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더듬이 선생님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새싹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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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더듬이 선생님

    사실 부끄럽지만 나는 말을 잘 하는 성격이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면 대답을 아예 못해서 머뭇거리거나 혹은 어떻게든 대답을 하려고 하면 횡설수설거리고 더듬기도 한다. 이 점 때문에 교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진로고민도 심했고, 그것은 아주 최근까지도 지속되었었다.

    그랬던 만큼 제목이 마치 나를 의미하는 것 같아서 눈길을 끌었다. 보통 교사는 말을 하는 직업이니 만큼 말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어떻게 봐도 그렇게 좋은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무라우치 선생님’은 말을 더듬으며 말 전달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오히려 그 누구보다 ‘선생님’으로서의 책임을 다 한다. 오히려 이 책은 나에게 선생님의 역할에서 ‘말을 잘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책은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리고 각 단편마다 주인공이 되는 학생이 변화한다. 난 이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선생님이 되어 만나는 학생이 사실 아주 여러명이고 다양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오히려 한 학생만 중점적으로 서술했다면 사실감이 덜했을 텐데, 무라우치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게 되는 여러 명의 아이들이 책에 나오게 되어 더욱 사실성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4번째 ‘파랑새’라는 단편이다. 무라우치 선생님은 매일 출석을 부르는데, 반 아이들은 33명인데 총 34명의 출석을 부른다. 그리고 33명의 학생이 있는데 책상은 34개이다. 지금은 교실 내에 없는 1명의 이름은 ‘노구치’이다. 노구치는 학교 내에서 왕따로 인해 자살시도를 했고, 다행히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이후 해당 학교를 떠나 전학을 갔다. 그렇지만 무라우치 선생님은 그 아이를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출석을 부르고, 노구치가 앉았던 책상도 교실에서 빼지 않았다. 그 아이가 잊히지 않기 위해서이다. 무라우치는 이것을 ‘책임’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해당 사건에 있어 무라우치 선생님의 말을 정리한 것이다.

    왕따를 당한 노구치는 너희를 원망할지 증오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너희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너희는 평생 노구치에게 잊을 수 없는 일을 했기에 너희가 그것을 잊는다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노구치를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책임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한 일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재 교내의 따돌림 사례는 소수인 편이 아니며 횟수를 떠나 이러한 학창시절의 따돌림이 시간이 지나도 피해자의 기억에 평생 남아 트라우마로 작용한다는 점이 참 심각하고 안타깝다. 우리가 따돌림과 학교폭력과 같은 사례에 있어, 결국 피해자 학생이나 가해자 학생이 해당 학생이 떠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무라우치 선생님은 노구치를 기억하기 위한 행동들로 왕따를 당한 학생을 잊지 않으며 그리고 왕따를 주도하고 혹은 방관했던 학생들 모두에게는 진정으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이 길어졌지만 해당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아서 어떻게든 언급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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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더듬이 선생님인 ‘무라우치 선생님’은 말을 더듬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꼭 필요한 말만, 해야 할 말만 한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 교사가 아이들에게 말을 걸 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여러 수식어구가 화려하게 붙은 유창한 말솜씨라기보다, 오히려 말뿐인 위로가 아닌, 말이 없더라도 아이의 옆자리를 묵묵히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도 말을 길게 이어나가지 못하는 편이라 그런지, 말더듬이 선생님을 읽다 보니 그런 점에서 살짝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어려운 내용이 아니기도 하고, 어쩌면 교대를 준비하며 읽어 본 학우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만약 나와 같이 사람에게 말을 하는 것에 있어 큰 부담이나 어려움을 느끼는 학우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교사의 능력이 말을 잘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말보다 무라우치 선생님과 같이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켜줄 수 있는 선생님이 더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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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리뷰가 정말 감명깊어요! 무라우치 선생님이 왕따를 당해 전학간 학생의 이름을 그 학생이 없는 현재에도 계속 출석을 통해 언급하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폭력을 가했던 학생, 방관했던 학생들이 적어도 무라우치 선생님이 있는 한, 자신이 한 행동을 절대 잊지 못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말을 잘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며 선생님의 능력 중 유려한 말솜씨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느깜이 들어요. 꼭 읽어보아야겠어요 !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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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요즘 이런저런 경험들을 하면서 \'결국 선생님은 말하는 직업이고, 말주변이 좋은 사람이 잘할 수 밖에 없겠지?\'하고 가볍게 좌절(?)했었는데요. 이 리뷰를 통해 희망을 얻고 갑니다~ 훌륭한 선생님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품을 내줄 수 있는 진심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책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요. 좋은 선생님이 되고싶어지는 리뷰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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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첫문장 부터 너무 공감돼요..! 저도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이런저런 고민이 많고 가끔은 자존감도 떨어질 때가 있는데, 교사의 능력이 말을 잘하는것이 아니라 말이 조금 부족해도 학생의 곁을 지켜주는 교사가 좋은 교사라는 것에 감명 받았어요. 특히 소개해주신 파랑새라는 단편 속 무라우치 선생님이 정말 존경스럽고 닮고싶어요.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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