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나는 문학 편식가다. 명확한 스토리와 상황 설명 없이 애매모호한 감정과 표현들이 뒤섞인 문학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예를 들어 아서 코난 도일 경의 <버스커빌 가의 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루 만에 후딱 읽었다. 적당한 복선과 궁금증 유발, 선명한 인물 및 배경 묘사, 모든 의문을 해소시키는 결말, 이 모든 것을 부드럽게 잇는 작가의 필력. 그러나 밀란 쿤데라의 책, <무의미의 축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견디며 읽었지만 남자와 여자가 등장하고, 아파트가 주 배경인 것만 알겠고 주문 같은 그들의 대화와 묘사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게 너무 싫다. 어느 정도의 상징과 비유는 도전할 만하지만 작가가 휘갈기는 난잡한 감정과 묘사는 도무지 질색이다.
내가 더 싫어하는 것은 ‘현실에서 절대 쓰지 않을 형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다. 특히 요즘 쓰인 한국 소설에서 눈에 띤다. 문어체로 쓰임을 고려해도 소설이 동시대 한국의 일상적 상황을 묘사한다면 일상 언어의 틀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말하고 소통하지’라는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겠다. 일상을 배경으로 다루는 영화의 경우, 사람들은 ‘리얼리티’에 집중한다. 얼마나 그럴듯하고, 현실감 있게 현실을 묘사했느냐를 중점 포인트 중 하나로 고려한다. 백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정말 백수 같이 연기를 하면 사람들은 감탄하고 그 연기에 빠져든다. 사람들은 영화에서 ‘멋있는’ 백수보다 ‘백수 같은’ 백수를 원한다. 그 편이 훨씬 잘 몰입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실에서 사람들이 행동할 법한 모습이 아닌 ‘문학적인’ 행동을 보여서 몰입이 확 떨어졌다(오해는 하지 마라! 세련된 문학적 묘사가 싫다는 게 아니라 현실에선 보기 힘든 ‘문학적 어투와 행동’이 싫다는 거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과 갈등이 주제라는 건 알겠다. 그걸 아파트 정전과 엮은 것도 알겠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등장인물에 공감할 수 없었고 어떤 재미나 특출한 감상을 얻지 못했다. 내가 <몬순>을 읽고 느낀 점은, 앞으로 이런 류의 책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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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순(제3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14년) 출판 문학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