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특별한 아이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보다 친돈야 아저씨를 보기 위해 창가에 서 있는 아이. 토토를 보며 얼마 전 읽었던 정세랑 작가님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에서 묘사한 “나의 노래를 부르며 행진하는 스머프”를 가장 잘 표현하는 아이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토토는 세상 모든 것이 즐겁고,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가 그 누구보다 견고하게 구축되어있는 아이다. 그래서 한편은 부럽기도 하다.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토토만의 소중한 세계가 아이를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토토는 틀리고 이상한 아이가 아닌, 그저 ‘다른’ 아이이다. 그래서 각자의 개성을 죽이는 것이 아닌 찾아 살려주는 도모에 학교에 딱 맞는 학생이다. 마음껏 나를 표현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곳이다.
도모에 학교를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교장 선생님이다. 산과 바다에서 나는 반찬으로 된 도시락을 먹고 아이들이 해맑게, 어느 것에도 속박되지 않도록 자유의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인물이다. 리드미크를 가르치던 교장 선생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세상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움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않고, 마음이 있어도 진실을 모르고, 감동할 줄 몰라 불타오르지도 않는……그런 사람이야.”
이미 도모에 학교 아이들은 이러한 것들을 충분히 누리고 있지만, 안타까운 점은 다른 학교 학생들은 이러한 교육을 받지 못하며 현실은 도모에 학교를 별나다고 여기고 업신여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도모에 학교를 다닌 아이들이 뒤떨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살아남기 위해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세상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의 길로 향하게 된다.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아름다움을, 리듬의 즐거움을, 진실을, 열정을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끝날 때쯤, 어린 나이에 일찍 죽음을 경험한 토토의 에피소드가 마음이 아팠다. 같이 나무를 타던 야스아키와 강아지 로키의 죽음. 아직 초등학생인 토토에게는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죽음이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 가녀린 아이가 죽음을, 소중한 이들을 현실에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오롯이 받아들이기에는 버거울 것이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전쟁과 소중한 친구들의 죽음까지, 왜 불행은 한 번에 덮치는 것일까. 이러한 일이 아이의 해맑음을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토토가 도모에 학교를 다닐 무렵은 전쟁이 일어나기 몇 해 전. 시기적으로 곧 태평양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읽으면, 도모에 학교 아이들의 행복이 슬퍼 보인다. 각 장의 마지막은 여느 책과 마찬가지로 희망적이고 다정하게 도모에 학교를 묘사하고 있는데, 왠지 모를 불안이 서려 있었다. 읽는 내내 전쟁이라는 비극과 대조되어 아이들의 행복과 웃음이 소중하고 환하게 느껴졌고, 내가 예상하는 현실이 티 없이 맑은 도모에의 아이들에게 만큼은 느리게 다가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은 일어났고 다들 살아남기 위해 피난을 가게 된다. 토토를 받아주고 그 특별함을 담을 수 있었던 도모에 학교도 이러한 비극을 피할 수 없었다. 도모에 학교에 폭탄이 떨어져 손쓸 겨를도 없이 불길 속으로 학교가 사라지고 있는 와중에도 교장 선생님은 다음에는 어떤 학교를 지을지 고민하였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아이들에서 “또 만나자” 라는 인사를 건넸다. 글은 여기에서 끝이 나서 도모에 학교 아이들이 다시 한 곳에 모였는지 알 수 없지만, “또 만나자” 라는 말과 교장 선생님의 아이들 사랑이 있으니 그들은 ‘도모에 학교’ 라는 연결 고리로 늘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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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출판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