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예상치 못한 비행기 사고로 인해 섬에 표류하게 되어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소년들의 이야기이다.
티 없이 맑으며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어린 소년들을 앞세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날 것의 상황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며 인간 본성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들을 지켜주거나 안내해 줄 '어른'없이 섬에 내던져진 소년들은 하나의 무리를 꾸린 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대책회의를 시작한다.
처음엔 합심하여 그들 앞에 주어진 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해나갈 것처럼 보이지만, 섬 생활이 기한없이 길어지자 무리는 점점 나뉘기 시작한다.
본래 사회에서 살았던 방식을 유지하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한 무리.
이들은 질서와 규칙을 중요시하며 함께 논의하고 해결해나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언제 구조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럴바엔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이 섬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생존하지 못한다면 이전의 질서나 규칙이 무슨 소용인가?
서서히 균열이 일어나고 소년들은 점차 내외부적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야만과 문명, 힘과 지성이라는 두 축의 갈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야생의 상황에서 우리가 그동안 힘겹게 쌓아오고 믿어왔던 것들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약한 것인지 보여준다.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면 우린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누가 명백히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틀은 단순하지만 그 틀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소설적 장치들을 파헤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논의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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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세계문학전집 19) 출판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