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으려는 의미만으론 믿음이 생기지 않아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젊은 ADHD의 슬픔> 책으로 처음 접한 정지음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작가 특유의 화려하고 유쾌하지만 솔직한 문체를 좋아해서 신작 에세이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구매하게 되었다.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만날 때면 인덱스로 꼼꼼히 표시해가며 여러 번 읽었다.
이 책은 인간과 인간이 맺는 그 관계의 복잡성에 대해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내향적이고 여럿보다 혼자가 편한 나 역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행복과 절망을 동시에 느끼곤 하였다.
관계라는 것은 항상 어렵고 마음처럼 쉽게 풀리지 않으며 때론 다 놓아버리고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인간은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살아가기 쉽지 않다고도 느낀다.
이러한 양가감정이 공존하는 상태에서 사람을 만나면 항상 가면을 쓰거나 내가 가진 에너지를 탈탈 털어 쓰게 되는 것 같다.
결국 나는 감정의 빈털터리가 되어 자꾸 지쳐 가는 것이다. 이는 나에게만 해당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이 많은 탓일까 막상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휩쓸려 살다 보면 이러한 점을 잊고 또 흥청망청 마음을 나누어 주게 된다.
“어떤 사이 얼마만큼의 갈등이든 잠깐씩 햇살이 비치거나 물살이 희미해지는 순간이 존재했다. 그 사실을 수용하거나 외면하다 보면, 버티거나 보내주다 보면, 시간이 흐른 후 마지막은 어쨌든 맑음이었다.”
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조금 지칠 뿐이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면 만남에 대한 기대와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설렘과
지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갈 미래의 나에 대한 걱정과 상처받는 것에 대한 이른 두려움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태이지만 항상 기대와 설렘을 안고 새로운 이들을 만나려는 이유는, 결국 사람에게서 얻는 긍정적인 밝음 에너지를 무시하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가 항상 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 흐리고 대부분 맑은 상태라면 나는 그 관계 덕분에 기쁘고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친 상태에서 멍하니 생각해보아도, 그들과 좋았던 기억이 있기에 나는 다시 용기 내어 인간관계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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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출판 빅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