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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작가 임영태 출판 마음서재 wndml99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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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이 충만할 것 같은 책의 표지와 제목과는 다르게 책의 내용은 어두침침했다. 편의점 일을 하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의 이야기는 인생에 대한 능동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인가, 살아내야 하는 것인가, 그저 버티는 것인가, 말장난 같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책을 짧은 단어로 요약해야 한다면 '녹록지 않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하게 들어왔지만 내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는 삶, 하지만 주변의 누군가는 살아내고 있을 더딘 삶에 대한 이 이야기가 내 마음을 턱 막히게 하는 듯했다.

    - 나이들이 짐작되지 않았다. 온몸에 물씬 배어있는 쇠락의 기운 때문이다. 쇠락에는 나이가 없다. 사연도 짐작되지 않았다. 세월을 더듬어볼 표정이나 목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저 하나의 깊은 동굴이었다. 이토록이나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기 인생의 몰락을 고독하게 대면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경탄한다. 이들에겐 기쁨이나 희망은 없지만, 슬픔도 절망도 없다. 신의 섭리를 받아내는 무구한 견딤이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언뜻 천진하게조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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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쇠락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이 인상 깊네요. 20살 이후에 가장 많이 든 생각 중 하나가 \'녹록하지 않다\'라서, 이 책이 정말 공감갈 것 같아요. 읽으면서 인생과 사회에 대해 더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사슴(초판본 미니미니북) 작가 백석 출판 더클래식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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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분이 바로 백석이다. 백석 시인의 시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의 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그가 사랑한 자야가 있다. 그는 자야를 정말 사랑했고 자야도 그를 평생을 다해 사랑했다. 하지만 자야가 기생이라는 이유로 결혼하지 못했고, 남과 북이 갈라져 둘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백석의 시 속에는 자야와 잠깐이나마 함께했던 시간의 추억이 곳곳이 숨겨져 있다. 100억을 줘도 백석 시인의 시 한 줄과 바꿀 수 없다는 자야의 말처럼 백석 시인의 시는 참으로 훌륭하다. 윤동주 시인마저도 동경했던 백석 시인의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우사(膳友辭)
    ㅡ함주시초4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 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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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세계명작100선82) 작가 오스카 와일드 출판 일신서적출판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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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에 몹시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 하나다.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은 왠지 모르게 허를 찌르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이어지는 문장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젊음, 영원히 변치않을 모습에 집착한 도리안 그레이는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 변치않는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 자신의 초상화가 시간의 흐름과 자신의 추악함에 따라 늙어간다. 도리안 그레이는 자신의 부도덕한 행동이 들통날 것을 두려워하여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 이후에 모든 자신의 괴로움과 불안이 초상화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기까지 이른다. 결국 그 그림을 탓해 칼로 그림 속의 자신을 찌르게 되고, 자신이 지금껏 마주했어야 할 시간의 흐름을 한꺼번에 맞이한다. 초상화는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했고, 도리안 그레이는 늙고 추한 모습으로 죽으며 책은 끝이 난다. 이러한 책의 내용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보여준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동안 늘 일렁거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탓하고, 그에 얽매여 있는다면 우리는 도리안 그레이와 같이 어리석은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불안은 죽기 전까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시간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 된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시간의 흐름에 태연할 수 없다. 도리안 그레이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집착과 두려움이 시간을 어딘가에 영원히 붙잡아 매어둘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고로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이 현재를 더욱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밝은 마음으로 생각해보고자 한다. 무엇에도 너무 큰 집착은 독이 된다. 따라서 너무 깊고 어렵게 생각하는 습관을 버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단순하게 생각하기 위해 노력해보자고, 스스로와 약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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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카 와일드가 쓴 동화들은 굉장히 아름답고 반짝이는 내용인데 반해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자전적인 부분이 섞인 소설이어서 그런지 힘있고 강렬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뮤지컬로 내용을 접해봐서 소설을 읽어볼 생각을 미처 못하고 있었는데 서평을 읽어보니 소설으로도 내용을 접해보고 싶어요!ㅎㅎ하루키나 피츠제럴드와 같은 소설가도 시간이라는 화살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에 대해 여러차례 소설을 통해 형상화 했는데, 오스카 와일드는 어떤 언어로 이를 나타냈는지 궁금하네요!ㅎㅎ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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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를 보니까 늙지 않는다는 것이, 도리안 그레이에게만 주어진 그 특권이 그에게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것인지,아니면 도리안 그레이가 원래 그런 추악한 인간이었고 그런 본성이 초상화를 기점으로 드러난것인지 궁금해져서 꼭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현재를 소중히 여기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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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양장본 HardCover) 작가 로버트 제임스 월러 출판 시공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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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이 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는가, 누군가를 평생 보지 않고도 영원히 사랑하는 일이 가능한 것인가,와 같이 사랑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한다. 책의 주인공인 프란체스카의 자식들이 프란체스카가 운명하고 난 후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달라고 작가에게 부탁하여 세상에 나오게 된 책이다. 가정이 있는 자신들의 어머니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킨케이드라는 다른 남자를 마음에 간직하고 살았다는 사실에 꽤나 충격을 받지만, 그러한 정신적인 사랑에 자식들도 감동한다. 단 며칠 간의 만남이 죽기 전까지의 평생을, 어쩌면 죽은 후의 영원까지도 결정지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만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그러한 일은 기적과도 같을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그러한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참으로 축복받은 존재일 것이다. 사랑에 대해 늘 회의감이 들지만, 그래도 이러한 책을 읽고 있으면 영원한 사랑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어진다.

    - 할 이야기가 있소. 한 가지만. 다시는 말하지 않을 거요. 누구에게도. 그리고 당신이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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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하신 글을 읽어보니 문학의 장점을 극대화한 책인 것 같아요. 제목은 많이 들어본 책인데 이런 내용인줄 몰라서 흥미롭네요ㅎㅎ 현 시대에 영원한 사랑은 진부함으로 치부되고 ‘쿨’함의 이중성이 사람간의 사랑을 가볍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당ㅎㅎ 추천해주신 책을 읽어보고 영원한 사랑은 낭만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보고 싶어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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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웃을 수 있다면 작가 박사 출판 허밍버드 wndml99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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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치킨, 그리고 하나뿐인 닭다리라는 우스꽝스러운 소재 때문에 그저그런 자기계발서겠거니 싶어 책의 내용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러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오디오북으로 이 책을 듣게 되었다. 책의 제목은 가볍게 여겨졌으나, 막상 책 속을 들여다보니 꽤나 마음 깊숙하게 다가오는 구절들이 많았다. 책을 모두 듣고 나서는 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제목 속의 가정도 왠지 철학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책에서는 주로 오스카 와일드의 말들을 소개하면서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의 말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착하다'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에 관한 것이었다. 언젠가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상대방에게 '착하다'라고 말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깊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와 대화를 나누던 상대는 '착하다'라는 말의 뜻이 사실은 존재하는 것인지부터가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왠지 기분이 좋지 않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이런 대화를 나눈 기억 때문에 책 속의 구절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었다. 작가는 '착하다'라는 말이 상대가 내 마음에 든다, 라는 뜻이라고 풀어냈다. 고로 아주 이기적인 단어라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를 정의 내리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한 작가의 생각을 듣고 보니 타인에게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칭찬으로 여겨질 사소한 말들도 어쩌면 상대를 구속하고 한계짓는 무언의 압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인에게 어떠한 평가도 함부로 내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라는 존재 하나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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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가 ‘착하다’라는 말을 상대가 ‘내 마음에 든다’라고 해석한 점이 인상깊어요.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는 습관이 있는데 저 자신에 대해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요즘은 도통 제 자신을 모르겠는 때가 많아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은 더 신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다음에 읽어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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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의 착하다라는 말에 대한 생각을 보니까 착한아이 콤플렉스가 생각나네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로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 착하다라는 말에 기분이 이상해질때가 종종 있었는데 어쩌면 상대의 말에 담긴 의미가 작가가 해석한 \'마음에 든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느끼지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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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작가 나태주 출판 동학사 wndml99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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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매하였다가, 함께 읽어보게 된 책이다. 평소 나태주 시인을 매우 좋아해서 책을 고르는 데 있어 큰 고민은 없었다. 무엇보다 책 제목에서 '아직도'라는 단어가 나를 잡아끌었다. 이런 문장으로 책의 제목을 쓸 수 있는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이렇게도 멋진 시인들뿐이지 않을까. 시를 쓴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 역시 훌륭한 시를 써보고 싶어 가끔 끄적여 보는데,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말처럼 시를 쓰는 건 천재들의 영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산문보다 짧은 글에 전하고 싶은 내용을 모두 담아야 하는데 그 모든 말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나태주 시인은 정말 멋있게 해내신다. 나태주 시인의 시가 좋은 이유는,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쓰여졌기 때문일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장을 쓰시기 때문에 나태주 시인의 시는 알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재능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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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이 너무 애틋하네요 ㅠㅜ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라니....... 가끔 메마름을 느낄 때 시집 한 편 읽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좋은 시집 추천 감사합니다 👍
  • 홀딩, 턴(양장본 HardCover) 작가 서유미 출판 위즈덤하우스 wndml99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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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동안 '홀딩, 턴'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한참 생각해보았다. 책을 끝까지 읽은 후에야 표지를 다시 보니, 남자와 여자가 발을 맞추고 있는 그림이 눈에 띄었다. 그 그림에 제목이 가진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홀딩'과 '턴'은 스윙 댄스에서 쓰이는 단어다. '홀딩'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는 것, '턴'은 각자 춤을 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스윙 댄스 동호회에서 만난 주인공 영진과 지원의 특별할 것 없는 사랑의 시작과 끝을 암시하는 단어가 된다. 토요일 오후 연습실에서 만나 같이 춤을 추고 연인이 되어 결혼을 한 두 사람이, 이제는 토요일에 만나 이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내게 이상스럽게 혼란을 주었다. 작가의 문장처럼, 인생이란 정말 얼마나 이상한가, 얼마나 알 수 없는 일인가.



    - 주위 사람들의 시선, 카페 안에 흐르던 음악과 숨, 그들을 둘러싼 것들이 모두 지워지는 기분이었다. 둘만 남고 둘만 보일 때 세계에서 분리된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사랑한다는 고백뿐일 것이다.

    -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한데, 함께 살 수 없는 이유는 구질구질하게 길었다.

    -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유를 한 데 묶어 성격 차이라고 명명하는 것 같았다.

    -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얻는 기간은 끝났다. 슬쩍 풀어지는 기분으로 서로의 감정에 기대기엔 이미 많이 속았고 배반당했다.

    - 언제부터 존댓말로 바뀌었는지. 지원 씨가 지원아, 자기야, 너,가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제일 먼저 존댓말이 반말로 바뀌는 것을 막고 싶었다. 결국 지금과 똑같은 결과를 맞게 된다고 할지라도.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정한 존댓말을 주고받던 때로.



    이 책은 영진과 지원으로 하여금 우리를 타인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왜 우리는 때때로 타인을 우리가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하길 바라는가.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타인에게 익숙해지면서 그 사실을 잊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타인을 바꿀 수 없다. 따라서 타인이 변화하길 바라는 것은 우리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타인에게 익숙해지는 일은 위험을 내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고 있는 본인들에게만큼은 자신들의 사랑이 몹시 특별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게 특별한 사랑도 지나고 보면 모두 타인의 그것과 비슷하다. 특별한 사람이나 특별한 사랑 같은 건 없다. 어떤 사람도, 사랑도 평범한 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평범함이 그 자체로 소중히 여겨질 때, 우리는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 책은 우리가 평범한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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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가미(양장본 HardCover) 작가 구병모 출판 위즈덤하우스 wndml99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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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은 딱딱한 느낌을 주는 구병모 작가의 문체를 좋아한다. 아가미라는 미묘한 소재가 유발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구병모 작가의 책을 또다시 펼쳐들었다. 아가미라는 단어를 책 속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첫 장을 펼치기 전에는 가늠할 수 없었다. 표지의 그림을 눈여겨 보지 않은 탓에 정말로 아가미를 가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그러한 작가의 뜻밖의 설정이 놀라웠다. 나는 이 책을 아가미를 가진 인간, 전혀 평범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해서라도 평범한 세상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야기라고 요약하고 싶다.

    - 제가 슬프다고 한 건, 저렇게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고통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만큼 사람들마다 삶의 무게가 비슷하구나 싶어서입니다.

    - 게다가 곤, 사람은 자신에게 결여된 부분을 남이 갖고 있으면 그걸 꼭 빼앗고 싶을 만큼 부럽거나 절실하지 않아도 공연히 질투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게 자신에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도리어 좋아하기도 하는 모순을 보여요. 맘에 들기도 하지만 울컥 화도 나는 거죠.

    -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곤을 데려와 함께 살았던 강하는 곤을 늘 구박했다. 그러면서도 그에게 '거대한 물고기'를 뜻하는 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했던 강하는 그 이름을 지어놓고도 부르지 못한다. 어쩌면 강하는 곤이 있어 결핍된 삶을 살아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강하는 곤이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난 후에 자신을 찾아달라고, 어마어마한 홍수에 떠밀려 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곤은 지금도 온갖 물속을 헤매며 강하의 차가운 육신을 찾아다니고 있을 거다. 이렇게 곤에 대한 연민의 얼룩이 강하에게까지 번져나갈 때쯤에 책은 끝이 난다. 이 책은 내내 누적되어 온 결핍과 지독한 평범함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어쩌면 부모라는 존재에 있어 결핍을 가진 강하와 눈에 띄지 않아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곤은 영원히 함께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않았던가, 책의 끝에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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