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SNS나 커뮤니티로 소통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명단에 올라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벌을 받고 졸업이라는 석방을 기다린다.” 라고.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12년간 다녀본 성인이라면 이 문장을 대부분 유머로 받아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끝났으니까...!)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그 시간이 교도소에서 징역을 사는 것 같은 기억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교육 제도 전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이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학교 공간은 왜 변해야 하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한 책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내기 전까지 나는 저 두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학교의 주인은 당연히 학생이고, 학교 공간은 당연히 학생 중심으로 변해야죠!’ 라고 대답할 수 있겠지만, 당장 내가 실습을 다녀온 학교만 하더라도 ‘그렇다’ 말할 수 없는 곳이었고, 나 또한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학교는 온통 네모이다. 교실도 책상도 의자도 칠판도 모두 네모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실 구조가 똑같다. 전국 어디에 가더라도 대부분 학교의 모습은 동일하다. 물론 그렇게 운영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이 다 똑같으면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개성을 강조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공간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가장 별 것이다.
이 책은 건축 교육가, 놀이터 디자이너, 교사, 교장, 교육정책관, 건축학과 교수 총 6인의 생각을 모아 만든 책이다. 학교 공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통해서 내 생각을 돌이켜 볼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예시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선언적으로 “학교는 바뀌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고리타분한 책도 아니다. 진짜 변하고 있는 학교 현장들을 컬러 사진으로 보고 있으면 여기가 정말 우리나라가 맞는지 확인하게 된다.
또한 막연히 ‘학교’ 하면 ‘미래의 나의 일터’ 정도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은 그런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날 기회를 준다. 사실 초등 예비 교원이 되기 위해 교대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수업’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동기부여를 할 것이며,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날 수 있게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걸 위해 이 4년을 배우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강의에서도 학교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마치 교사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도, 이 책에서도 학교 공간 혁신을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역설한다. 아직까지 학교 공간 혁신이 피부로 와닿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교사가 있다. 교육청에서 공간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실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을 수 없는데, 학생과 교사가 그 주체가 되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이 지내는 이 학교 공간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한 교육관과 소신이 있어야 하는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깨달은 바이다. 물론 나도 정답은 알 수 없고 이 책도 정답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 공간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는 점, 그 공간을 바꿔나갈 의무가 있는 것은 교사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교대에서 듣는 강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그 고민의 시작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나도 이 책을 읽고부터는 학교 강의 외로 교육 전반에 대한 책을 읽고 고민해야 겠다는 다짐을 했기 때문이다. 당신에게도 그런 따뜻한 고민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 마음에 드는 구절들
“아이들을 위한 학교 공간을 만든다고 하면 건축 의뢰인은 어린이가 될 것인데, 교사는 여기서 그 어떤 외부의 전문가들도 해 줄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건축가가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아이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들과 함께 지내는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학교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모습과 아이들의 삶이 학교 공간에 어떻게 담겼으면 하는지에 관한 교사의 이야기는 건축가가 공간을 구상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아이들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활동하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는 건축가보다 교실 안의 선생님일 것이다.”
“요즘 학교를 두고 그 모습이 근대 감옥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푸코의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지만, 나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살아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살아 있을 것인가?’이다. 교사와 학생들의 주 생활 공간인 학교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낼 것인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후 나의 교직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새롭게 다시 보며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학교가 아이들의 생활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학교의 공간들을 새롭게 보았으면 한다.”
로그인 해주세요 to post to this user's Wall.
-
학교 공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출판 창비교육
-
학교라는 공간자체에 대해서 주목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특히 \"교사와 학생들의 주생활공간인 학교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낼것인가\"라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기억속의 초등학교는 회색의 미로같은 느낌이었는데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중요시되는 요즘 현실을 생각한다면 학생들의 정서를 위해서라도 초등교실이 좀더 기존의 일관적인 구조에서 탈피해야 할듯 싶습니다.
-
이 서평을 읽고 나서 예전에 본 다큐가 떠올랐습니다. 기존의 학교의 모습과는 매우 다른 모습의 자연, 학생중심적인 학교가 소개되었던 다큐였습니다. 이 학교는 초등학생들이 자신들의 에너지와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게 건축되었는데, 학생들의 학습 집중도나 학교 선호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이를 보며 과연 기존의 학교의 모습이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곳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공간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합니다. 교사로서 학교공간혁신에 역할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갑니다.
-
좋은 수업, 좋은 교사에 대한 생각만 했을 뿐 좋은 교실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네모난 책상, 딱딱한 의자로 일정한 교실에서 벗어난 교실의 모습을 생각하여 더 나은 학습이 이루어짐을 도울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
11문자 살인사건(양장본 HardCover) 출판 알에이치코리아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나의 기대 때문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늘 굉장히 수월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기대였다. 책을 멀리했던 시간이 길었기에 조금이라도 재미없거나 어려운 책을 읽었다가는 다시 책을 멀리할 것만 같아서 ‘돌아온 초보’라는 핑계로 쉬운 책을 선택한 것이다.더보기
이런 굉장히 개인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나는 예전부터 히가시노 게이고를 정말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어쩜 지치지도 않고 평균 이상의 작품들을 이렇게 쏟아낼 수 있는지. 작가는 사건 사고에 매번 휘말리는 ‘명탐정 코난’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까지 생각할 지경이었다. 워낙 이 작가의 작품을 자주 접했던 기억이 있어서 읽을 때마다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개를 예측할 수 없고 또 끝이 나보면 모두 다른 감상을 주곤 했다. <11문자 살인사건>도 일본의 대표 다작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하나로서 처음에는 ‘역사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군. 비슷한 느낌이야.’라고 되뇌게 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주는 느낌이었을 뿐인 것 같다. 왜냐하면 끝날 때까지 범인을 예상하지도, 트릭을 알아채지도 못했으니까.
이 소설은 주인공이 사랑하던 남자가 살해당하면서 시작된다. 살해당한 것도 충격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살인사건에도 또 다른 배후 사건이 있음을 알게 된다. 기자이기에 있는 직업병일 수도 있지만, 거의 형사급으로 수사를 해 나가는 우리의 주인공.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뻔한 전개일 수 있지만,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도록 전개해 나간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그 좋아하던 유튜브마저 잠시 내려놓고 책에 매달렸던 것 같다. 책을 읽어 나간다는 성취감도 물론 있었겠지만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단기간에 몰입하면서 독서를 하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또 읽고 싶어졌다. 더 재밌는 책이 많을 것만 같았다. 책을 읽고 난 감상이 이런 걸 보면, 처음에 내가 이 책을 고르면서 목표로 했던 ‘독서의 재미찾기’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나와 같이 책을 한동안 멀리해서 소원해졌지만, 이제는 화해하고 다시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설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그 중에서도 <11문자 살인사건>은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출판 아르테(arte)더보기
이 책을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었다. 실은 나는 이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했던 장본인이었고, 당시는 학기 중이라 각종 과제들에 치여 도착했다는 문자만 확인했을 뿐 도저히 빌려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 영화가 한국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라는 얘기에 다시 흥미가 생겨서 빌려 읽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 영화가 이번 달에 개봉 예정이다. 주연으로 전도연과 정두성에 요즘 좋아하게 된 정가람 배우도 출연하다고 하니 영화를 꼭 보러 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영화 전에 책을 먼저 읽고야 말겠다는 열의에 불탔다. 희망도서로 이 책을 신청했던 이유는 당시는 일본과 관련된 것은 모조리 검열하게 되는 ‘이시국’ 상태가 아니었으니 단순히 제목에 끌리고, 어떤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제목은 책의 얼굴이자,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인데 이렇게 매력적으로 지어 놓으면 어떻게 안 읽을 수가 있겠는가?
세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공통점이나 공통분모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이들에게는 1억 엔을 손에 넣을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다. 각자 사정이 다른 이 세 사람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작가는 캐릭터들의 감정을 잘 표현해주는 한편 독자들에게 작은 반전들을 안겨준다. 일종의 뒷통수랄까. 당연히 A일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C였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야기 전개방식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1억 엔 외에는 공통분모가 보이지 않는 이 사람들을 가지고 어떻게 마무리 짓는다는 건지 읽는 내내 이해가지 않았다. 그렇게 답답한 터널 속을 걷고 있는 듯했지만, 괜히 영화화될 정도의 이야기인 것이 아니겠지. 마지막에 모든 이야기는 하나가 되고 끝이 난다. 결말은 책을 읽을 미래의 독자와 곧 개봉할 영화의 미래 관객들에게 결정적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만약 이 소설의 제목에 끌린다면 주저 없이 책을 골라 들어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예측할 수 없는 전개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니 매우 흥미롭습니다.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국 합쳐진다니 상상이 잘 가지 않는 만큼 색다르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과연 어떤 반전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영화화가 될 정도면 정말 재밌다는 말이니 꼭 읽어보고 싶네요.
-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출판 위즈덤하우스올해 들어 두 번째로 읽기 잘했다 했던 책이었다. 왜냐하면 어쩌면 내가 ‘여지껏 고민만 하고 해결책은 찾을 수 없었던 의문’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분자 가족의 탄생’이라는 챕터부터 시작한다. 이 챕터에서는 ‘분자 가족’을 이렇게 소개한다.더보기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이 27%를 넘는다고 한다. 1인 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단단한 결합도 느슨한 결합도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시대에 살고 있는 미혼 여성으로서 요즘은 ‘굳이 결혼을 해야 할까’하는 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늘 이 생각 뒤에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외로움을 많이 타는데?’ 그러면 또 ‘외롭다고 아무나하고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이 있을까?’ 이러다 보면 끝이 없다. 끝이 없으니 다음에 생각해야겠다고 하고 또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변했다. 이 책은 불혹이 넘은 나이에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서로 이야기가 너무 잘 통하고 취향마저 비슷한 두 명의 여자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좋은 친구이지만 결정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은 다른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맞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시는데, 그런 걸 보면서 꼭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그런 전통적인 ‘가족’이랑만 살아야 하는 것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됐다. 나도 기숙사에서 살았던 경험도 있고, 단체생활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서로의 차이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불편한 점을 참고 넘어갔지만, 그렇기에 솔직하지 못했고 그래서 함께 살았던 룸메이트가 ‘가족’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결혼도 싫고 혼자 사는 것도 싫어지는 순간이 오면, 그때 마침 마음 맞고 타이밍 맞고 취향 맞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와 ‘분자 가족’을 이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물론 좋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만큼, 그런 친구가 내 곁에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그만큼 좋은 사람이 되면 될 테니까. 함께 살아도 좋겠다 생각할 정도로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엉뚱한 다짐까지 하게 된다.
이제는 “이건 당연히 이래야 해”라는 것이 사라지는 세상이 온 것 같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예전에야 가족의 형태가 당연히 그랬다 할 수 있지만, 그 가족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더 이상 그런 세상이 아니니까. 가족의 형태도 그에 맞추어 변화해야 할 것이다.
결혼할지 말지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혼자 늙는 건 싫다고 생각되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기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마음에 드는 구절들
“경탄의 순간에도, 좌절의 순간에도 언제나처럼 혼자였다. 그러고 나니 이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혼자라서 못 하는 일이 있는 게 싫어서 뭐든 혼자서도 해왔고 또 꽤 잘 해왔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세상에는 여럿이 해야 더 재밌는 일도 존재한다는 걸.”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온도와 습도의 기후대와 문화를 품은 다른 나라 같아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외국을 여행하는 것처럼 흥미로운 경험을 준다.”
“둘만 같이 살아도 단체 생활이다. 동거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서로 라이프 스타일이 맞느냐 안 맞느냐보다, 공동 생활을 위해 노력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을 것 같다. 그래야 갈등이 생겨도 봉합할 수 있다.”
“잘 모르는, 멀리에 있는, 애정이 없는 대상일수록 일반화하기 쉽다. 뭉뚱그리고 퉁쳐도 상관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에 있어서는 아주 작은 차이가 특별함을 만든다. 그 개별성이 소중하고 의미 있다.”-
종종 나이가 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큰집에서 같이 살고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꼭 읽어봐야할듯 싶습니다. 이런 류의 새로운 가족이든 아니면 기존의 가족이든 동거에 가장 중요한건 공동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란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
-
서평 쓰는 법(땅콩문고 시리즈) 출판 유유‘~하는 법’이라는 책은 필요하지 않다면 되도록 피하는 편이었다. 재미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재미가 없더라도 읽어야 할 때는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덜컥 북토크체험단을 신청하고 ‘서평’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관심이 생겼다. 솔직히 서평이란 ‘독후감의 성인 버전(?)’일 것이라고 지레짐작 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쓰려고 했던 서평이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러운 것이었다. (물론 지금 쓰고 있는 이 서평 또한 내가 서평하려고 하는 <서평 쓰는 법>을 기준으로 보자면 택도 없는 글일 것이다.) 하지만 ‘첫술에 배 부르랴’라는 말처럼 서평 관련 책을 한 권 읽었다고 바로 서평을 잘 쓰게 되는 기적 같은 일은 생길 일이 없으니, 가볍게 계속 읽어 나가기로 했다.더보기
저자는 독서 달인이기도 하면서 서평 달인이다. 서평으로 상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런 성과보다도 책 곳곳에 저자가 서평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드러난다. 독자들에게 서평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서평을 쓰는 것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냥 책을 읽는 것도 물론 좋지만, 서평으로 흔적을 남기는 경우와는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서평이야말로 제 독서의 결산인 셈입니다. 서평으로 독서가 일단락되는 것이지요.”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서평을 독서의 완성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간 나는 어땠는지 돌아봤다. 과제를 제외하고는 책도 거의 읽지 않았지만, 읽더라도 흥미 위주의 책을 읽었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다. 어설픈 완벽주의와 귀차니즘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독서의 기록을 남겼다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그래서 부담감은 내려놓고 서평도 써보고, 독서의 기록을 간략하게 독서기록 앱에 남겨보기로 했다. 작년에는 말로만 ‘책 읽자’하다가 시작도 못해 봤는데, 올해는 일단 시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평에 관련된 책을 읽다 보니 서평도 쓰게 되고, 독서량도 많이 늘었다. 이렇게 책 한 권이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독서를 하고 싶은데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부터 시작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많은 책과 수준 높은 서평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 와중에도 내 마음을 끄는 책이 있고 구절들이 있었다.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않더라도 좋다. 2020년 연초를 책과 함께, 서평과 함께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독후감이 독자에게 치유의 경험을 제공한다면, 서평은 독자에게 통찰의 경험을 선사합니다.”라고 했다. 단연코, 이 서평은 통찰의 경험까지는 선사하지 못했겠지만 독서과 서평에 관심을 갖게 되는 찰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에 드는 구절들
“독후감이 보여 주는 감동과 깨달음에 논리와 체계를 부여하여 설득력을 배가시킨 것이 서평이니까요.”
“서평은 분명 논리에 토대를 두는 지성의 작업입니다. 그렇지만 그 귀결은 삶의 변화입니다. 적어도 올바른 독서, 성장하는 독서를 지향한다면 삶은 변화합니다.”- 1 person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
이번에 서평을 쓸 때 어떤 식으로 적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이에 관한 책이 있었군요. 서평을 써보는 경험을 해보니 이 책의 주제가 더욱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책을 읽으면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고 재미있다는 점을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기록을 어떻게 쓸것인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
아침의 피아노(양장본 HardCover) 출판 한겨레출판사제목은 책의 얼굴이라고 하는데 ‘아침의 피아노’라니, 평온한 뉴에이지가 들려올 것만 같다. 제목만 보면 음악 서적일 것 같기도 하고, 악기 서적일 것 같기도 하고, 따뜻한 소설일 것 같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도 전에 이 책과 만나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 본 누군가의 후기에서 ‘필사를 했다’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면 봤다’는 말 때문이었다. 나는 이 책을 냉큼 골라 들었다.(요즘은 e-book 리더기로 읽고 있어서 클릭 한 번이면 책장으로 옮겨진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골라 들 수’는 없다.)더보기
이 책은 제목으로 유추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이 책은 철학자 김진영 선생님께서 임종 3일 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목차부터 월별로 구성되어 있다.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자신이 시한부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떠오르는 생각들이 메모 형식으로 모여 있다.
뭐랄까.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기분이었다. 죽음은 솔직히 아직 나에게 먼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아예 먼 미래도 아니다.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읽다보니 마음이 아프다가도 두렵다가도 초연해진다. 구절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다. 요즘은 SNS에 가벼운 구절들이 잔뜩 있다. 더 잘나 보이려고, 더 감성적인 척하려고 쓰는 문장들과는 달랐다. 인문학의 정수라고 불리는 철학을 공부했고, 인생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이 쓰는 문장에는 깊이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 곳곳에 눈길이 갔다. 구절 하나하나를 필사했다던 분, 곱씹었다는 분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글이 많지 않고 여백이 많은 책이지만, 그 여백 사이사이로 내 생각이 채워진다. 그래서 급하게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쉬어가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면,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면 그런 그대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마음에 드는 구절들
“한 생을 세상에서 산다는 건 타향을 고향처럼 사는 일인지 모른다. 그러다가 어느 때가 되면 우리는 문득 거기가 타향임을 깨닫고 귀향의 꿈과 해후하는 것은 아닐까.”
“나를 위해 쓰려고 하면 나 자신은 너무 보잘것없은 존재라고, 그러나 남을 위해 쓰려고 할 때 나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귀한 것이 된다고.”
“공간들 사이에 문지방이 있듯 시간들 사이에도 무소속의 시간, 시간의 분류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잉여의 시간이 있다. 어제와 내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아무런 목적도 계획된 스임도 없는 시간, 오로지 자체만을 위해서 남겨진 공백의 시간이 있다.”
“모두들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길은 언제나 곡선이다. 길을 가다 보면 다른 길이 기다리고 또 만들어진다. 그것이 생 스스로 가는 길이다. 생은 과정이지 미리 결정된 시스템이 아니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출판 흔이 책은 웹툰 ‘유미의 세포들’에서 직접적인 광고가 됐던 책이라, 당시 웹툰을 즐겁게 보던 나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특히나 제목이 책 제목이라기보다 힘든 날 일기장에 쓸법한 문체여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책과 생긴 이러한 인연 때문일까. 요즘 유행하는 한 달에 일정 요금을 지불하면 책을 대여할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고 이 책을 제일 처음으로 대여했다. 죽음과 떡볶이가 먹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잘 요리했을까. 궁금한 나머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더보기
이 책은 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 되는 상태를 앓는 저자의 치료 기록을 담은 책이다. 서문을 제외하고는 전부 저자와 저자의 상담 선생님과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치료 받는 동안 녹음을 했다고 한다. 그 녹음본을 다시 듣고 정리했고, 그 내용을 모아서 출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들이 ‘구질구질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공감하지 못하기도 하면서, 마치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서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 내려갔다. 우리가 예상하는 기승전결이나 막연한 해피엔딩은 없다. 그저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기분이 한껏 좋았다가 우울해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고 싶다가도 떡볶이가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왜 이렇게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거지?’ 하면서 그렇게 계속 읽었는데, 문득 내 인생의 어느 순간들이 겹쳐 보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도 그랬다. 이런 감정은 이 사람에게만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도 나를 파괴하고 싶었다가도 또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꼈고, 남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일에 죽을 만큼 아파하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저자를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저자가 앓고 있는 우울 증상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신체적인 질환만큼, 어쩌면 더 힘든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내가 공감했다고 말했지만 진정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의 꿈을 꾸고 있는 나에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히 이해할 순 없더라도 공감하는 것이 우리에겐 필요한 것이다. 나에겐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미래의 학생들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만약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은’ 상태가 된다면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읽을 땐 별 생각이 없었지만,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제목에 끌렸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었다면, 그리고 지금 힘들다 생각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음에 든 구절들
“나는 예술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내게 믿음을 줬다. 오늘 하루가 완벽한 하루까진 아닐지라도 괜찮은 하루일 수 있다는 믿음, 하루 종일 우울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일로 한 번 웃을 수 있는 게 삶이라는 믿음. 또 내 밝음을 드러내듯이 어두움을 드러내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한다. 그 어떤 사심도 없이 누군가의 마음에 공들여 다가가고 싶다.”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출판 웅진지식하우스이 책의 제목을 접하고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자 얼마나 있으랴. 제목이 주는 그 위화감 때문에 이 책을 올해의 첫번째 책으로 선택했다. 사전에서 말하는 ‘하마터면’은 위험한 상황을 겨우 벗어났을 때 쓰는 말로, ‘조금만 잘못하였더라면’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위험한 상황이 ‘열심히 산다’는 것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특히나 우리나라는 ‘열심히’의 가치를 높게 산다. 뭐든 다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사람의 인생을 시뮬레이션 한다는 게임 ‘심즈’에서조차 자신의 ‘심’들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또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었다는 한국인들의 자조 섞인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더보기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단연 돋보인다. 저자는 처음부터 동일한 메시지를 다양한 자신의 일화를 곁들여 전달한다. ‘열심히 사는데 내 삶은 왜 이모양인가.’하는 억울한 마음에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가 되면서 ‘열심히’보단 ‘게으르게’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 저자의 인생 성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맹목적으로 열심히 사는 것에 매달리는 삶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 평범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내가 행복해졌는가? 그 질문에 대해서는 머뭇거리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던지는 이런 의문에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어디로 그렇게 열심히 가고 있었던 걸까.
열심히 살고 있는 당신들에게,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지 않다고 자책하고 있을 당신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 2020년에는 열심히 말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마음에 든 구절들
“열정도 닳는다. 함부로 쓰다 보면 정말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게 된다. 언젠가는 열정을 쏟을 일이 찾아올 테고 그때를 위해서 열정을 아껴야 한다. 그러니까 억지로 열정을 가지려 애쓰지 말자.”
“힘을 빼면 넘어지고, 뒤처질까 봐 힘을 뺄 생각을 못 했다. 부끄럽지만 겁을 먹었다. 힘을 뺀다는 건 딱딱하지 않다는 것, 유연하다는 것, 자연스럽다는 것,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것, 겁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가장 빨리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 ‘비교’를 추천한다. 그건 실패가 없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