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내용>
1. "생일은 나에게 월화수목금토일 같은 거예요."
저는 생일에 대한 특별한 느낌도, 설렘도 없어요. 제 생일이 진짜 생일인지 확실하지도 않고, 대부분 보육원에 들어온 날을 생일로 하기 때문에 생일이 더 특별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생일이 특별하고 행복하다는데 저는 생일 때마다 안 좋은 일들이 생겼고, 더욱 생일이 특별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기억에 남는 생일은 있어요. 초등학교 2학년 생일 파티였는데 지금도 사진으로 남아 있어요. 그때 보육원 선생님이 저를 유난히 예뻐해주셨어요. 그래서 그 생일이 기억에 남아요. 사실 생일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없었는대, 작년 생일날 센터 엄마, 아부지가 생일상을 차려 주셨어요. 그런데 저한텐 생일은 특별한 날이 아니니까 친구들이랑 신나게 노느라 집에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날 첫째를 임신한 엄마가 저를 위해 아침부터 장을 봐서 소고기에 잡채에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생일은 축하받는 날이구나.' 그리고 그날부터 생일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제는 보육원에 들어온 날도 축하받아야 하는 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육원에 간 날은 제가 버려진 게 아니라 지켜진 날이니까 이제 제 생일을 축하받고 행복한 날로 생각할래요.
-보육원에 들어온 날을 생일로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보육원에서는 각자의 생일을 축하해주지 않고 그 달에 생일인 사람을 모아서 한 번에 생일 축하해준다고 다른 이야기에서 봤는데, 생일과 관련해서 '아이 한 사람'만의 생일을 축하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 보육원에선 조용한 아이, 학교에선 문제아였어요.
저는 보육원에서는 평범하게 생활했지만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하는 걸로 관심을 받고 싶어했어요. 보육원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바뀌는 역할 수행이 있었어요. 역할 수행은 쉽게 말하면 빨래 전담, 설거지 전담, 화장실 청소 전담 같은 업무가 주어지는 거죠. 그런 역할 수행에서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을 때 수녀님께 혼나기도 하고 가끔 보육원이 답답해서 탈출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보육원에서는 동생들을 케어하면서 조용조용하게 지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는 달랐어요. 선생님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선생님들에게 관심받기 위해 친구를 왕따 시켰던 적도 있어요.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실 때도 교실 뒤에서 이불을 깔고 자고, 시험을 치를 때 OMR카드에 컴퓨터용 싸인펭니 아닌 볼펜으로 마킹을 하고 선생님들의 험담을 적기도 했어요. 보육원에서는 관심을 받을 수 없었지만 학교에서는 이렇게 문제를 저지르면 선생님들이 따로 불러내어 상담도 해주시고, 왜 그랬는지 물어봐주시고, 저한테 관심을 가져주시니 그게 좋았어요. 잘못된 관심을 사랑이라고 착각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선생님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한 그 행동들은 선생님들을 화나게 하고 곤란하게만 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 만나게 될 아이가 이러한 문제행동을 했을 때 아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사연을 가졌다는 걸 알면 감정적으로 지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면의 필요를 알고 그것을 채워주는 교사가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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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지켜진 아이들. 2 출판 메이킹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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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행동을 그저 어른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보단 아이의 입장에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내면의 필요를 채워주는 교사가 되겠다는 말이 인상 깊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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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에 간 날은 버려진 날이 아니라 내가 지켜진 날이라는 말이 너무 찡해요. 생일은 당연히 축하받고 기쁜 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너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생일에 있어서만큼은 특별한 날,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