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학교 홈페이지를 확인해보곤 하는데, ‘같은 책 다른 생각’ 이벤트에 관한 공지를 보자마자 꼭 해야겠다 싶었다. 마치 나를 위한 이벤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나는 특별히 물욕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책에 관해서만큼은 달랐다. 사랑하는 작품은 평생을 두고 탐독하는 성격에 기인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책에 대한 소유욕이 크다. 그런 내가 책을 선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더 좋았던 것은 어떤 책을 선물 받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물론 책 그 자체도 하나의 선물이지만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선물인 셈이니 한 번에 두 가지 선물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를 만나게 되었고, 곧 읽을 책이 선사하는 기대감과 호기심을 여유롭게 만끽하다가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각자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였다. 주인공 경진이 마주치는 사람들은-가게 점원, 기차 옆자리 승객...-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행인1, 행인2, 행인3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이들에게도 그들이 주인공인 치열한 삶이 있다. 사실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진부하리만치 뻔한 말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헤어 나오는 게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내 앞의 상대를 그저 행인1로 대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모두가 삶의 무게를 버텨가며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주인공인 만큼 주인공으로서 대우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타인을 경계해야 하는 각박한 세상에 대한 슬픈 마음도 들었다. 과연 이 현실에서 책 속에서처럼 전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말을 걸어올 때 그들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들어줄 수 있을까? 경계하고, 불편해하고, 회피하는 것이 부지기수일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날씨 좋은 어느 날,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께서 내 옆에 앉으셨다. 내가 나무 그늘 아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할아버지께서는 자꾸만 내게 말을 거셨다. 처음에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지만 내가 다니는 학교나 사는 동네를 물으시자 나의 표정은 확연히 굳어졌다.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이 나를 지배했고, 자리를 피해야하나 고민되기 시작했다. 나의 불편함을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할아버지께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어쩌면 할아버지께서는 단지 대화 상대를 필요로 하신 것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서로에 대한 의심과 걱정 없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씁쓸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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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오늘의 젊은 작가 27)(양장본 HardCover) 출판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