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인류 문명에 내재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독일 나치 시대에 일어났던 유대인 학살을 역사적으로 아주 예외적인 사건으로 생각했는데, 사실 홀로코스트가 엄청나게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인류 문명 사회에 내재된 혐오가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어떻게 발현이 되는지, 또 새로운 혐오를 어떻게 조장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준다.
사실 홀로코스트 이전에도 유대인에 대한 주기적인 학살은 진행되어 왔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왜 유독 유대인을 혐오했을까?? 사실 유럽 그리스도교 문명권은 유대인에 대한 호감을 갖기 힘들다. 왜냐? 예수님이 돌아가시게 된 장본인이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즉 유대인 혐오의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종교적인 적대감이다. 유대인 혐오의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유대인이 유럽인들에게는 이방인이자 이교도인이었던 탓에 유럽인들에게 유대인은 너무 가까우면서도 너무 먼 존재였다. 홀로코스트 이전 유대인 주기적 학살이 자행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우리는 여기서 전통적 유대인 혐오(반유대주의X)는 종교적 편견이나 이방인에 대한 차별이지, 인종주의적 편견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홀로코스트가 일어난 것은 인종주의적 편견에 기반을 둔 것이 맞다.
인종이라는 것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발명품이다. 인간 분류의 기준이 피부색이 된다는 것은 아주 새로운 발상이었던 것이다. 유럽의 제국주의로 인해 식민주의가 뻗어나가고, 타문명의 사람들은 유색인종이라는 범주 안에 가두면서 식민지를 <열등한 피지배층>으로 착취하게 된 것은 사실 생각보다 오래 되지 않았다. 18세기 린네의 분류학-인간과 동물을 동일한 방식으로 분류하는-을 통해 인간을 백색의 유럽인, 홍색의 아메리카인, 갈색의 아시아인, 흑색의 아프리카인으로 분류하게 된다. 유색인종을 백인종과 달리 분류하여 낯선 타자로서 표현한 것이다.
독일 반유대주의의 두 번째 원인은 반공주의다.
1920년대 독일에서 좌우 대립의 격화 및 1929년에 세계 대공황이 발생하면서 전쟁 배상금에 허덕이고 있던 독일 자본주의체제가 무너질 위기를 느낀 기득권과 극우 세력은 신생정당이었던 나치당을 지지하게 된다. 이때, 독일이라는 민족 공동체의 단결을 유지하고자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이다. 왜 하필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을까? 독일 사회의 유대인 이미지는 이러하다.
1)독일인의 돈을 빼앗는 악덕기업가 2)공산주의자
독일은 이 중에서 공산주의자 이미지를 좀 더 많이 활용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인종주의+반공주의의 결합이 생겨난 것이다.
즉 독일의 반유대주의는 인종주의와 반공주의의 결합이다. 혐오는 감정적인 것으로, 다른 혐오로 쉽게 이어진다. 유색인종(어두운 피부색 혐오)가 특정한 정치적 상황에 직면하면서 공산당(빨간색 혐오)로 오버랩(유색인종의 혐오와 붉은 공산당 무리에 대한 혐오의 결합)된 것이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망하면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 유럽열강들이 쇠퇴하고 식민지가 독립함에 따라 인종주의는 쇠티하고 반공주의 우세하게 된다 즉, 순결치 않은 유색 혐오가 레드 콤플렉스로 전이되었다.
증오하는 인간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대안 혹은 해결책은 무엇일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많이 고민해봐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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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하는 인간의 탄생 출판 역사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