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기억을 팔아 원하는 무언가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얼마만큼의 기억을 팔고 무엇을 얻고자 할까? <국경 시장>은 주인공이 만월에만 열린다는 국경시장에 우연히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국경시장에서 화폐 역할을 하는 것은 황금색 물고기의 비늘이다. 이 비늘은 사람의 기억과 맞바꾸어 가질 수 있다. 주인공 일행은 처음에 나쁜 기억을 조금 팔아 비늘을 얻어 물건을 산다. 그러나 갈수록 점점 더 많은 기억을 팔아 유흥을 즐기게 된다. 결국에는 자신의 모든 기억을 팔아 가게를 사버리거나, 모든 기억을 판 상태로 직접 황금 비늘을 얻으러 바다에 들어갔다가 물고기에게 잡아먹히는 자가 생긴다.
그저 나쁜 기억을 잊고 싶다는 내면의 작은 욕망으로부터 만들어져 운영되는 곳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욕심엔 정도도 끝도 없다. 적절히 조절하고 신경 쓰지 않으면 욕망은 자기도 모르게 몸집을 불린다.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는 거대한 욕망은 결국 삶에 화재를 불러올 수 있다. 뉴스 기사를 보다 보면 현실에서 그런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평소에 자신의 속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살피며, 성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