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매력적이면 대개 글을 쓴 작가가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분명 ‘청춘의 문장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김연수’라는 사람을 알아가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마치 그의 청춘, 그의 삶을 고스란히 즙 짜서 만든 고함량의 농축액같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한 편의 시와 연관시켜 많은 글을 썼고, 이를 모아 ‘청춘의 문장들’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청춘이라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책이 있을까. 그가 적는 글들은 정말 마음을 울린다. 청춘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서툴고, 시리고, 외로운 다양한 순간들이 공존한다. 그는 이러한 청춘의 경험과 감정을 녹여서 한 문장, 한 문장에 섬세하게 담아냈다. 이런 게 바로 작가지, 문학을 하는 사람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거의 일들을 잘 추억하는 편이 아니다. 정말 가끔, 어렴풋이 그때는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잠깐 기억을 떠올려보는 정도이다. 과거를 추억하기보다 현재와 미래에 주목하고 나를 발전시켜야한다는 생각이 강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과거를 세세하게 추억하고 그려내는 사람들이 참 신기하다. 물론 시간이 지나 미화되고 각색이 된 기억일 수 있으나 과거의 향수를 아직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래서 김연수 작가의 이 책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 시와 연관 짓고, 과거의 장면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르도록 글을 쓰는 그의 능력이 부럽다. 그의 글 중 마음에 들어 필사해둔 부분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친다.
p.136
그 집의 식구들은 모두 스물넷에서 서른 두 살 사이의 사람들이었다. 인생의 정거장 같은 나이. 옛 가족은 떠났으나 새 가족은 이루지 못한 나이. 그 누구와도 가족처럼 지낼 수 있으나 다음날이면 남남처럼 헤어질 수 있는 나이. 그래서인지 우리는 금방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친해질 수 있었다.
p.151
‘세월이 흘러가고 먼 훗날,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많이 변해 있을까 지금은 함께 있지만’ 이라든가 ‘잊혀지면 그만인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 세월가면 잊혀지려나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을 텐데’ 같은 노래들. 여전히 삶이란 내게 정답표가 뜯겨나간 문제집과 비슷하다.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정말 맞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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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출판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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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관련 서평 잘 읽었습니다 🙂 \'인생의 정거장 같은 나이, 그 누구와도 가족처럼 지낼 수 있으나 다음날이면 남남처럼 헤어질 수 있는 나이. 그래서인지 우리는 금방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친해질 수 있었다\'라는 말이 와닿네요. 지난 겨울 혼자 유럽여행을 가며 동행한 사람들과 처음 본 사람임에도 금방 친해지지만 바로 다음날 남남처럼 헤어지며 느꼈던 마음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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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문장이 가진 힘은 헤아릴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책을 읽으며 이야기나 인물에 푹 빠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장에 빠지는 순간을 참 좋아한답니다. 문장이 마치 살아 숨쉬는 것만 같은 느낌, 문장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홀리는 느낌... 그래서 저 역시 작가의 문장력, 표현력을 숭상해요. 추천해주신 책들의 문장들이 벌써부터 제 마음을 두드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