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길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바라면서도 다른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를 두려워한 나에게 어떠한 정답을 가져와 줄 것만 같은 책이었다. 나의 삶을 보다 더 선명하게 해줄 수 있는.
하지만 책 한권이 뒤집기에 나의 삶은 너무 두꺼웠고, 나에게 도움이 될 명확한 정답을 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가장 좋아하고, 처음 읽은 21살 때 이후에도 간간이 책을 펼쳐 좋아하는 부분을 읽곤한다. 그건 아마 이 소설의 주인공인 '영훈'이 겪어온 일생에 대한 동질감과 그의 삶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 때문일듯하다.
이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영훈'은 대학 입학 이전엔 강진이라는 도시에서 지낸다. 자신의 방황을 정리하고 올바른 삶의 궤도로 돌아가고자 형의 일을 도우며 검정고시를 치고, 대학 입시를 치른다. 이 과정에서 강진의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영훈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무사히 대학입시를 마치고 서울 소재의 대학의 입학한 영훈은 '김형'과 '하가'라는 학우와 술자리를 가지며 삼총사마냥 붙어다니곤한다. 이 셋의 이야기배경이 되는 장소는 대부분이 술자리일 정도로 셋은 술과 함께 산다. 술 때문에, 술을 이유로한 여러 에피소드가 나온다. 술 때문이었는지 젊음이 주는 호기로운 패기인지는 몰라도 그들의 이야기는 다소 충동성과 무모함을 가지고 있다.
김형의 죽음과 자신의 생활에 대한 피로로 영훈은 대학을 떠나 바다로 향한다. 영훈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겨운 잔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참고 견뎌낼 것인가.' 여기서 잔은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말한다. 영훈은 여정 끝에 바다에 도착하고 갈매기를 본다. 파도에 삼켜진 갈매기를 보며 존재는 존재하고 있을 때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영훈
은 자신의 삶을 이어나간다.
영훈이 자신의 삶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방황하며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점이 멋있게 다가왔다. 나에게 주어진 힘겨운 잔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참고 마실것인가. 삶은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쓰디쓴 잔 따위는 버리고 나를 괴롭히는 고통으로 부터 도망치고 싶다. 절망의 순간이다.
하지만 작가는 절망이야 말로 가장 순수한 정열이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향한 노력이 끝을 맞이했을때, 비로소 자신에게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자신만 있을때, 나에게 다가오는 정열. 그것이야 말로 가장 자신의 것인 것 같다. 자신만의 것으로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존재인 것이라 느꼈다.
당장 죽을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지나온 과거를 곱씹는다. 하지만 젊음은 다르다. 미래를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젊음이라는, 한창 꽃피는 나이의 사람들은 그 다음해에 있을 꽃을 생각한다.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추상적인 젊음은 나에게 질문을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느냐고 묻는다. 계속 맞이하게될 고통과 시련을 견딜 수 있게 할 근거가 무엇이냐고 추궁한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름의 답을 생각해본다. 언제나 명확한 답은 나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생각들에 힘입어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
-
젊은 날의 초상(오늘의작가총서 12) 출판 민음사
- 1 person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
책 한권이 바꾸기에는 나의 삶은 너무 두꺼워졌다는 표현 참 신선하네요. 저도 최근에 인생에 대해 생각이 많은데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삶, 인생에 대한 고민은 사실 끝도 없는 것이겠지만, 항상 거창하고 멋진 결론을 내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저는 오히려 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올려주신 서평을 읽고나니 비슷한 또래인 주인공의 삶을 보고 그의 인생에 대한 고찰을 따라가면 막연하게 미뤄둔, 그러나 꼭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질문들을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꼭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