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떡볶이 집이라고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도서관에 갈 때마다 빌리고 싶어서 안달이 난, 내가 사랑하는 '아무튼' 시리즈의 책이었지만, ‘항상’ 누군가 대출 중이라 번번이 기회를 놓치던 책이었다.
그런데 별 기대 없이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고요한 도서관 한가운데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매운 떡볶이를 좋아하는 나는 ‘떡볶이’ 라는 단어만 봐도 설렌다.
그래서 마치 내 앞에 떡볶이 한 접시가 놓인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요조 작가가 먹은 수많은 떡볶이와, 그와 함께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그중에서도 위의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도 밖에서 떡볶이를 먹다 보면 내 입에 맞지 않는 원망스러운 떡볶이를 만나곤 했다.
그저 맛이 없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맛없는 떡볶이를 먹으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또 부러웠다.
떡볶이 뿐만 아니라 사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나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면 쉽게 절망하고 의기소침해지기 일수였는데, 이 책을 읽고 부족하더라도 나의 존재 이유는 가려지지 않으며, 이왕 존재한 김에 다른 훌륭한 점을 찾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 좋아한다는 말의 평화로움은 지루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오만 없는 좋아함에 그닥 불만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 역시 싫어하는 것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은 거의 좋아하고 또 좋아하게 된다.
카페나 음식점,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도 나는 매번 먹는 것이 달라진다.
매번 먹고 싶은 맛이 달라지기도 하며, 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 좋아한다는 말의 평화로움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평화롭기 때문에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나의 범위를 넓혀갈 수 있는 것이다.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을 보면,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단호하게 끊어내는 모습이 신기했었다.
나는 처음에는 별로인가 싶어도 시간이 지나 서서히 정이 들어 마음을 열어주는 타입이다.
누군가 ‘어떤 거 좋아해?’ 라고 물어보면, ‘전부 나쁘지 않아. 그냥 다 괜찮아.’ 라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 줏대 없다고 여겨지며 내 취향이라는 것을 뚜렷하게 만들고자 하였지만, 이내 실패로 돌아가고 그냥 모든 것을 다 괜찮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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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떡볶이(아무튼 시리즈 25) 출판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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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무튼 시리즈 책을 좋아해서 즐겨보는 편이라 아무튼, 떡볶이 서평을 보니 정말 반갑네요! 저도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에세이 형식의 책이라면 쉽게 도전해볼 수 있겠어요~ ㅎㅎ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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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떡볶이 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라는 글귀가 참 인상깊어요. 저는 한번 맛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 식당은 그냥 잊어버리거든요. 나봄님의 서평을 읽으니 다른 어떤 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것의 좋은 면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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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무튼 떡볶이를 읽었었는데, 음. 그저 가벼운 책이네 하고 후루룩 읽어버린 저와 다르게 사람과 연결하여 생각을 이끌어내신 것이 대단하세요 호불호가 확실한 저는 글쓴이 분이 부러워요. 사랑이 많으신 분 같아요 사랑이 많은 건 전혀 나쁜 것이 아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