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겉으로 봤을땐 문제아에 반항아라고 낙인찍기에 충분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관통하고 있는 청소년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보다는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부조리와 위선,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불합리성에 대한 반항이라고 보여 진다.
작가는 자전적 소설답게 주인공 홀든 콜필드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이 소설은 역사상 가장 풍요로웠던 1950년대 미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이 네 번째 학교에서도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2박3일간 겪었던 여정을 일인칭 시점으로 들려준다.
“인생은 시합이지. 맞아, 인생이란 규칙에 따라야 하는 운동 경기와 같단다.” 시합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시합은 무슨, 만약 잘난 놈들 측에 끼어 있게 된다면 그때는 시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측에 끼게 된다면, 잘난 놈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편에 서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시합이 되겠는가? 아니. 그런 시합은 있을 수 없다.(p.19)
주인공은 퇴학을 앞두고 교장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어찌보면 잘난 놈들 측에 끼어 있는 주인공이지만 잘난 놈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편에 서서 시작부터 불공평한 시합에 대해 ‘그런 시합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하며 분노한다.
학교를 나와 뉴욕의 거리를 헤매면서도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음을 알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여동생 피비를 찾는다.
고문 변호사인 아버지와 작가활동을 관두고 헐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D.B 형에 대해서는 속물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지만 자신의 여동생인 피비와 세상엔 없지만 순수한 어린 시절을 간직하고 있는 남동생 엘리에게는 무한 애정을 드러낸다.
자신이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순수한 어린아이를 지켜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자 했던 주인공은 여동생과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자신을 지켜주는 파수꾼을 찾음으로써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책을 홀든 콜필드의 성장소설이라고 얘기하지만 거침없는 표현과 비속어로 한때는 금서로 지정됐을 만큼 논란이 됐었던 책이다. 책 말미에서도 홀든이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 왔을 뿐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진 않지만 홀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가 방황에서 벗어나 충분히 건설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만한 인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또 다른 홀든 콜필드를 응원해본다.
-
호밀밭의 파수꾼(세계문학전집 47) 출판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