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열두 방향(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3)(양장본 HardCover) 작가 어슐러 K. 르귄 출판 시공사 puritypiano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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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 열두 방향은 어슐러 K. 르귄이 데뷔한 이래 10년 동안 발표한 단편 작품 중 작가가 선정한 17개의 단편을 모은 회고전 성격의 모음집이다. 이 소설은 SF, 판타지 장르의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로케넌의 세계, 유배행성, 환영의 도시, 어둠의 왼손 등으로 대표되는 SF 소설인 헤인 시리즈,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로 대표되는 판타지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작품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이 모음집은 다수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기에 전체 단편의 내용을 적기에는 무리가 있어, 본 소설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몇 가지 단편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먼저 ‘샘레이의 목걸이’라는 SF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 가장 낭만적이라고 표현한 소설이며, 아인슈타인의 시간 지연 이론을 바탕으로, 광속으로 우주여행을 다녀온 후 발생하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즉, 물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은 1/10으로 흐르게 되어, 광속으로 1년을 여행하고 돌아오면, 출발지는 10년이 지나가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지식은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그 당시 시간 지연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제작되기도 하였다.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Queen의 ’39라는 제목의 음악인데, 본 단편과 어울리는 가사 내용과 음악이라 본 음악을 들으며 소설을 읽어보라고 추천해 본다.

    Queen - ’39

    In the year of '39 assembled here the Volunteers

    39년 째 해에 지원자들이 모였어

    In the days when lands were few

    거의 모든 대지가 사라져 가던 그 때

    Here the ship sailed out into the blue and sunny morn

    여기 청명하고 화창한 아침에 출항한 배가 있었네

    The sweetest sight ever seen

    한 번도 본 적 없던 황홀한 광경이야

    And the night followed day And the story tellers say

    세월은 흘렀고 이야기꾼들은 말했지

    That the score brave souls inside

    용감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For many a lonely day sailed across the milky seas

    외롭고 긴 나날 동안 은하수를 항해했다며

    Ne'er looked back, never feared, never cried

    절대로 뒤돌아보지도, 두려워하지도, 눈물짓지도 않았대



    Don't you hear my call though you're many years away?

    수 많은 시간을 넘어, 내가 널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니?

    Don't you hear me calling you?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니?

    Write your letters in the sand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모래에 묻어

    For the day I take your hand

    내가 네 손을 잡게 되는 바로 그 날에 전해줄 편지들

    In the land that our grandchildren knew

    우리 후손들이 알았던 그 땅에



    In the year of '39 came a ship in from the blue

    39년 째 해에, 우주선은 푸른 하늘에서

    The volunteers came home that day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

    And they bring good news of a world so newly born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다는 좋은 소식을 전했어

    Though their hearts so heavily weigh

    이내 마음은 무거워졌지만 말야

    For the earth is old and grey, little darling we'll away

    지구는 더 늙어 잿빛이 되었으니, 우린 이제 여기를 떠나자

    But my love this cannot be

    하지만 내 사랑, 이럴 수는 없는데

    For so many years have gone though I'm older but a year

    수 년의 시간이 지나갔지만 난 한 살밖에 먹지 않았고

    Your mother's eyes from your eyes cry to me

    너의 눈에 비친 네 어머니가 나를 보고 울고 있어

    Don't you hear my call though you're many years away?

    수 많은 시간을 넘어, 내가 널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니?

    Don't you hear me calling you?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니?

    Write your letters in the sand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모래에 묻어

    For the day I take your hand

    내가 네 손을 잡게 되는 바로 그 날에 전해줄 편지들

    In the land that our grandchildren knew

    우리 후손들이 알았던 그 땅에

    Don't you hear my call though you're many years away?

    수 많은 시간을 넘어, 내가 널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니?

    Don't you hear me calling you

    내가 널 부르는걸 들을 수 있니?

    All your letters in the sand

    모래에 묻어놓은 그 모든 편지들

    cannot heal me like your hand

    다 무슨 소용이지, 네 손만큼 나를 치유해줄 수 없잖아

    For my life, Still ahead

    아직도 내 삶은 이렇게 많이 남아있는데

    Pity Me

    불쌍한 나

    다음에 소개하고 싶은 단편은 ‘명인들’이라는 단편이다.

    과학이 고정된 지식만 인정되는 사회, 그 사회에서는 새로운 이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단으로 취급된다. 마치 갈릴레오와 종교재판을 연상하게 하는 주제였으며, 본인이 이공계 계열이라 그런지 더욱 몰입하며 작품을 읽었던 것 같다. 본 작에서 인상 깊었던 문구는 “그 사람은 이 세상과 신 사이의 거리를 재려고 시도 했다” 인데, 세상을 변화 시키는 것은 무모하지만 용기 있는 도전으로부터 시작기에, 그리고 항상 도전을 두려워하는 나였기에, 더욱 맘에 와 닿았던 것 같기도 하다.

    세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단편은 ‘겨울의 왕’ 이다.

    앞의 ‘샘레이의 목걸이’가 후에 헤인 시리즈 중 하나인 ‘로케넌의 세계’의 출발점이 되었다면, 본 단편은 ‘어둠의 왼손’의 시작점이 된 단편이다. 본 소설은 수미쌍관 기법이 완벽하게 구현되어있는 소설이며, 처음 시작 장면은 소설이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연상되며, 완벽한 스토리로 끝을 맺는다. 스토리를 짧게 요약해 보면 겨울 행성의 왕은 그를 꼭두각시로 만들고자 하는 세력에게 세뇌를 당하게 되며, 그를 인지한 왕이, 치료를 위해 겨울 행성에 와 있던 과학이 우수한 다른 외계종족의 도움을 받아 80광년 떨어진 외계종족의 행성으로 떠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긴박감 넘치게 풀어 놓고 있다. 본 소설은 겨울 행성 종족을 양성으로 표시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작가의 페미니즘 사상과의 충돌로 인해, 종래 he로 표현하던 3인칭 단수를 개정판에서는 she로 표시하는 등 몇 가지 변화가 있었으며, 양성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남성형 명사와 여성형 명사가 혼재되어 사용되는 등 흥미로운 설정이 눈에 띄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단편은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이다.

    오멜라스 라는 도시 이름은 작가가 ‘살렘(오리건)Salem(Oregon)’이라는 도로 표지판을 거꾸로 읽은 데서 착안했다고 하며, 어떤 법도 정부도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 도시인 오멜라스에서 일어나는 어둠에 대해 묘사고 있다.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나에게 충격과 고민거리를 선사한 소설이었는데,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행복하고 풍요로운 오멜라스라는 도시가 있으며, 그 도시는 어떤 마법적인 계약에 의해 희생양을 두고, 그 희생양이 불행한 상태여야만 현재와 같이 행복과 풍요를 유지할 수 있는 도시이다. 그 과정에서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의 불행으로 도시의 행복이 유지되는 것에 염증을 느낀 몇몇 시민들은 그 아이를 구하려 하지만, 그 시도는 저항에 막혀 실패하고, 그들은 그 사실을 견디지 못해 도시를 떠나는 것이 이 단편의 줄거리이다.

    약육강식, 자본주의, 이기주의로 묘사되는 요즘 사회에서 누군가의 희생은 너무나 보잘것없고 무가치한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만 편하면, 내게 이익이 된다면 누군가의 희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되며, 사회적 약자는 사회 전체의 안정과 이익을 위해 쉽게 희생될 수 있는 소모품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도덕이 상실된 시대라고 하는 요즈음, 본 단편은 나에게 많은 고민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

    한 명의 희생으로 다수가 행복하다면 그 희생은 과연 정당할 것인가?

    하나의 진실을 숨김으로써 다수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 진실은 모르는 척해도 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바른 세상은 한 명의 희생으로 다수가 행복한 사회가 아니라,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 이익보다 정의로운 진실이 우선시 되는 사회가 어려워도 바람직한, 그리고 행복한 사회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이익과 현실의 한계에 의해 언제든지 흔들리 수 있기에, 언제나 나에겐 고민거리 이자, 어려운 선택으로 남아 있다.

    나는 과연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처럼 불의를 못본척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무책임하게 떠나지 않고, 어렵지만 정의로운 진실을 위해 저항할 수 있을까?

    (참고로 본 단편은 방탕소년단의 ‘봄날’이라는 음악 뮤직비디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본 단편집은 위에서 설명한 4편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멋진 상상력과 심리학적 실험이 돋보이는 깊이 있는 작품이 많이 있으며, 인문학적 소양에 기반을 둔 작가의 다양한 메시지와 은유적 이야기,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인해 읽는 동안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단편집이었다. 물론 SF 소설이 다수 포함되어 과학적 배경으로 인해 다소 어려운 단편도 있긴 하지만, 한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기에 추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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