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딱딱한 느낌을 주는 구병모 작가의 문체를 좋아한다. 아가미라는 미묘한 소재가 유발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구병모 작가의 책을 또다시 펼쳐들었다. 아가미라는 단어를 책 속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첫 장을 펼치기 전에는 가늠할 수 없었다. 표지의 그림을 눈여겨 보지 않은 탓에 정말로 아가미를 가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그러한 작가의 뜻밖의 설정이 놀라웠다. 나는 이 책을 아가미를 가진 인간, 전혀 평범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해서라도 평범한 세상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야기라고 요약하고 싶다.
- 제가 슬프다고 한 건, 저렇게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고통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만큼 사람들마다 삶의 무게가 비슷하구나 싶어서입니다.
- 게다가 곤, 사람은 자신에게 결여된 부분을 남이 갖고 있으면 그걸 꼭 빼앗고 싶을 만큼 부럽거나 절실하지 않아도 공연히 질투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게 자신에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도리어 좋아하기도 하는 모순을 보여요. 맘에 들기도 하지만 울컥 화도 나는 거죠.
-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곤을 데려와 함께 살았던 강하는 곤을 늘 구박했다. 그러면서도 그에게 '거대한 물고기'를 뜻하는 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했던 강하는 그 이름을 지어놓고도 부르지 못한다. 어쩌면 강하는 곤이 있어 결핍된 삶을 살아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강하는 곤이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난 후에 자신을 찾아달라고, 어마어마한 홍수에 떠밀려 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곤은 지금도 온갖 물속을 헤매며 강하의 차가운 육신을 찾아다니고 있을 거다. 이렇게 곤에 대한 연민의 얼룩이 강하에게까지 번져나갈 때쯤에 책은 끝이 난다. 이 책은 내내 누적되어 온 결핍과 지독한 평범함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어쩌면 부모라는 존재에 있어 결핍을 가진 강하와 눈에 띄지 않아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곤은 영원히 함께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않았던가, 책의 끝에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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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양장본 HardCover) 출판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