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통해 말도 못 할 만큼 많은 영웅호걸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손권, 조조, 사마의, 제갈량, 강유, 주유, 황충...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는 순간만큼은 현실의 공간과 잡념을 모조리 잊어버리고 삼국 시대로 빨려 들어가 영웅들의 혈투를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땅이 뒤흔들릴 정도로 함성을 지르며 달려가는 병마들, 자신의 용맹을 뽐내며 화려한 무기를 들고 전장을 누비는 장수들, 어두운 밤 군영 안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책략을 생각해내는 군사까지. 절대 체험할 수 없는 시공간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책의 힘이다.
책 속의 장군, 군사들을 왜 영웅이라 부르는 것일까?
뛰어난 용감함을 지니고 죽음도 불사하며 적에 맞섰기 때문이다. <삼국지>엔 수많은 장수들이 나온다. 그중엔 용감치 못한 장수들도 더러 있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해 도망가고, 조국을 배신한다. 끝내 그들은 치욕을 당하거나 무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패배하더라도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지킨 장수는 칭송받았다. 소설이기 때문에 미화된 이야기지만 그것이 영웅과 범인의 차이다. 대의를 위해 서건, 나라를 위해 서건 '적을 기필코 무너뜨리겠다'라는 각오가 마음 가득했다. 나는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보며 '용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특별한 것 없이 자신을 믿고, 뭐든지 해 보이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제갈량'이다. 첫 등장부터 작가의 고풍스러운 소개가 총동원되어 쟁쟁한 영웅들 사이에서도 크게 돋보였다. 일을 앞서 살필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제갈량에게 큰 존경심이 들었다. 내 곁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졸졸 따라다니지 않았을까? 그는 어떤 상황이 닥치든 태연하게 웃으며 해결책을 시원하게 냈다. 장군들뿐만 아니라 적까지도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밝고 정밀한 분석과 사고는 간절하게 본받고 싶은 능력이다.
사마의와 팽팽한 전략 싸움도 흥미로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갈량이 두드러진 에피소드는 '적벽대전'이라고 할 수 있다. 홀로 적진에 넘어가서도 당황하지 않고 상대보다 몇 수 멀리 내다보아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할 것인지 귀신같이 예측하고 대비했다. 제아무리 영민한 주유라도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
10만 대의 화살을 얻는 이야기는 다시 생각해도 놀랍다. 만약 나였다면 당황해서 어떻게 대장간에서 화살을 만들지 고민했을 텐데 그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적에게서 손 하나 까딱 않고 원하는 것을 얻었다.
"승상, 화살을 주어 감사하오!"
노숙은 군막으로 들어가 주유를 만나 공명이 화살을 얻은 일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깜짝 놀란 주유가 감격하며 탄식했다.
"공명의 신묘한 계략과 교묘한 계책은 내가 미칠 수가 없구나!"
항상 자만하지 않고 신중한 제갈공명. 그의 위용에 감탄하며 더 많은 책을 읽고 깊은 생각을 해서 제갈량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급한 일이 닥쳐도 위급하지 않고, 모두가 안된다고 생각한 곳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며, 언제나 옳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 내가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최고의 영웅소설로 꼽히는 <삼국지>는 역시 훌륭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전에 쓰인 책이다 보니 묘사와 표현이 풍부하지 않았다. 현대 소설이라면 감각적인 설명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했을 것이다. 작가의 특색일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두 군대가 충돌할 때 묘사되는 모습은 비슷했다.
함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몇 합을 겨뤘다, 말을 돌려 달아났다...
그러다 보니 인물과 지형에 대한 상상의 한계가 존재했다. 단조로운 표현은 서로 다른 상황도 비슷한 상상을 만들었다.
다만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는 감탄스러웠다. 황건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일어난 전국의 영웅들부터 위, 촉, 오가 건국되고 그들의 팽팽한 세력 균형, 그 속에 숨은 음모와 계략은 삼국지가 끊임없이 읽히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줬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많은 영웅을 성격과 상황에 맞게 등장시키고 스토리에 녹이는 것은 분명 보통 재주가 아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게 훌륭한 소설이 아니겠는가.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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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본) 출판 글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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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영웅들을 많은 창작들로 접해보았지만 진짜 삼국지를 읽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존재님이 추려주신 책 내용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져 정말 재밌어보입니다. 항상 삼국지는 어렵기만 해 보였는데,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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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만화책으로 접했던 삼국지에 대해 이렇게 자세한 서평을 읽어보니 다시 읽어보고싶다는 마음이 드네요. 어렸을때 보았던 삼국지와 분명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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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는 멋진 영웅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항상 만화책으로만 삼국지를 접했지, 실제로 책으로 삼국지를 접해본 적이 없는데, 책으로 적힌 삼국지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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