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고독사라는 진중한 주제를, 해학적인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기에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이런 참신한 소재로 이야기를 영민하게 풀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별점 하나를 뺐다.
또한 아무리 14년도 작품임을 감안해도 곳곳에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불필요한 묘사가 시대 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또 별점 하나를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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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노인'은 70세도 훌쩍 넘은 독거노인이다. '독거노인' 하면 흔히 연상되는 이미지와 달리, 주인공은 조금 독특하다. 이야기는 노인이 미로같은 달동네길을 걸어가며 시작된다.
독자인 나는, 독거노인을 제재로 한 소설이라는 배경지식을 갖고 있었으니 '주인공은 달동네에 혼자 사는 노인이구나. 가난하고 쓸쓸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노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그럴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듯 내 예상을 깨뜨렸다. 그의 집은 달동네를 벗어난 큰길에 위치한 으리으리한 단독주택에 젊은 시절에는 한 기업체의 사장이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며 겉보기에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안락한 노후를 즐기는 독거노인이었다.
노인의 또래 지인들은 모두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거나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그러나 노인은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에 병든 구석 하나 없다.
아내는 죽었고, 자식인 아들 셋은 오직 노인의 재산에만 관심을 보인다. 그나마 연락을 하는 이는 이웃인 미혼모 '진'과 노인의 집을 오가며 가정부 일을 하는 '덕' 뿐이다.
이야기는 노인이 죽기 몇 달 전 만났던 사람들과, 그에 얽힌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의 투박한 말투 때문에 전반적으로 냉소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후한 인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 무리에게 시가를 나눠주고, 동네 일군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거나, 동네에서 행패를 부리던 신문 보급소 사장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등. 그러던 와중 새로운 인물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유부남과의 아이를 낳은 이웃 미혼모 '진'과 노인 간의 감정선이 주축이 되면서 소설의 흡입력이 증폭된다. 아내와의 사별과 또래 친구들의 부재로 인해서일까. 감정의 교류에 은근히 목이 말라있던 그는 진과의 사랑을 꽤나 진중하고 낭만적으로 여긴다. 진과 그녀의 자녀, 그리고 노인 자신. 이 셋이서 모나코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노인은 이내 생각을 바꾼다. 가정부 '덕'의 가족들을 모나코로 보내주기로 한 것이다. 치매를 앓던 노모를 돌보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가정부 일을 하던 덕은 어머니를 여읜다. 이를 듣고 노인은 덕, 덕의 딸 그리고 손녀 이 셋에게 모나코 여행을 선물한다. 그리고 돌봐줄 사람이 없게 된 노인은, 세상을 떠난 자신의 친구가 생전 부탁했던 고양이 2마리와 함께 눈을 감는다. 결국 그의 시신과 장례는 두 달이 지나서야 완전히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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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인 복지는 소위 선진국으로 일컫어지는 유럽권 국가들과 자주 비교되곤 한다. 이렇게 복지가 부실한 국가에서 유복한 노년과 안온한 죽음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노인은 가정부, 자식들, 심지어 노후 자금도 충분했지만 고독사를 피할 수 없었다. 또한 작품 내에서도, 그의 죽음을 극적인 묘사 대신 짧고 건조하게 전달한다. 그렇기에 더욱 씁쓸하고 안타까운 결말이다. '고독사'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환부와 한 인생의 단면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세심하고 포용적인 문학작품을 바라는 것은 독자로서의 내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서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인지력이 떨어지는 묘사 (노인이 고용한 인부들이 집 앞 눈길을 치울 때,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비탈길을 오를 때면 인부들이 치운 눈을 다시 쌓아버리곤 한다. 이를 보며, 노인은 인부들에게 인간적인 '동질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것이 노인의 입체적인 성격을 서술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했을까)들을 읽으며, 작품의 몰입이 깨지는 것을 느꼈다. 또한 '고독사'에 국한하지 않고 좀 더 포괄적인 주제를 보여줄 수도 있었겠다는 기대감과 실망감이 동시에 남는다. 노인의 죽음과 주변 인물들의 변화를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에 따라 주제를 '삶과 죽음의 의미'와 같은, 보다 본질적인 의미로 확장시킬 수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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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매체에서 흔히 묘사되는 독거노인의 이미지 -빈곤, 자녀들의 방임, 열악한 환경 등-에 너무나 익숙해진 탓일까. 부유하고 건강하며, 겉보기에는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냉소적인 노인이라는 주인공이 참신했다. 이런 신선한 소재가 마음에 들었다.
악착같이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허위허식 없이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고 진솔하게 전달하는 개성넘치는 '노인'. 그를 통해 작가는 '독거노인=불쌍하고 빈곤한 사람'이라는 나의 얄팍한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그러면서도 노인의 근본적인 외로움과 삶의 허무함, 비극적인 고독사를 덤덤하게 풀어낸다. 그러나 이 가치있는 소재를 충분히 풀어내지 못한 결말 탓에 작품에 더 미련이 남는다. 언젠가는 더 따뜻한 마음의 울림을 전해줄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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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2014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출판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