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심각해지고,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코로나19에 공포감을 느끼고 외출을 자제하며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사람들은 작은 천 조각 마스크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서 애를 썼으며 그 결과 마스크 대란까지 일어났다. 마스크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고 마스크 수요가 급등하자 마스크의 가격도 말도 안 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역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여러 약국을 돌아다녔고 줄까지 서가면서 마스크를 구매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채워나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소설 속 오랑 시에서 사는 시민들의 모습이 나는 지금 현재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오랑 시에 사는 시민들은 페스트로 인해서 매일 수백 명의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지만 오랑 시 거리에는 사람들로 넘쳐났으며 카페테리아에도 수많은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점차 지나자 오랑 시 사람들은 “절망의 습관화”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고통에 대해서 무뎌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페스트로 죽은 사람들의 장례식을 제대로 치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나중에는 장례식을 서서히 서서히 놓기 시작하다가 후엔 죽은 사람들을 무더기로 그냥 묻어 버린다. 여기서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은 사랑과 우정의 감정과 능력도 점차 발휘를 하지 않게 된다. 미래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사랑해서 희생하고 인내하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가 눈을 뜬 채, 자고 있는 상태가 된다.”
소설 속 타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공감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 그는 인간의 삶 자체가 페스트이며 세상 자체가 페스트라고 말한다. 그리고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세상의 페스트와 내 안의 페스트에서 저항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저항하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보건대를 만들고 사람들을 돕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런 타로의 모습을 보고 나의 모습을 반성했다. 나는 코로나-19 초기에는 빨리 이 바이러스가 종식되었으면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피해를 받지 않은 나는, 코로나로 인해서 비대면 강의로 수업이 이루어져서 집에서 편하게 하루를 보냈던 나는, 코로나로 피해받는 고통이 추상적인 곳에 넣어두었다.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이 익숙해졌고 코로나 종식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살고 있다. 더 이상 방역에도 신경을 잘 쓰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잠깐 그냥 이 상태가 계속되어서 학교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완전히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졌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잘 못 되었음을 인지하고 바로 반성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단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내가 타인 고통을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은 명백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페스트]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밑줄을 치고 꼭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한 말을 소개하며 최종 나의 감상 에세이를 마무리하고 싶다.
리우:
“인간은 관념이 아닙니다.”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 지도 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이 문장이 나를 때렸다. 그렇다. 인간은 관념이 아니다. 나는 관념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이 아닌 세상, 실재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이다. [페스트] 책의 제사로 다니엘 디포의 말을 이제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페스트는 단순히 바이러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비도덕적인 모든 것들을 함축하고 있는 단어라고 나는 생각한다. 타로의 말대로 인간 모두는 각자 자신 속에 페스트를 가지고 있다. 그 페스트는 우리를 감옥 속에 갇히게 하며 그 관념 속에 사로잡혀 변화하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 우리는 이런 페스트를 밖으로 꺼내서 세상의 페스트와 함께 부서야 할 것이다. 카뮈는 그 방법이 성실성 즉, “연대와 공감”이라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의 나는 나의 관념을 찾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관념을 지우고 내가 실재 속에 존재하게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모든 행동들과 생각들을 반성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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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세계문학전집 267) 출판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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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익숙해진다는 사실이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기대가 없으니 자기가 편한대로 행동하고, 또 그런 모습에 화조차 나지 않는다면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함께 없어져 버리겠죠. 코로나 사태가 점점 더 나빠지는 모습을 뉴스로만 접하다 보니, 사망 소식도 정말 숫자로만 느껴지더라고요. 누군가에겐 참담한 현실일 텐데, 저도 서평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마지막 문단의 내용은 페스트를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보고 싶네요.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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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 시에서 일어난 페스트재난의 상황이 현재 코로나와 겹치는 것 같습니다. 연초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소식을 볼 땐 가슴이 아프고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요즘은 뉴스를 봐도 무덤덤해진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이 소설 속 타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고 살아갔는지 궁금하네요 책 서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