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진에 처음으로 매력을 느끼게 해준 사람은 바로 프랑스의 보도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로 유명한 그는 사진을 예술을 반열로 올린 초기 사진 작가이다.
"나는 사진이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준비된 자만이 결정적 순간에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움켜쥘 수 있다. 우리는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결정적 순간을 영원히 붙잡을 수 있다. 그의 사진 작품들은 우연히 찍힌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치열한 준비 과정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는 일체의 인위성에 반대하며 연출이나 플래시 사진을 자르는 행위 등을 배제하는 대신, 대상이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에 셔터를 눌렀다.
“셔터를 누른 그 순간 본능적으로 정확한 기하학적 구도를 고정시켰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항시 구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순간 그것은 직관적일 수 밖에 없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는 언제나 인간이었다. 인간, 그리고 가장 짧고 덧없고, 위협받는 우리 인간의 삶. 그가 붙잡은 사진 속 순간들을 살펴보면 찰나의 시간, 정지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나는 구도나 색감이 아름다운 사진도 좋지만,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사진들이 좋다. 보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사진이. 그래서 브레송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초상 사진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데도 그 찰나의 순간에 그들의 삶과 가치관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를 찍은 <내면을 담은 초상>을 보면, 그가 우아하고 세련돼 보인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의 조각품인 'Walking man'과 흡사해 보이는 자코메티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작가와 작품이 하나가 되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사진 작가가 된다는 건 남들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서조차 반짝이는 원석을 발견할 줄 안다는 것이다. 마치 소매치기나 포사수처럼 슬쩍, 남몰래, 재빨리, 현실이 제 속살을 드러내는 순간 셔터를 눌러야 한다. 매순간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며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졌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먼지 하나 없는 안경을 낀 것처럼 남들보다 더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그의 눈을 닮고 싶어서 그의 사진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