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충만할 것 같은 책의 표지와 제목과는 다르게 책의 내용은 어두침침했다. 편의점 일을 하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의 이야기는 인생에 대한 능동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인가, 살아내야 하는 것인가, 그저 버티는 것인가, 말장난 같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책을 짧은 단어로 요약해야 한다면 '녹록지 않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하게 들어왔지만 내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는 삶, 하지만 주변의 누군가는 살아내고 있을 더딘 삶에 대한 이 이야기가 내 마음을 턱 막히게 하는 듯했다.
- 나이들이 짐작되지 않았다. 온몸에 물씬 배어있는 쇠락의 기운 때문이다. 쇠락에는 나이가 없다. 사연도 짐작되지 않았다. 세월을 더듬어볼 표정이나 목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저 하나의 깊은 동굴이었다. 이토록이나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기 인생의 몰락을 고독하게 대면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경탄한다. 이들에겐 기쁨이나 희망은 없지만, 슬픔도 절망도 없다. 신의 섭리를 받아내는 무구한 견딤이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언뜻 천진하게조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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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출판 마음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