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작가 정세랑 출판 위즈덤하우스 나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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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장르를 좋아하지만, 여행 에세이는 다른 것만큼 손이 가지 않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은 우리 동네 안에서 아니면 여행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워낙 밖에 나가지 않으니 지금까지 한 여행 중 가장 멀리 갔던 곳은 수학여행으로 갔던 일본의 후쿠오카뿐이었다. 그것도 정해진 코스대로 가는, 관광지 중심의 가이드 여행으로. 그 밖에 부산에서 가까운 울산, 경주, 남해, 거제 등등. 이마저도 초등학생 때 갔던 여행이라 희미하게 기억난다.

    확실히 여행을 간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캐리어에 짐을 싸는 순간부터 출발 전날 들뜨는 마음에 뒤척이며 밤을 새우는 것도, 목적지에 도착하여 낯선 땅에 잠시동안 스며드는 것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며 그 순간들을 소중하게 어루만지는 것까지 매 순간 즐겁다는 것은 사실이다. 체력과 시간만 된다면 어디든 떠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전 세계적으로 이동을 자제해야 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대신에 익숙함을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만.

    유명한 관광지를 가고 유명한 기념품을 사는 것보다, 여행을 간 곳이 나에게는 낯선 일회성을 가진 타지지만 이곳에서 늘 살아가는 누군가의 일상적인 터전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내가 사는 곳에 여행 온 누군가에게는, 나도 그저 여행지의 배경과 같은, 늘상 그곳에 있는 존재일 것이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가 그러하다. 뉴욕, 아헨, 오사카, 타이베이, 런던의 누구나 알만한 관광지뿐만 아니라, 정세랑 작가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곳곳에 담긴 소박하고 어쩌면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 나라의 모습이 진하게 담긴 곳을 소개하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님과 함께 그 나라 구석구석을 여행한 기분이 든다. 나도 함께 여행에 끼어들어 이미 그 나라를 여행한 느낌이다.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여행을 갈 기회가 생긴다면, 정세랑 작가님이 책으로 한 바퀴 구경시켜준 그 나라, 비슷한 듯 다른 취향이 담긴 그 장소를 선택할 것 같다. 글로는 내 마음대로 상상하였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를 것이다. 어쩌면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가슴 벅찬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 )만큼 ( )를 사랑할 순 없어.”

    ( )이 어느 곳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지구 곳곳에는 상냥하고 온순하고 둥글둥글한 성질을 가진, 때로는 곤란에 처한 이들을 지나치지 못하는 친절함을 가진 ( )이 가득하다. 여행자에게는 낯선 곳에서 익숙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을 다정하고, 또 사랑스럽게 담아내었다. 늘 익숙하게 존재해주는 그들이 있기에,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타지의 모습을 어디든 가득 담고 가끔 그곳을 그리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친 채 익숙한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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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여행이 주는 신선함과 새로움이 좋아서 즐기곤 했는데, 저에게는 새로운 공간이 현지인에게는 일상적인 터전이라는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네요. 나중에 코로나가 잦아들면 여행객들이 주로 가는 관광지 말고 현지인들이 주로 사는 마을에 가 그들의 삶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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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서평을 보고 든 생각이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유명한 맛집에 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저 또한 유명한 맛집보다는 현지인들이 자주가는 식당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현지인들의 생활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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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가 그런 내용이었군요! 정세랑 작가님의 책을 전부 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책들이 있었는지는 대략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어떤 종류의 책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나봄님의 서평을 통해 정세랑 작가님이 좋아하는 여행지에 대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은 정말 즐겁네요ㅎㅎ 지금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다른 나라로의 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것도 조심스럽기 때문에 이렇게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내가 익숙한 장소가 아닌 새로운 곳을 경험한다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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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랑 작가의 여행 에세이라니! 세랑 작가님의 소설만 읽어봤는데 꼭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