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성인이 되고 제대로 읽어 본 첫 SF 소설이 아닐까 싶다.
SF하면 일단 과학적 지식이 전무한 개인의 역사로 인해
거부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김초엽이라는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책이
나의 첫경험이 되었기 때문에, 이후에 과학적 지식을 직 간접적으로
내세우는 책들에 거부감이 줄어들었다고 감히 밝힐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눈이 가는 건 거대한 우주라거나, 눈부신 과학기술,
혹은 무시무시한 외계인이나 기이한 사이보그따위가 아니다.
반대로 사랑, 행복, 정의, 소통, 타협, 질서, 슬픔, 고통 따위의
우리가 흔히 접하는 행동양식과 가치체계이다.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에 대해
가장 낯선 소재들을 끌어와 다시금 조명하여 우리 앞에
내보인다. 참신한 작가의 상상력과, 거대한 소재들, 흔하지만 소중한
주제들이 한 데 모여 만든 하나의 '작품'이라고 감히 평하고 싶다.
혹시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한다면 각자 인상 깊었던 단편들 역시 다르기 때문에, 단편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서 또한 모임의 책으로 적합하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양장본 HardCover) 출판 허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