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18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하며 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나를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유혹을 극대화시키는 감정이다.
원래 책을 읽으며 구절을 기록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정말 구구절절 공감가지 않는 구석이 없을 만큼 책을 읽는 내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의 작가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던 '원미동 사람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이다지도 섬세하게 사랑에 대한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보고 존경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p.195
사랑이라는 몽상 속에는 현실을 버리고 달아나고 싶은 아련한 유혹이 담겨있다. 끝까지 달려가고 싶은 무엇, 부딪쳐 깨지더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엇, 그렇게 죽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하는 장렬한 무엇. 그 무엇으로 나를 데려가려고 하는 힘이 사랑이라면,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의 손을 잡았다.
이 구절은 정말 공감하는 구절이다. 흔히들 콩깍지라고 표현하는 그 무언가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 생기면, 세상 똑똑하던 사람들이 그 누구보다도 바보가 되어 주변의 말을 듣지 못하고 이상한 길로 접어드는 경우를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위험한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어쩔 수 없지'를 외치다가 간도 빼주고 쓸개도 빼주고 빈털터리가 되더라도 사랑에 눈이 멀게 되는, 어떻게 생각하면 세상에 단 하나 존재하는 마법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소설 중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고 쓴 글은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거나, 사랑을 하고 있다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