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마리는 그 누구보다 먹는 인생에 진심이다. 일본 특유의 문체와 분위기로 모리 마리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잘 먹는 일’을 담아내고 있다. 나 역시도 매 끼니가 소중한 사람으로서, 평소에는 얼렁뚱땅 제멋대로이지만 먹는 것만큼은 사소한 부분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리 마리의 모습이 마치 내 일처럼 느껴져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요리의 맛은 봄이나 여름 등 계절의 변화, 그날그날의 날씨 상태, 선선하거나 덥거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또 먹는 사람의 기분에도 변화가 있으므로 숟가락으로 몇 숟가락, 몇 개, 몇 그램이라는 식으로 융통성 없이 만들 수 없는 법이다.”
나에게 한 끼 식사가 소중한 이유는 다양하다. 메뉴를 고르는 일부터 직접 만들거나 타인의 손을 빌리거나, 어찌 되었든 식사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고 공들이는 그 설레는 과정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온기가 합쳐진 음식은 메뉴가 소박하든 화려하든 상관없이 입에 넣자마자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 좋아하는 음식이 많고 먹을 때 누구보다 즐거워하는 사람이 훨씬 행복하다는 모리 마리의 말에 백 번 공감한다.
모리 마리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담긴 글을 읽고 있으니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2:겨울과 봄’이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제목, 내용의 영화가 있지만, 이쪽이 훨씬 잔잔하고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줘서 복잡한 생각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아닌 음식이 온전한 주인공으로 대접받는 것 같아 마음이 공허할 때,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도시를 벗어나 먼 시골로 떠나고 싶을 때 자주 찾는다. 만화로도 보고 벌써 몇 번씩이고 보았지만, 여전히 나의 영화 리스트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다.
‘정신적 귀족이 만드는 우아한 세계’ 라고 칭해지는 모리 마리의 세계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오로지 모리 마리 자신의 판단에 의해, 그녀의 마음이 가는 대로 스스로 움직인다. 잘 먹는 것에 진심인 모습,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자기만의 철칙이 뚜렷한 모습,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반대로 싫어하는 것은 싫다고 분명하게 말하는 모리 마리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떤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였다.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분명하게 말하고, 싫어하는 것은 싫다고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아는지에 대해서. 모리 마리의 우아하고 고고하면서도 천진난만하지만 견고한 세계를 넘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고 나의 취향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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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출판 다산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