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다시 펼치게 되는 책이다. 나를 비롯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고민인, 우리의 삶에서 시간이 갖는 의미에 대해 <모모>는 이야기한다.
모모와 그 친구인 기기와 베포가 사는 마을에 어느 날 시간 은행을 관리하는 회색 신사들이 나타난다. 회색 신사는 마을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다. 시간을 뺏긴 이들은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게 된다. 회색 신사에게 당하지는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변해버리는 모습을 본 모모는 세상의 모든 시간을 관리하는 호라 박사에게 찾아 간다. 호라 박사는 모모에게 시간을 체험하고 깨닫게 한다. 모모는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회색 신사와 맞선다.
<모모>에 등장하는 회색 신사라는 존재는 낯설지 않다. 특히 빨리빨리의 민족에겐 더욱 그렇다. 다들 까마득한 미래의 행복을 저축한다며 바로 이 순간의 시간을 만끽하기보다는 서둘러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내일만 바라보고 사는 오늘은 과연 행복한가?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되면 내일이 오늘이 되고, 내일 모레가 다시 내일이 되고... 또 다른 오늘과 또 다른 내일이 반복되는 삶의 마지막에 무엇이 남을까? 미래를 위해 저축한 행복이 이자와 함께 돌아온다면 너무 좋겠지만, 회색 신사의 모습처럼 잿빛만 남는다면 어떡하지 싶다. 오늘과 내일의 행복 사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오늘 주어진 시간을 보람차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와 함께 하루를 즐기는 것. 아직 내게는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