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으로 나아가는 한 단 한 단을 연두색 물풀이 띠처럼 감싸고 있었고,
그 띠는 물결이 칠 때마다 밀려왔다가 다시 빠져 나갔다.
... 해는 어느새 더 높아졌다.
섬도 바다도 모두 반짝였고, 공기도 무게가 없었다.”
여름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름의 책을 읽었다.
손녀딸 소피아와 할머니의 여름 이야기이다.
책 곳곳에는 여름을 다정하고 따뜻하게, 여름을 여름답게 해주는 말들로 묘사하고 있다.
뜨겁고 진득한 여름이 책 안에서는 보송보송하고 개운하게 나타나있다.
“여름이 끝나갈 때, 나이가 들어 마지막 풍경을 경험하는 건 어딘지 모르게 행복한 일이지.”
아직 어린 손녀딸이 나이가 지긋하고 무던한 할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릴 때면,
어릴 적 한여름에 외할머니 댁에서 사촌 동생과 함께 자고 왔던 기억이 났다.
계곡이나 워터파크 대신 동네 조그만 목욕탕의 냉탕에서 놀았고,
집으로 돌아와 외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바밤바나 비비빅 같은 하드를 먹었다.
에어컨도 없는 밤색 나무집에서 낡은 선풍기를 틀어 놓고 늦은 밤까지 ‘테레비’를 보며 시답잖은 이야기로 우리들의 시간을 촘촘하게 메꿔나갔다.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름은 유독 추억이 많은 계절이다.
더 정확히는 여름은 추억으로 이루어진 계절이다.
지금은 성인이 되어 그때만큼 순수하게 즐길 수는 없게 되었지만,
마음 어딘가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그날의 뜨거운 추억들을 꺼내 보며
나도 이렇게 완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구나 하며 안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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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책 출판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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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으로 풍경이 그려져요. 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나봄님의 여러 독서록을 읽어 보는 중인데 좋아하실 것 같아서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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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책을 겨울에 읽으면 또다른 느낌이려나요? 꺼내볼 수 있는 뜨거운 기억이 있다는 것은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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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화창한 여름 날씨를 참 좋아하는데, 날씨가 좋은 날이면 그날을 온전히 기억하고 싶어 사진으로 영상으로 글로 기록해두어요. 다시 보며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요. 이 책을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의 따스함과 기분좋음을 느낄 수 있을것 같네요 :0 내년 여름에 한번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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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 되니 여름의 뜨거운 햇볕이 그리워지네요. 여름이 될 때마다 견디기 힘든 더위가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강렬한 햇빛과 푸르고 풍성한 잎사귀들, 귀를 찌르는 매미 소리와 함께 그 속에 담긴 어릴 적의 추억들이 기억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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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학생으로서 많은 시간을 보내온 우리들에게 자유롭게 내가 내 삶을 계획하고 만들어나가는 시간은 대개는 (방학 때문에) 여름과 겨울인 것 같다. 겨울에는 날씨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들다보니 동계 스포츠 몇 개나 눈 구경을 제외하고는 많은 추억이 없다. 반면 여름은 같은 기후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문득 멀리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인생에서 마주했던 여러 여름들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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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면 여름 주제의 책을 잔뜩 꺼내 읽어보는데 다가올 여름엔 이 책을 읽고 싶네요. 따뜻한 책일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