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무엇인가에 푹 빠지는 일은 꽤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빠지게 되는 계기만큼이나 대상도 다양하여, 저자처럼 동물에 깊이 빠질 수도 있고 저처럼 언어 공부에 푹 빠질 수도 있겠지요. 무언가에 푹 빠져 그것을 깊이 공부하다 보면, 평소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겉만 핥는 방식으로는 알 수 없는 지식을 얻었다는 성취감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런 지식을 남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그렇게 앎을 나누면 크든 작든 세상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합니다.
저자 역시 그러한 생각으로 책을 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동물과 함께 자라며 품어온 생각과 다짐들, 생물학을 전공하고 바다거북을 보호하는 최전선에서 느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었겠지요. 책을 읽는 내내 저는 과연 지금까지 제가 무엇을 기준으로 생물을 이해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습니다. 꼭 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에 나오는 말처럼 저에게 보여지는 것들, 제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저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곧,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일방향의 정보만으로 생물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범고래 이야기를 읽기 전에 제 머릿속에 있는 범고래에 관한 이미지를 떠올려 봤어요. 범고래는 굉장히 강하면서도 무리를 지어 먹이를 사냥할 정도로 영리하지만, 인간은 무서운 존재이기에 공격하지 않는다는, 시쳇말로 ‘카더라’ 식의 이야기를 어느 웹 사이트에서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책은 범고래를 실제로 마주하며 겪는 경험에는 물론 미치지 못하겠지만, 웹 사이트를 통해 접하던 정보보다는 더 생생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범고래의 편에 서서 들려주는 이야기로 들리지는 않았어요. 그저 나보다 범고래를 좀더 가까이서 마주해 본 사람이 솔직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범고래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다른 생물을 접할 수 있는 현대인에게, 다른 생물에 관한 가장 개인적인 경험으로 생물 전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었습니다.
-
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출판 동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