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철종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철종과 그의 비 철인왕후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사극 드라마 ‘철인왕후’가 방영되면서(물론 역사왜곡 등 많은 논란을 몰고 온 드라마이기도 하다.), 조금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듯 하다.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다가 갑자기 왕이 된 조선판 신데렐라 강화도령, 세도정치기의 무력한 왕으로 비추어지는 ‘철종’이라는 왕은 실제로 어떤 사람일지 너무나 궁금했다. 때마침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시리즈를 즐겨 읽었던 터라 도서관에서 해당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철종’이라는 인물과 그 생애가 궁금했었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철종 시대의 현실과 정치적 상황에 더 눈이 갔다. 삼정의 문란과 그에 따른 백성들의 힘든 생활이 지속되는 사회, 급변하는 조선 밖의 현실을 넓은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조정, 특정 상위 계층만 잘 먹고 잘사는 현실이 때로는 답답하게도 때로는 슬프게도 느껴졌다.
역사는 현재를 보는 거울이라고 했다. 망국으로 향하는 조선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철종 시대 정치적 요직에 있던 인물들의 다양성이 부족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곧바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같은 가문 출신이고, 같은 이익을 추구하며, 비슷한 사고와 생각을 공유하는 대신들의 권력 독점은 조선이 망국으로 가는 속도를 더 높이는 요소가 아니었을까. 만약 그 자리에 백성들의 궁핍한 생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세력의 힘이 더 컸더라면, 격변하는 바깥의 정세를 조금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이들이 존재했더라면 이후의 현실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성별, 다양한 가치와 관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고루 힘을 가지고 있는가? 정치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곳에 한 가지 사안을 다양하고 많은 눈이 있는가? 이는 철종 시대와 그 이후의 역사를 아는 우리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일 것이다.
p.s. 마지막 문단은 특정 당파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니 해석에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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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8: 헌종 철종실록(개정판) 출판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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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tton님은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이신가 봐요 ㅎㅎ 문단 사이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아끼시는지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신하들 간의 당파싸움은 어느 왕조에서든지 멸망으로 끌어들이는 길인 것 같아요. 철종이 세도정치의 폐단을 확실히 제거했다면 조선의 역사가 조금 달라졌을 수 있었을지도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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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듯이 철종의 역사도 우리가 계속 상기시키지 않는다면 되풀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번에 cotton님의 서평 덕분에 몰랐던 철종의 역사를 알게 되었네요.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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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쉽다고 하여서 학창시절에 읽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재미나게 보았지만 막상 수업시간에 역사를 외우느라 힘들었던 경험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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