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 무엇일까.
소설 속 구와 담은 마치 비익조같다. 한 명이 사라지면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
소설 속 구절 '우리는 사귄다는 단어를 채우고도 그 단어가 보이지 않을 만큼 넘쳐 흐르는 존재였다.' 를 보면 그들의 깊은 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서로에게 서로는 불행일까, 행복일까. 그 해답은 오로지 구와 담만이 알고 있다.
담은 죽은 구를 머리카락부터 발 끝까지 먹어치운다. 책의 소재가 이렇다보니 많은 독자의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다. 나 역시 예전에 이 소설을 접했을 땐 거북한 기분이 들었는데, 북토크를 위해 책을 다시 읽다보니 담의 기분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구를 잃은 담은 자신의 세계가 어그러지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어떻게든 구를 증명해내야 하는데, 구는 이미 죽었다. 구를 먹으면, 식도에서 천천히 소화되고 그것이 담의 살점과 머리카락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 아닌가. 담이 선택한 구의 증명법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오롯이 하나가 됨으로서 그는 구의 존재를 증명한다. 담은 해갈되지 못한 감정을 구를 먹는 행위로 채우려 한다. 담은 사랑의 방식으로 식인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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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출판 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