 시대의 가장 설득력있는 사랑의 정의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나는 에리히 프롬을 정말 좋아한다. 그의 책들은 한결같이 삶에 대한 능동성과 사랑, 창조적 과업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나도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는다. 평생 내 삶의 행동강령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학자이다.

    우리는 '사랑'하면 보통 열정, 강한 끌림, 헌신, 희생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프롬은 이를 '감상적 사랑' 또는 '수동적 사랑'이라며 비판한다. 프롬에 따르면 성숙한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프롬은 인간이 '분리 상태'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갖고 있다고 보았다. 태아는 엄마의 몸에서 분리되면서부터 고립감을 느낀다. 이러한 상태는 평생에 걸쳐 다른 누군가와 합일을 이루려는 시도로 나타내게 된다. 타인과 합일을 이루기 위한 가장 보편적 시도가 사랑이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고립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서로의 생명력을 고양시키고 진정으로 실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합일은 개성을 유지한 독립적인 두 주체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정복하려고 하는 경우, 우상화하는등 황홀경에 빠져있는 경우, 지나치게 희생하는 경우 등은 합일을 방해하고 더 심한 고립감에 이르게 할 뿐이다. 따라서 사랑의 성공적인 달성은 매우 어렵다. 예전에 유행했던 노래 중 “사랑을 노력한다는게 말이 되니.”라는 가사가 있다. 프롬의 관점에서는 완전히 말이 된다. 사랑에는 엄청난 노력이 수반된다.

    이 책은 나의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선 사랑은 감정이라기보다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능력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대상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에서든 사랑을 실천한다. 나 역시 이 책에 나오는 성숙한 인간상의 모습을 따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대상의 성장과 생명력 고양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상처를 감수하고 진심을 다해야한다. (진심이 아닌 감정은 허위와 기만에 불과하다) 그럼으로써 인간 본위의 고독을 극복하고 타인과 진정으로 공존할 수 있다. 사랑의 의미에 목마른 현대인들이 모두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더보기
    좋아요 2
    댓글 3
    • 2 people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 \'사랑의 기술\'은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워서 익숙하게 느껴지네요. 학문적으로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읽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책토끼님의 서평을 읽으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대상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에서든 사랑을 실천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마찬가지로 제가 되고 싶은 인간상이기도 하구요 ㅎㅎ 책을 읽으며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더보기
    • 저도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끔 생각해보곤 하는데 이러한 관점은 새로워요. 특히 합일이라는 것이 개성을 유지한 독립적인 두 주체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공감이 가요.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 또는 정복, 그리고 서로를 바꾸려는 것 보단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인정하고 배려해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전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 글을 읽으니 사랑을 노력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는 것도 이해가 가요.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보기
    • 여태 사랑이 감정에 가까운 무언가라고 생각했기에 서평의 내용이 충격적이지만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연애고 사랑이고 모두 감정을 소모할 뿐이고, 서로가 원하는 역할대로 움직일 때 그 관계가 유지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보니 제가 생각한 사랑은 감상적 사랑이나 긍정적인 사랑의 형태가 아님이 분명하네요. 남들이 보는 모습이나 물질적인 형태로 사랑을 정의했기에 누군가를 사랑하고도 몰랐던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타인과의 관계가 허무하게 느껴지고 다가서지 못하는 것도 저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사랑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꼭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책의 서평 감사합니다.
      더보기
  • 마음(문예세계문학선 14) 작가 나쓰메 소세키 출판 문예출판사 책토끼 님의 별점
    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이 작품은 일본 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이다. 191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감각에 감탄하며 읽었다. ‘자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소세키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와 위트로 감정의 균형을 맞춘다. 또한 형식이 책의 분위기 조성에 큰 기여를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있는데 1부는 ‘나’가 미스터리한 인물인 선생님에게 매혹되어 그를 관찰하는 내용이다. 작가의 재치가 두드러지는 파트이나 은은한 긴장감이 깔린다. 2부에서는 ‘나’의 아버지의 병이 점점 악화되며 죽음이라는 주제를 암시한다. 소설의 하이라이트인 3부 ‘선생님의 유서’에서는 모든 복선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실상이 밝혀지는데 이 과정이 추리소설을 방불케할 정도로 긴장감이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는 남학생인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해변마을을 찾고 그곳에서 피서객인 한 연상의 남자를 만난다. ‘나’는 왠지 모르게 남자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끌려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니게 된다. ‘나’는 도쿄로 돌아가서도 선생님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 드나든다. 가까워질수록 선생님은 이상한 점 투성이다. 메이지 시대에 대학까지 나온 지식인임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펼치지 않은 채 ‘인간이 싫다’며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다. 한달에 한번씩 정체모를 묘에 혼자 참배를 하러 가기도 한다. ‘나’는 선생님의 과거를 궁금해 하지만 선생님은 절대 자기 이야기를 하는 법이 없다. 그러다 ‘나’는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어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아버지를 간호하며 시간을 보내던 ‘나’는 돌연 선생님으로부터 긴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는 “이 편지가 자네에게 도착할 즈음에는 나는 이미 세상에 없을 걸세. 죽어 있겠지.”라는 내용이 담긴 유서였다. 선생님은 자살한 것이다. 편지를 통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선생님의 과거가 밝혀진다.

    책을 읽고 나서 삶을 스스로 끝내기로 선택한 결단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어떤 자살은 당사자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자 용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평생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이러한 선생님에게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길은 죽음뿐이었다. 내 삶이 현재 모습에서 바뀔 가능성이 미미하고 계속 해서 생을 부지하는 것이 마무리하는 것보다 가치가 없다고 판단될 때, 그 누가 그 사람에게 계속 살아있으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람의 삶이 죽음보다 더 가치있을 수 있도록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일 뿐이다.
    따라서 자살을 받아들일 때 그 사람의 부재를 슬퍼하고,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고인의 삶에 애도를 표하되 마지막 선택만은 존중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한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잔잔하게 처연한 결말이었다. 슬픔이 담담하고 절제되게 표현될 때 나는 더 큰 진폭을 느낀다. 이 책은 개인의 내밀한 상처를 한 폭의 수묵화처럼 정갈히 그려낸다. 아픔을 이토록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다니. 문학의 힘이자 문학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고,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은 소설이다.
    더보기
    좋아요
    댓글 1
    • 서평만 읽었을 뿐인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네요. 아픔을 아름답게 승화했다는 표현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일본 문학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마음\'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자살에 대해..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ㅎㅎ
      더보기
  • 자유론 작가 존 스튜어트 밀 출판 책세상 책토끼 님의 별점
    3.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말을 하면 안돼!
    ->그럼 혐오표현을 쓰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길에서 담배를 피면 안되지!
    ->이건 흡연자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자유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늘 마주하는 딜레마가 있다. 바로 자유를 어느 범위까지 어떻게 허용해야 하는가이다. 고등학교 때 윤리 교과서에 나온 ‘무관용을 관용해야하는가’라는 주제로 꽤 오래 고민을 했던 나로서는 늘 궁금증이 남았던 부분이었다.

    책에 따르면 자유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개별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다. 여기서 앞과 뒤 어구는 각각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고싶은 모든것을 하는' 행위로서의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한다. 앞에서 말한 혐오 표현, 길에서 담배를 피는 행위 등은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나는 마약이 범죄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마약 복용으로 체포된 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한 프랑스의 작가 사강처럼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데 스스로를 파괴할 자유를 주면 안되는 것인가? 밀은 책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더라고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잠재적으로 해로운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의 경우 자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우리는 모두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하고 생각할 자유가 있다. 이러한 권리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로 나타난다. 아무리 환영받지 않는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다수에 의해 억압받을 수 없다. 오류가 있는 주장일지라도 토론 과정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도구로 효용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의견은 진위, 가치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사실 지금은 별로 감흥없이 다가오는 주장이다. 현대사회에서 숨쉬듯 당연해진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나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도 소중하다"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고 법으로 보장받는 이러한 생각의 기저에는 몇백년 전 밀이 자유론에서 주창한 내용이 깔려있는 것이다. 밀의 주장은 세기를 넘어 현대 사회까지 살아남아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자유공동체의 근간이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은 자유에 대한 방대한 논의를 이해하기 쉽게 썼다는 데에 있다.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문장 등 불친절한 서술 때문에 읽기 힘든 다른 철학서와 다르게 자유론은 간결하고 명쾌하다. 분량도 200p 가량으로 짧은 편이다. 훌륭한 글은 읽기 쉬우면서도 내용이 충실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밀은 탁월한 사상가임과 동시에 탁월한 문장가이기도 한 것 같다. 자유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그 결과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자유 하면 개인의 자유가 생각나서 그런지 왠지 개인주의적일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결과 자유로운 공동체는 그 어디보다 개인이 서로를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는 곳이란 느낌을 받았다. 모두가 다른 의견을 갖고 있고, 그 의견을 존중하되 끊임없이 토론하면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상에서 '공감이 안된다'라는 핑계로 타인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무시한 적이 없었나 반성하게 되었다. 어느순간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가까이 하고 옳게 여기는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유론은 내게 인상깊게 다가온 책이다. 진정한 의미의 자유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더보기
    좋아요 1
    댓글 3
    • 1 person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 자유론에 대한 서평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 고등학교때 읽으려고 하다가 중간에 다 못읽은 기억이 있는 책이네요! 자유의 허용 범위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는 것은 정말 오래 생각해볼만한 기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책토끼님은 \'무관용을 관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더보기
      • 댓글 감사합니다~ 저는 원래 무관용을 관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어떠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고, 다른 입장을 관용하지 않는 것 역시 그 사람의 자유니까요.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관용은 이해나 동의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러한 의견을 지닐 권리를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관용은 자유와 대치되는 개념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관용을 인정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보기
    • 철학은 참으로 매력적인 분야인 것 같아요. 때로는 늪에 빠져 사고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늘 사유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그리고 사유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고, 저희에게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책토끼님!
      더보기
  •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