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는 아무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의 얼굴과 ‘아몬드’라는 짧은 제목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아이의 표정만 보아서는 도저히 내용을 예측할 수 없었다. 책 표지 속의 무표정한 아이는 주인공으로 열여섯 살의 남자아이 선윤재이다.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아몬드와 비슷하게 생긴 작은 편도체를 가지고 있는데, 이 편도체는 기쁨, 슬픔, 공포, 두려움 같이 일반적인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윤재는 남들보다 작은 편도체를 가지고 태어나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이 있다. 아주 흔해 빠진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윤재의 상황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감히 예상할 수 없지만, 일상을 살아가며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괜찮은지 위로해주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나 윤재는 단지 이러한 감정을 태어날 때부터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두려움을 마주하고도 무표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윤재의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감정을 ‘학습’시킨다. 책을 읽는 동안 감정이란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고 언제든 예외가 존재할 수 있는데, 감정을 학습시킨다고 일반적인 아이처럼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고정된 틀 안에서 자신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삶이 최선의 방법일지 어린 윤재의 모습을 보며 무척 마음이 아팠다. 누구라도 어떠한 상황에 대한 대응에 정해진 정답을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이 윤재의 반응과 같이 다른 감정의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틀렸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이면을 읽어내는 능력이 다 다를 뿐이다.
책을 읽으며 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공감의 사전적 의미는 ‘타인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이다. 심 박사가 폭격으로 인해 다리와 귀를 잃은 소년이 울고 있는 뉴스를 무표정으로 보다가 윤재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넬 때, 엄마와 할머니가 죽어가는 그 순간에 주변 사람들은 눈앞에서 보고 자신의 몸을 사리며 칼부림하는 남자를 말리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연민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느끼지만 타인의 고통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기는 어려워서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을 윤재와 같은 감정 표현 불감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끼고 나누고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다. 윤재는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우정의 감정으로 곤이를 구하다가 죽음의 문턱까지 가기도 했지만, 엄마가 깨어나면서 윤재는 다시 만나는 기쁨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가두고 있던 틀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한 발 내딛으면서 윤재는 세상과 소통하고 진정으로 공감하기 시작한다.
감정 표현 불능증만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타인과 더불어 살지 않고 자신의 명예, 이익만을 챙기는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팽배해진다. 윤재가 감정과 공감을 암기하여 적용하듯이, 바쁜 삶 속에서 타인이 처한 상황에 기계처럼 반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의 삶에만 집중하고 타인에 대해 돌아보지 않는 공감불능사회에서 진정한 공감을 나누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
아몬드(창비청소년문학 78)(반양장) 출판 창비
- 1 person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
나봄님 말씀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서로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 또한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기 보다 제 삶과 제 감정에만 충실히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해요. 공감이라는 자세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
감정을 느끼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 선천적으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윤재의 모습이 너무 짠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ㅜㅜ 바쁜 삶 속에서 타인이 처한 상황에 기계처럼 반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에는 정말 공감합니다. 이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진정한 공감을 나누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