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과외 선생님인 경진이 과외 학생인 해미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으며 시작된다. 해미와 과외한 그 날 해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보였지만, 피곤했던 탓에 경진은 물어보지 않고 넘어간다. 그 후로 해미는 집에 들어오지 않고, 그날 이후 갑자기 사람들이 경진에게 말을 걸며 자신들의 속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잘 들어주는 것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나 또한 여유가 없을 때는 가족이든 친구든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기 힘들어 경진처럼 따로 묻지 않고 넘어간 날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것은 미안함이 동반된다. 그런데 그런 후에 해미처럼 그 사람이 집을 나갔다면 '내가 그 때 물어봐주고 얘기를 들어줬어야 했는데' 하는 죄책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경진은 오랜만에 여유를 즐길 휴가 때에 이런 일이 생겼고, 그 후에 처음 만난 사람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말을 걸기 시작한다. 나였다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겼나 원망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경진은 그러지 않는다.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다 하고 털어낼 때까지 말을 차분하게 잘 들어주고, 또 이런 상황이라면 그동안 갈등이 있었던 엄마와 얘기를 잘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 까 생각하며 엄마를 찾아간다.
'지금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뭔가에 홀린 듯 내밀한 사연을 전하는 사람들처럼 지금이라면 엄마도 내게 그때 있었던 일의 진상을 털어놓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소설은 해미와 다시 만난 경진이 해미에게 다 들어줄테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보라고 하면서 마무리 된다. 경진의 휴가 기간인 약 4일 간의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담고 있는데, 그동안 경진이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로 꽉 채워져 있어서 술술 재미있게 잘 읽었다. 그리고 굳이 별다른 위로를 하지 않아도,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은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할 때 어떤 말을 해줘야할까 미리 부담을 갖고 피하기 보다 이제는 편하게 잘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잘 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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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오늘의 젊은 작가 27)(양장본 HardCover) 출판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