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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출판 창비일반적으로 시집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더보기
시인의 언어와 독자의 언어가 얼마나 중첩하는가 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언어'란 어휘의 선택부터 어미의 처리, 문장의 길고 짧음, 호흡,
행과 연의 배치 등 다양한 내용적, 형식적 차원을 포함하여 구체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인의 언어와 독자의 언어가 많은 교집합을 가질수록
읽기 편하고 쉬운 시가 되며, 쉬운 시는 곧 그 사람에게 좋은 시가 된다.
이 시집은 담백하다. 난해한 상징으로 덧칠하지도 않고,
현학적인 비유로 주목을 바라지도 않는 것 같다.
대개는 직관적인 묘사로 시상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진다.
마치 흰 쌀밥 같다. 누군가는 흰 쌀밥을 꼭꼭 씹어 숨은 단 맛을
찾을 수 있겠으나, 또 누군가는 굳이 다채로운 식단에서 흰 쌀밥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 같다.
편독을 해야 한다면, 시집에서 시인이 시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
시인이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
이렇게 두 편이 기억에 남는데, 이 부분을 읽어보길 권한다. -
고래 출판 문학동네국문학을 전공한 친구가 인생 소설로 추천한 소설이다.더보기
물론 '인생 소설'이라는 게 꼭 책이 좋다, 재밌다, 그런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걸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깨달았다.
신묘한 책이다... 진짜 이런 소설이 있나 싶다.
분명 현대소설인데 고전소설 같고, 일반적인 소설의 흐름을
타는 듯 하면서도 판소리를 듣고 있는 것처럼
맛깔진 구어체가 즐비하기도 하다.
또 전기적인 요소가 있고 인물들이 때로는 열전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묘사되고 혹은 더 과장되어 판타지 같은 요소도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시공간적인 배경은 어울리지 않게
구체적이다.
이 소설을 대체 어떤 틀에 담을 수 있을까, 어떤 소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소설에서 본 것 같지 않은
정말 이게 소설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뭔가 굉장한 이질감에
휩싸였던 기억만이 생생하다.
일반적인 소설들의 흐름이나 감정의 선에 끌려가는 것,
이제는 슬슬 뻔하디 뻔한 소재 등에 질렸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불량식품같은 소설이다. (해롭다는 것x) -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출판 산지니2020년 원북원부산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이다.더보기
도시와 책을 연결시켜, 시민들이 올해에 이 책 한 권은
꼭 읽자는 취지인데 그 선정 과정에서 전문가 및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책의 퀄리티는 보장이 된 셈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를 때 원북원부산 도서 뿐 아니라
이달의 도서 같은 추천 역시 부산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므로 참고하면 좋다.
다시 이 책으로 들어오면, '글쓰기'라는 소재가 전반에 깔려 있고
좋은 글을 어떻게 쓰는지, 좋은 생각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의
내용이 내 삶을 어루만진다. 아마 이때 글쓰기 자체에 대한 고민, 그리고
문학과 글쓰기를 사랑하는 작가와의 대화처럼 이 글을 읽었기 때문에
자기계발 서적을 싫어하는 내가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해 낸 한 가지 독서법이 있는데, 책에 언급된
책이나 영화를 꼬리에 꼬리를 물어 보는 것이다. 이따금 내가 읽고 있는 책에
다른 책이 언급되는 경우가 있다. 다음에 무슨 책을 읽을지 잘 모를 때에는
그 책들을 찾아놓았다가 읽고, 또 그 책에서 나오는 책이나 영화를
이어서 보는 방식도 새로운 책 선정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본류로 돌아와서, 누군가에게는 그저 좋은 소리가 널려 있는
자기계발 서적 즈음으로 볼 수 있겠지만,
글쓰기와 문학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부드럽게 내용들을 안으면서도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추천하고 싶다.
p.s 원북원부산 선정 도서로 독후감 대회가 1년에 1회 열린다. 또 그 도서 외에 자신이 희망하는 도서로 범시민독후감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참여해보시는 것도 추천!-
글쓰기나 문학 분야 등을 종종 고민하곤 하는 제게 이 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원북원부산, 한 도시 한 책 읽기에 대해 소개해 주신 것이 참 반가웠습니다. 전국의 대부분의 지자체가 선정하고 있는 이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이 더욱 확산되었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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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꼬리물기 독서법과 원북원부산 선정도서를 참고 하는 등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주셔서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제목을 보면 단순히 시간 관리와 관련된 자기계발 서적 같은데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니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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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제게 필요한 책 같네요. 독후감 대회가 열린다는 정보도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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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출판 수오서재처음 읽을 때와 다시 읽을 때 스스로 생각이 좀 달라져서 예상외로 낮은 별점.더보기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너의 상처는 꽃, 나의 상처는 돌'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p.s 개인적으로 시를 처음 접하기에 혹은 다양한 시들을 맛보기에는 류시화 시인의 '시로 납치하다'를 추천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등
류시화 시인이 직접 쓴 그의 시집, 혹은 그가 엮은 시집을 거의 모두
읽으면서 시인의 생각, 삶의 방식 등이 굉장히 나의 것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었다(흔히 덕질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특히 번역된 시들의 경우 호흡과 단어 선택, 어미처리 등이 중요할 것
같은데, 입맛에 딱 맞게 닦여있었으면서도 과하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나와 류시화 시인만의 비밀스러운 대화가 아니라
그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어떤 보편성의
일환이겠지만 말이다.
여튼 오랜만에 만난 그의 시집에 압도되어 순식간에 삼켜버린
시집이었다. 그러나 다시금 이 시집을 마주했을 때 '마음챙김'에
치중하다보니 '마음챙김'에 압도되는 역설을 마주하게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시를 읽을 때에는 마음에 드는 부분을 접어두고
이따금 꼭꼭 씹어서 마음을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
그렇지 않으면 마음챙김이라는 맛을 가진 이 시집에
체하기 딱 좋다.
- 1 person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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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시집을 처음 읽거나, 다양한 맛을 보기에는 류시호 시인의 \'시로 납치하다\'를 추천한다. 작가의 설명이 적혀 있어 누군가와 대화하며 읽는 듯한 느낌을 줘서 편하다.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인데 평이 박했나 반성하면서 이 시집에 담겼던 웬델베리의 \'정화\'라는 시의 한 구절을 남긴다.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생각하면, 나는 충분히 행복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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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집이군요. 저도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좋아하여 이 시집도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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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의 마지막 출판 문학동네'소설을 쓴다'라는 것이 이정도의 어떤 집요한 행위일 수 있음을더보기
알 수 있도록 해 준 소중한 책이다.
이 책의 주된 배경은 한국전쟁 후의 북한 사회로
우리가 실제로는 접근할 수 없는 시공간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곳에서 펼쳐졌을 가상의 '백석'의 삶을
그려냄으로써 우리들을 놀라게 한다.
대체 보이지도 않는 인물에 대해, 경험할 수 없는 배경을 바탕으로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시키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이다.
책을 통해 작가 자신과 소설 자체를 넘어서서 백석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
끝으로 백석의 '흰 바람 벽이 있어'를
이 서평을 읽는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1 person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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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배경을 한국전쟁 후의 북한 사회로 설정했다는 점이 신선하네요. 이 책을 쓰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지 상상이 안 가네요. 그리고 작가는 과연 경험하지 않은 것을 어떤 식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궁금해요. 또, 백석의 \'흰 바람 벽이 있어\'를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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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누구나 언젠가 일상의 고요함의 중심에서 벗어나서, 외롭고 쓸쓸한 변두리로 밀려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한 번 읽어봤던 이 시를 그때 꼭 기억하시고 되새기셨으면 하셔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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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출판 창비수십 년 전 어느 5월에,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고 싶은 당신들을 생각하며 썼던 글로 리뷰를 대신합니다.더보기
‘정의는 승리한다’는 말. 어릴 적 자주 보던 만화영화의 주인공들 때문인지 당연하게만 여겨왔다. 그러나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더욱 잘 설명해 주는 단어는 ‘옳은 것이 이기는 사회’가 아니라 ‘이기는 것이 옳은 사회’라는 것을 알아간다. 승리가 정의가 되는 사회에서는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싹튼다. 그렇게 해서 얻은 승리가 그들에게는 정의이며 패자들의 입을 막고, 결국 수단을 정당화하고 과정을 미화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의 어느 순간에도 이들의 반대편에는 어김없이 ‘옳은 것이 이긴다’고 믿는 “바보들”이 존재했다. 힘의 논리 앞에서도 “바보들”이 지키는 것은 침묵과 방관보다는 원리와 원칙이었다. 처절함의 벼랑 끝에서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줬던 “바보들”의 힘은 만화영화의 주인공만큼이나 강했다. 때론 패배하더라도, 그들의 존재는 옳은 것은 옳았다는 것을 증거한다. 너무나도 똑똑해서, 용기가 없어서, 바보가 되지 못한 스스로의 반성문이리라.-
\'옳은 것이 이긴다\'고 믿었던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네요. 결국 세상은 이 바보들 덕분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책을 읽고 이 바보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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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읽고 나서 한동안 후유증이 엄청났던 책이에요. 한강 작가의 책을 읽으면 왜 그렇게 감정이 몰입되는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겪은 일도 아닌데 너무 생생하더라고요. 역사는 낫기 위해 자꾸 뜯어야만 하는 딱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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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한 챕터 넘어갈 때마다 눈물을 닦으며 읽은 기억이 나네요. 5.18에 대한 그 어떤 매체들보다 가장 제 마음을 흔들었던 책이에요. 많은 이들이 이 소설을 읽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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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출판 어크로스글에서 다루는 학문 분야가 애초에 실험, 경험적(과학적)으로 검증된 것들이다 보니 작가의 말에 설득력이 더욱 실리는 부분이 있다.더보기
자칫 이론적인 부분이라거나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한 무거운 서적이 될 수 있었으나, 실생활과 관련된 부분을 잘 접목시켜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독서 모임의 책으로도 선정되어 읽었는데, 모임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부분들은 삶에서 새로운 것을 나의 일부로 편입시키기 위한 과정이다.
삶에 여유를 두고 약간의 부분은 새로운 것들을 위해 자리를 내줄(실질적인 삶의 양식이든 혹은 가치관이든) 준비가 되어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이 책과 관련하여 유튜브에서 작가가 직접 책에 대해 패널과 함께 이야기하는 방송이 있다.
혹시 내용의 이해가 어렵거나, 작가의 육성을 통해 더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달 받고 싶은 분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양장본 HardCover) 출판 허블아마 성인이 되고 제대로 읽어 본 첫 SF 소설이 아닐까 싶다.더보기
SF하면 일단 과학적 지식이 전무한 개인의 역사로 인해
거부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김초엽이라는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책이
나의 첫경험이 되었기 때문에, 이후에 과학적 지식을 직 간접적으로
내세우는 책들에 거부감이 줄어들었다고 감히 밝힐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눈이 가는 건 거대한 우주라거나, 눈부신 과학기술,
혹은 무시무시한 외계인이나 기이한 사이보그따위가 아니다.
반대로 사랑, 행복, 정의, 소통, 타협, 질서, 슬픔, 고통 따위의
우리가 흔히 접하는 행동양식과 가치체계이다.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에 대해
가장 낯선 소재들을 끌어와 다시금 조명하여 우리 앞에
내보인다. 참신한 작가의 상상력과, 거대한 소재들, 흔하지만 소중한
주제들이 한 데 모여 만든 하나의 '작품'이라고 감히 평하고 싶다.
혹시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한다면 각자 인상 깊었던 단편들 역시 다르기 때문에, 단편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서 또한 모임의 책으로 적합하다. -
1cm 다이빙(썸머 캣 에디션) 출판 피카(FIKA)작년, 올해 즈음에 많이 읽혔던 책으로 기억한다.더보기
리뷰에 좋은 평들만 남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혹평을 남기고자 한다.
책을 선듯 집어들기 전에 멈칫 해보시길 바라며 🙂
두 명의 작가가 번갈아가며 글을 쓰는 형식인데,
이런 형식 자체는 앞서 보였던 '사이보그가 되다'와 비슷하다.
문체도 다르고(사실 말하듯 쓰여있어서 말하는 투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삶의 배경도 다른 두 서술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입체적이다.
그러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100문 100답과 가까운 대화들이
이어지는데, 내가 가진 생각은
"나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질문들을 자주 던지는데,
누군가의 일상 생활과 관련된 사유를 듣기 위해 이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 였다.
분명 자신의 삶을 곱씹기 위해 질문지를 구성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방황하는 이들의 붕 뜬 답변들, 혹은 이미 자주 곱씹어
봤던 답변들이 다수였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별점 2점에 머문다. -
참 좋은 당신(양장본 HardCover) 출판 시와시학사이 시집은 개인적으로 참 구성 자체가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는다.더보기
"참 좋은 당신" 이라는 책의 제목 아래에 부제가 붙어 있다.
'마흔 여덟 편의 사랑시와 한 편의 이별시'
그리고 내가 가진 구판에는 없지만 여기 사진에 실린 신판에는
'김용택 사랑시' 라고 적혀 있다. 참으로 Tricky 한 부분이다.
마지막에 적힌 '김용택 사랑시'구나 하면서 책을 읽어 나간다.
개인적으로 나태주 시인이나 김용택 시인이 흔히 그러하듯
시집은 난해한 비유와 상징으로 얼룩덜룩하지 않다.
즉 현학적이지 않다. 시를 그들의 것으로 가져가지 않고
우리의 것으로 함께 나눈다.
고요한 다짐이나 귓속말을, 혹은 약속의 말을
건네는 듯한 시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끝에 굉장히 이질적인 시 한 편이 담겨 있다.
나는 아직도 '이별'에 대해서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단 한 문장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짧은 식견 때문이겠으나)
이별
서리 친 가을 찬물을
초승달 같이 하이얀 맨발로
건너서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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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편의 시를 위해 48편의 시가 헌신하고 희생한 듯한 구성, 그렇다고 48편의 사랑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한 편의 시 때문에 48편의 가치를 다시금 곱씹게 되는 ... 그런 시집이었다. 원래 이별과 사랑의 관계가 그러하듯 🙂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출판 문학과지성사선잠더보기
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발을 톡톡 건드리던 발이었다가
화음도 없는 노래를 부르는 입이었다가
고개를 돌려 마르지 않은
새 녘을 바라보는 기대였다가
잠에 든 것도 잊고
다시 눈을 감는 선잠이었습니다
시집이 아무리 좋다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편의 시를 가져오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기억하기로는 이 시집의 맨 앞에 실린 시였을 것이다.
이 책에 평을 남긴 신형철 평론가가 남긴 문장이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닮고 싶은 글을 쓰는 평론가)
이 표현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 표현 때문에, 이 시가 더 생생하게 내 머리나 가슴에 살아 숨쉬기도 한다.
"...서로의 섣부름이었지만, '공평한 미숙함'이었다는 뜻이다."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출판 문학동네아래의 책에 이어서 박준 릴레이다.더보기
제목은 흔히들 한 번쯤 들어봤을 법도 한 그 시집이다.
나에게는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도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라는 '마음 한철'의 시구로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시집이다.
시집의 모든 시를 사랑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아니 결코 일어나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 시인조차도
자신의 모든 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니
재미있는 건 다들 이 제목을 보면 굉장히 애틋한
연시(戀詩)를 생각하겠지만, 실은 이 제목이 담긴
시에서 이 문장은 연시와는 거리가 멀다. (읽어보게 하기 위한 궁금증 유발)
갈색의 표지가 눈을 사로 잡는데, 이후 그의 새로운 산문인
'계절 산문' 역시 나무껍질을 고려해서 커버를 디자인한 것을 보면
또 맥이 닿는 부분이 있어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요소이다.
처음부터 술술 넘어가는 시집이라고는 감히 말을 못하겠지만
그래도 꼭꼭 씹어넘길 수 있겠다고도 생각 드는 시집이다.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출판 난다몇 해에 걸쳐서 계속해서 찾게 되는 책.더보기
지금까지 남들에게 감히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며 몇 권째 선물했는지
모르겠다.
산문집이기에 전체를 꿰뚫는 어떤 감정이라거나 주제를 설명하기보다는
그저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거울이, 감정의 고향이 될 수도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때때로 계속해서 찾아 읽는 책은 내가 하려던 말을, 했어야 했던 말을 작가가 적어 놓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이 나에게는 그러하고, 때문에 항상 박준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을 읽을 때에는 그리고 새 책을 읽을 때에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여러분도 어서 감정의 고향 같은 책을 찾길 바란다.-
흰수험고래님의 서평을 보고, 제 \'감정의 고향 같은 책\'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저는 아직은 그런 책\'을 만나지 못했네요. 언젠가 제게도 그런 책이 생기겠죠? 이 책이 누군가의 \'감정의 고향 같은 책\'이라니, 꼭 읽고 싶어집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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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계속(아무튼 시리즈 7) 출판 위고아무튼 시리즈 자체가 깊이를 가지지는 않는다.더보기
그러나 다양한 소재를 전문가가 혹은 더 매력적인 부분은
'전문가에 가까운 비전문가'가 자유로운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도 한 번쯤 관심을 가졌던 여러 가지 가치, 취미 등에 대해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사유가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
(물론 때로는 이것이 정답이 아닐지라도, 정답이 아니기에 더 매력적인)
확인해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다양한 '아무튼' 시리즈 중 자신의 흥미와 맞닿는 책을 골라 읽어보면
또 반대로 새로운 나의 관심의 지평을 확장할 때 길라잡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다. -
밝은 밤 출판 문학동네100여 년에 걸친 대한민국 근현대사라는 격변의 타임라인 속에서더보기
고조모, 증조모, 조모, 모친, 나로 이어지는 5대의 모계 이야기가 연결된다.
때로는 단절되고, 때로는 연결되며 하나의 옷을 짓듯이 이어지는 서사에서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진 '하나의' 사람의 삶에 대해 집요하게 조명하는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쇼코의 미소'와 같은 기존의 단편들에서는 섬세한 문장과 감정 묘사가
최은영 작가 작품의 묘미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장편에서 글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음.
한 소설에서
박완서 - 엄마의 말뚝
천명관 - 고래
한강 - 작별하지 않는다
임철우 - 봄날
이 걸작들이 다 얼핏얼핏 보인다. -
사이보그가 되다 출판 사계절'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통해서 이미 검증된 작가이자더보기
공학도로 알려진 김초엽 작가가 김원영 변호사와 장애에 대해
각자의 상황에 맞게 때로는 같은, 때로는 다른 생각들을 편하게 나눈
대담집이다.
후천적으로 청각장애인이 된 공학도와
휠체어를 타는 변호사.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서도
다양한 문제를 바라보는 더욱 다양한 스펙트럼과 같은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시기에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밀려난
존재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천 개의 파랑 출판 허블어디까지가 인간인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더보기
기계는 어느 부분까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빼앗기고 싶지 않은 인간 고유의 영역은 무엇인가.
그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존재 방식,
아니 생존 방식이 될 것인가. 사이보그와의 공존은 가능한 것인가
행간에서 끊임없이 작가가 던져놓은 질문을 발견하고 또 확장하는
지적유희를 즐기며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느낌. 하지만 서사가
흥미로워서 멈춰서 고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 🙂 -
공정하다는 착각 출판 와이즈베리능력주의의 허상더보기
내가 가진 것들이 온전한 나의 몫인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짐
사례들이 주로 미국 사회의 입시와 관련된 부분이 많아 배경지식이
있을 경우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음. -
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출판 동녘번역투를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동식물에 큰 관심이 없다, 아니 없어졌다.더보기
때문에 도입을 읽을 때부터 '아... 인연은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겠다.
공룡, 상어나 고래,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포식자들의
서식지를 찾아보고 인간과 크기를 비교해본다. 조그마한 곤충을 직접
채집하여 관찰하고 탐구한다. 그런 장면들이 나의 어린 시절에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인간을 제외한 동식물에 관심이 없어졌을까
새삼스럽게 놀라면서 글을 읽어나갔다. 여러 생물체에 대한
숨겨진 정보는 물론이고, 필자의 삶과 맞닿으며 또 그것이
독자에게도 와 닿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잘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갈매기> 부분을 읽을 때에는 갑작스레 등장한
‘조나단’ 때문에 단상에 잠겼다가 다시 책으로 들어갈 만큼
챕터 하나 하나의 호흡이 짧고 내용적 연계가 크지 않아
누구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르는 건 기피하기만 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독자에게,
크고 작은 ‘그들’의 세계를 다시 찾아갈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