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친구와 당일치기로 서울여행을 다녀왔다. 일정의 마지막은 예술의 전당에서 반 고흐 전을 보는 것이었다. 기차 시간이 임박해서 한 시간도 채 감상하지 못하고 급하게 작품을 봤지만 특유의 쨍한 색감과 자유로운 붓터치는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교과서 속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과 캔버스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물감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것은 아주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관련 지식이 부족한데 이렇게 감상만 해도 되는 것일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실제로 미술관에 가면, 작품이 표현하고 있는 내용을 대부분 이해해야 올바른 감상을 했다고 느끼는 압박감에 전시 감상이 부담스러워질 때가 있다.
『 우리 각자의 미술관』 은 우리가 느끼는대로 미술을 감상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전문가도 아니고 책으로 치면 독자, 무대로 치면 관객일 뿐인데 높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다가갈 필요는 없다. 이 책은 경험, 직관, 주관적 사유 등 우리의 방식대로 작품을 감상하기를 적극 권장하며 그에 대한 방법도 알려준다. 미술을 통해 내가 보고 싶은것을 보되, 편협해지지 않게 자신의 감정과 대화할 수 있는 멋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가상 미술관 사이트도 소개되어있는데, 요즘은 전시회를 못 가니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미술 감상에 어려움을 겪거나 진입장벽으로 막막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로그인 해주세요 to post to this user's Wall.
-
우리 각자의 미술관(자기만의 방 Room No 601) 출판 휴머니스트
-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출판 김영사한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인간의 개발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더보기
물론 개발의 유용성에 대한 기대가 아닌 생태계의 한계에 대한 관점에서 말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The Story of More)』에서 어렴풋이 찾을 수 있었다.
환경 관련 책이 으레 그렇듯, 과학자인 작가가 정확한 수치를 내세우며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위태로운지에 관해 설명해주는 구성이었다. 다만, 이 책은 작가의 관점이 돋보였다. 미국의 대규모 농업지대에서 태어난 작가 호프 자런은 과학계에 종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여성이다. 다시 말해 환경 위기를 과학자, 교육자,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수치로 나타나는 명확한 생태계 변화를 설명하며 내용이 전개된다.
산업혁명, 식민지 개척, 원유 개발 등 서양 특유의 정복관이 명시적으로 또는 암시적으로 우리 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늘어나는 인구, 부족한 식량과 에너지, 파괴되는 환경을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고민이 아닌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있다.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사람들은 환경 문제를 인식하지만 여전히 행동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는 식량과 자원을 모두에게 분배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어있다. 자런의 말에 따라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방식을 실천해야할 때이다.
'우리 인간이 지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지구라는 생태계를 총망라한 이 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The Story of More)』 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