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본가가 있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보게 된 책이다. 도서관의 신간코너를 살펴보다가 매우 특이한 제목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길래 칵테일과 러브 그리고 좀비가 이 책의 제목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 책은 단편집인데, 각각의 단편들이 담고 있는 내용이 짧고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첫번째 단편인 <초대>에서는 어렸을 때 먹은 회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목에 걸린 가시로 고통받고 있는 채원이 나온다.
두번째 단편인 <습지의 사랑>은 매일 지루한 나날을 반복하는 물귀신이 숲귀신을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세번째 단편이자 이 책의 제목인 <칵테일, 러브, 좀비>는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되어버린 아빠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가진 주연과 주연의 어머니가 나온다.
네번째 단편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에서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서 자신을 낳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 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주인공이 나온다.
이 네가지 단편 중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이다. 오버랩 나이프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결혼을 막고 자신을 낳는 것을 막으려는 주인공만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어머니 또한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 주인공을 막으려 애쓴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네 번째 단편을 읽으면서 연신 감탄했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에서 주인공에게는 총 세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각자의 기회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하는 것을 막으려 자신의 아버지가 될 남자를 칼로 찔러 죽이기까지 하지만, 결국 주인공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네 번째 단편을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는 허무하고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다. 주인공이 너무 안쓰러워서 이렇게까지 주인공에게 가혹했어야 하나라는 원망이 들 정도였다.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바꿀 세 번의 기회는 사실 기회가 아니라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게 돼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치였을 뿐이다.
나는 사실 후회하는 일이 많다.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는 갑자기 과거의 일이 떠오르고, 나는 이내 이불킥을 한다.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달라졌을까?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하고 그때 그러면 안 됐는데...하면서 현재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많았다. 코로나로 인해 밖으로 나가서 활동하는 시간이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과거의 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나는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에서 결국 과거의 일을 바꿀 수 없다는 절망적이지만 현실적인 교훈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거에 내가 했던 선택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과거의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것이 아니라고 나를 위로할 수 있었다.
장편소설을 읽는 것을 꺼려하거나 호흡이 긴 책이 싫은 사람들, 그리고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에 빠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칵테일, 러브, 좀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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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안전가옥 쇼-트 2) 출판 안전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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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막으려는 주인공이 나온다는 부분까지는 진부하게 느껴졌는데, 어머니 또한 시간을 되돌려 주인공을 막는 모습에 머리가 띵하네요. 존재를 지우기 위해 또는 지키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과 어머니가 복잡한 심경을 느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남자가 죽는데도 계획이 실패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현재에 존재하는 주인공을 존재하지 않도록 과거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2020년 한 해는 자신에게 가혹해지기 쉬운 해였는데, 짜비님의 서평 덕에 저도 위로받았어요. 앞으로는 저를 더 아껴줘야겠어요. 짜비님도 걱정을 덜고, 남은 2020년도를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네요!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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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을 하는 것은 참으로 진부한 소재이지만,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매력적이고,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주인공의 아버지가 될 남자가 죽는데도 결국 주인공의 계획이 실패하는 부분은 주인공의 어머니가 시간을 되돌려 주인공이 자신의 남편이 될 남자가 죽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 뒷부분부터는 약간 스포예요.) 시간을 과거로 되돌린 어머니는 주인공이 남자를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훗날 자신이 낳을 주인공을 과거에서 죽이게 됩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주인공이 점점 자랄수록 자신이 과거에 죽인 사람과 외모가 너무 흡사해서 주인공을 외면하게 되구요. 처음 오버랩 나이프 부분을 읽었을 때는 참 가혹하고 절망적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계속 내용을 곱씹을수록 과거를 되돌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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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번님이 제 서평으로 인해 위로 받았다니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하루입니다. 서번님도 남은 2020년을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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