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순간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서울, 시칠리아, 제주 등 여러 세계 나라를 여행하며 그 장소에서 떠올린 누군가에게 쓴 편지들을 모은 책이다.
낯선 타국의 모습을 그림 그리듯 설명하며 전하고 싶은 진심을 다정하게 풀어내었다.
그 안에는 행복도, 즐거움도, 때론 슬픔도 적당한 온도에서 말랑하게 녹아있었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마음을 전하는 편지 글을 읽으니 나도 모르게 그 상황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행복이 이토록 쉬워서. 이정도로 쉽게 행복해지는 인간이 바로 저라서.”
그리고 여행을 하며 얻은 행복은, 그 무게가 가볍든 무겁든 상관 없이 소중한 추억이 된다.
책 속에 묘사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한 자 한 자 읽으며 머릿속으로 가보지도 않은 타국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나도 어릴 적 남해 여행을 갔을 때 이른 아침 해가 뜰 무렵, 여행지에서의 설렘에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침대 바로 옆 작은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남해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보석처럼 햇빛이 부서져 내리는 바닷가 풍경을 본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비몽사몽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았을 때, 아름다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때의 새벽과 아침의 경계선이 떠오르며, 흔히 사람들이 여행의 추억으로, 다시 그곳으로 갈 생각으로 힘든 현재를 버틴다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편지라면 가능할 할 것 같았어요. 부풀어 오른 마음도, 절박한 마음도, 그리운 마음도, 전하지 못할 것 같은 마음도 편지에는 빼곡하게 담을 수 있으니까요.”
“이 편지 덕분에 우리가 잊지 못하는 그때의 우리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면 그것만으로 저는 다정한 답장을 받은 기분일거예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진심을 담는 일이다. 아주아주 솔직하고 빼곡하게.
진심을 있는 그대로 담기는 어렵다. 애쓸수록 그 원형은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나는 누군가를 떠올리면 편지를 쓴다. 내가 전하고 싶은 진심을 요리조리 만져보면서, 진심이 진심답게 전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쉽지 않다. 그래도 쓴다. 글은 진심을 담는 그릇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