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시집을 잘 집지 않는다. 읽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읽어야 할 책이 많아 우선순위에 밀리기 때문이다.
시는 읽을 때마다 좋다. 이미지와 자극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빠져나와 시와 독대하는 순간, 고요히 침잠한다. 시인만이 조합하는 언어의 마술에 황홀감마저 느낀다. 언제나 독창적인 그들의 표현에 감탄할 뿐이다.
-관계
『상대와 나의 감정이 비슷하게 차오를 때 우리의 관계는 연애와 사랑의 세계로 전환된다. 연애의 세계에서 그리고 사랑의 세계에서 관계는 더없이 충만하며 인자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감정이라는 불안한 층위에 겹겹이 쌓아올려진 이 세계는 그리 안정적이지 않고 결코 영원하지도 않다. 그리고 우리는 곧 관계의 죽음을 맞는다.』
-짝사랑이라는 개념이 사라져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이겠는가.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사랑 앞에선 모두가 고민한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달콤한 거짓말에 우리는 속고 살지 않는가? 그러나 너무나 사랑스러운 상대 앞에선 알면서 속을 수밖에..
『나는 방으로 들어와 그들이 보냈을 스물하고도 나흘의 시간을 생각했다. 삼일장을 치르는 요즘 같아서는 사람이 여덟 번 죽을 수도 있는 긴 시간이었다.』
-놀라운 표현이다. 24일을 삼일장에 비유해 사람이 여덟 번 죽을 수 있는 시간으로 생각하다니. 나는 기껏해야 분, 초, 시간으로 나눠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이다. 시인의 상상력과 표현에 감탄하며
-축! 박주헌 첫돌
『문득 생각해보니 돈을 주고 수건을 산 기억이 없다. 빨래를 널다가 그 이유를 알았다. 주헌이의 첫돌부터 동네 할머니의 칠순잔치, 새로 개업한 떡집, 연천초등학교 총동문회…… 온통 사람들에게서 얻어온 것이다. 나는 매일 이 고운 연(緣)들의 품에 씻은 얼굴을 묻었던 것이다.』
-수건을 보며 연들의 품을 생각할 수 있다니. 잠시 돌아보면 우리 모두는 얽히고설킨 연들에 묶여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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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출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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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은 참 남다른 것 같습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삶의 순간 속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는데 시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그 생각들이 참 궁금해지네요. 평소 시를 읽을때 익숙하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를 담은 시를 좋아하는데 박준 시인의 시도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궁금해집니다. 박준 시인의 이름은 참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시를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이 서평을 읽으니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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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시집을 즐겨보지는 않지만 이 책은 한번쯤 펼쳐볼거 같아요. 저는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드네요.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저도 마찬가지로 시를 읽을 때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읽는데 그때마다 다른 생각에 빠져들 수 있어서 좋은거 같아요. 때로는 힐링이 되기도하고, 슬픈 시에는 지금 나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먹먹하기도 해요. 짧은 시로 이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인거 같아요. 다음에 꼭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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