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인성론적 관점에서 바라보아 정리한 책이다. 인성론이란 인간의 마음을 '도덕적 본성'과 '동물적 본능'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다. 맹자가 말한 사단(四端)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 '도덕적 본성'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 매력적인 이성과 만나고 싶은 마음, 나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생각하는 마음은 '동물적 본능'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맹자는 '동물적 본능'을 '금수와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라고 보아 천한 것으로 여기고 이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직 '도덕적 본성' 즉,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도덕 법칙을 준수하며 도(道)를 따르는 인간의 마음만이 '사람과 금수를 구별해주는 것'이라고 보아 지켜야 할 것으로 보았다.
이 책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홉스, 흄, 스미스, 루소, 칸트 등의 철학을 짚고 그 속에서 인성론적 개념을 추출해 논리를 전개한다. 사실 그들이 인성론을 염두에 두고 사상을 전개한 것은 아니나 이 책의 저자는 결국 철학을 관통하는 문제의 핵심은 본성과 본능의 대립이라고 본 것이다.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점에서 여타 동물들과 다르다(침팬지, 오랑우탄 등의 동물은 지성이 있으나 도덕을 인식하고 실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제외). 인간을 이성을 발휘하여 규칙을 지키고,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모두가 정념에 사로잡혀 식/색/물욕에 사로잡혀 자신의 즐거움만 돌본다면 사회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고위공직자 혹은 임원 등 사회 지도층이 성 비위를 저지르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지성을 잘 훈련 시켜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본능을 통제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켰다. 많은 인간은 본성과 본능의 대립에서 갈등 하며 살아간다. 혹자는 '쾌락을 위해 윤리를 저버린 자들을 보고 짐승으로 타락했다'고 표현한다. 이처럼 인간은 참 모순적인 존재이다. 기나긴 역사의 과정에서 '이성'을 훌륭히 발휘해 철학, 과학, 문학, 경제, 기술을 발전시켜 문명을 아름답게 꽃피운 존재이면서 동시에 쾌락을 위해 어떤 극악무도한 짓도 서슴지 않으니 말이다.
사람의 본성이 선한가, 악한가는 수천년의 역사 동안 끊임없이 벌어진 논쟁 주제이다. 철학자들마다 다른 근거를 제시하며 사람의 본성에 대해 답을 내리려고 한다. 예컨대 맹자는 성선설을,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내 생각에 정답은 '알 수 없음'이다 !!
분명 인간은 선한 측면도, 악한 측면도 가지고 태어난다. 마음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철학자들이 백 날 토론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뇌 과학이 발전해 인간의 감정, 행동, 생각에 대한 많은 미신과 오류를 바로잡고 진실을 파헤치고 있는 것처럼, 과학이 더욱더 발전한다면 인성론에 대한 정답을 내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과학에 대한 낙관적 기대만을 믿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순적인 대립을 지닌 인간의 본성(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정념으로 인해 고통받고 괴롭지 않은가? 이성과 정념의 충돌에서 우리는 한없이 갈등하고 고민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이 '정념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살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 문제의 해답이 '자살'이 될 순 없기에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게 탐구하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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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과 본능(서강학술총서 82)(양장본 HardCover) 출판 서강대학교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