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 과자에 초코 시럽과 가루를 묻혀 먹는 초코픽은 참 맛있다. 그런데 다 먹고 나면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초코 시럽과 가루가 담겼던 부분은 플라스틱이고, 뚜껑은 비닐류인데 other이라 적혀있다. 또 몸체는 안쪽이 코팅된 종이라서 그냥 종이로 버릴 수도 없다. 하나하나 분리해서 버리고 있자니 쓰레기와 씨름한 시간이, 먹는 시간의 배는 걸렸다. 이런 식으로 버리면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재활용 과정을 이해하지 않은 채, 마음 편해지자고 억지로 분리배출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나와 비슷한 걱정을 가진 사람이 많은지,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라는 책이 추천 도서로 올라왔고, 마침 잘 되었다 싶어 책 장바구니에 쏙 담았다.
도서 상세 정보란에는 저자와 함께한 Q&A가 있었다. ‘이 책은 어떻게 버리나요?’라는 질문에 저자는 ‘지금 막 나온 책을 버린다는 생각을 하니 슬프지만, 비닐로 코팅되어 있지 않기에 종이로 배출하면 된다.’라고 답변했다. 책의 제목과 책이 쓰레기가 될 마지막까지 고려해서 소재를 선택한 모습이 일관성 있어서 읽기 전부터 믿음이 갔다.
이 책은 앞부분에서 쓰레기와 관련한 여러 개념을 소개한다. 리사이클링, 소비자 행동이나 소각과 매립 등 다양한 시선에서 쓰레기 배출의 과정을 살펴본다. 그 후 본론으로 들어가서 분리배출 품목을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평소 재활용 대상이라 오해한 물건을 보며 허탈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아는 내용에 끄덕거리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볼 점이 여러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제품의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맹신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텀블러는 환경을 위해 사용이 권장된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는 시즌별로 다양한 텀블러를 제작하여, 새 메뉴를 홍보하기도 하고 이벤트로 주기도 한다. 물론 일회용 컵을 매번 사용하는 것보단 텀블러가 옳은 선택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텀블러 중, 뚜껑이 플라스틱이고 몸체가 금속인 경우 다행히도 몸체는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대부분 뚜껑은 플라스틱에 고무 패킹이 된 형태라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그러나 각기 다른 소재가 한 몸이 된 경우엔 재활용하기 어려운 쓰레기로 전락하고 만다. 이는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젠가 재활용될 수 있도록 텀블러의 소재를 고려하여 구매하고, 하나의 제품을 오래 쓰는 방법이 훨씬 의미가 있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물건이 쓰레기가 되는 과정에서 마무리만큼 시작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소비자인 개인은 물건을 사용한 후 분리 배출하거나 종량제 봉투로 쓰레기를 버린다. 과대 포장된 물건으로 인해 쓰레기의 양이 늘거나, 여러 혼합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을 분리하지 못하여 전부 일반 쓰레기로 버릴 수밖에 없는 건 소비자의 잘못이 아니다. 애초에 기업과 공장이 제품을 생산할 때 포장지를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고심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쉽게 말하면 만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제도이다. 제품의 설계, 포장재의 선택 등의 가장 큰 결정권자인 생산자가 재활용 체계의 중심에 서고, 생산자, 소비자, 지자체, 정부가 책임을 나눠 분담하는 체계라고 한다. 쓰레기 문제는 여러 주체가 힘을 합쳐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이기에, 소비자로서는 철저히 재활용품의 분리배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더 나아가서 필요 없는 플라스틱을 모아 기업에 보내며 변화를 촉구하는 ‘플라스틱 어택’과 같은 행동으로 쓰레기의 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불편하고, 분리배출은 기준이 제각각이라 매번 신경이 쓰였다. 책을 통해 생각보다 분리배출이 가능한 쓰레기의 수가 적은 사실을 알았다. 앞으론 질 좋은 재활용 산업이 활성화되도록 과하지 않게, 확실한 품목만 골라내자고 다짐했다. 예전엔 작은 부분으로 고민하며 끙끙댔다면, 지금은 쓰레기 배출의 과정을 인지하고서 다양한 방법으로 쓰레기 문제 해결에 참여할 여유가 생겼다. 매 순간 쓰레기와 마주하는 모두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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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출판 슬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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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쓰레기와 마주하지만 쓰레기를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네요. 환경을 걱정하고 보호하기를 소망하지만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는 못 했던 터라 부끄러웠거든요. 제 사소한 관심과 노고가 환경을 지키는 하나의 걸음이 될 수 있다면 마땅히 그 걸음을 내디뎌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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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품의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맹신한다는 것을 리뷰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텀블러 중, 뚜껑이 플라스틱이고 몸체가 금속인 경우는 다행히도 분리배출이 가능하지만 각기 다른 소재가 한 몸이 된 경우에는 재활용하기 어려운 쓰레기로 전락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앞으로는 언젠가 재활용될 수 있는 텀블러의 소재를 고려하여 구매하고, 하나의 제품을 오래 쓰는 방법을 실천해야될 것 같습니다. 텀블러를 쓰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텀블러를 사용하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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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번님 리뷰를 읽으니 이 책은 제 다음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읽어야 할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소개해주신 \'저자와 함께한 Q&A\' 부분에서 저자의 위트가 느껴지는 걸 보니,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저도 최근에 환경과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도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만큼 어떻게 버리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더라구요. 맹목적으로 환경보호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물건이 쓰레기가 되는 과정의 마무리까지 신경 쓰는 민주시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교육하고 싶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