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특히 좋아했던 수업 시간을 골라야 한다면 체육 시간과 문학 시간을 고를 것이다. 나는 문학 시간에 여러 작품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교과서 지문을 읽는 것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수업 중에 작품을 읽다가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도 많은데, 내 딴에는 울음을 삼켰다고 생각했으나 뒷자리 친구로부터 휴지를 건네받은 적도 있을 정도다. ‘엄마의 말뚝’ 역시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배웠던 작품이다. 몇 년이나 흘렀지만 수업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교과서 지문에 밑줄을 긋고 필기를 하면서도 이야기에 빠져들어 집중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분명 그 시절 그 순간에 대한 그리움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다시 읽으며 고등학교 교실에서 문학 수업을 듣는 듯한 향수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내가 강렬하게 느꼈던 것은 시대에 내몰려 망가져버리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특히 주인공 ‘나’의 오빠가 변해버린 것은 내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빠는 종종 인물이 준수하고 총명하다고 묘사되었고,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할 줄 알고 동생을 아끼고 보듬는 성숙하고 따스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랬던 인물이 완전히 망가져 불면증과 피해망상을 앓고, 끝에는 짐승 같은 소리로 “으, 으”하고 신음하는 게 고작인 상태가 된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도 슬펐다.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이념의 대립 속에서 가장 고통 받는 것은 정작 이념과는 거리가 먼, 그저 살고자 할 뿐인 사람들이었다.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 해도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의 비극과 개인의 상처, 그리고 삶을 솔직담백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왜 교과서에 실렸는지 알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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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뚝(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1)(양장본 HardCover) 출판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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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읽다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먼저 리뷰에서 작가 부분이 눈에 띄네요. 제가 박완서 작가님 작품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박완서 작가님의 대표작으로는 자전거 도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도둑맞은 가난.. 적어보니 셀 수 없이 만은 대표작들이 있네요. 이 책은 처음 접하는 책인데 박완서님 작품인 만큼 믿고 꼭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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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자주 졸았던 사람인지라 기억에 남는 작품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읽다님의 경험담이 신기하고 재밌네요. 이념의 대립에 휘말린 사람의 인생은 참 서글프죠. 전쟁 동안 일본 징병, 중공군, 인민군, 국군을 거친 할아버지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정말 말 그대로 살기 위해 싸워온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이야기는 가슴이 아프지만 읽어봐야 할 이유가 존재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서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