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문예세계문학선 14) 작가 나쓰메 소세키 출판 문예출판사 책토끼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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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일본 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이다. 191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감각에 감탄하며 읽었다. ‘자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소세키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와 위트로 감정의 균형을 맞춘다. 또한 형식이 책의 분위기 조성에 큰 기여를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있는데 1부는 ‘나’가 미스터리한 인물인 선생님에게 매혹되어 그를 관찰하는 내용이다. 작가의 재치가 두드러지는 파트이나 은은한 긴장감이 깔린다. 2부에서는 ‘나’의 아버지의 병이 점점 악화되며 죽음이라는 주제를 암시한다. 소설의 하이라이트인 3부 ‘선생님의 유서’에서는 모든 복선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실상이 밝혀지는데 이 과정이 추리소설을 방불케할 정도로 긴장감이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는 남학생인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해변마을을 찾고 그곳에서 피서객인 한 연상의 남자를 만난다. ‘나’는 왠지 모르게 남자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끌려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니게 된다. ‘나’는 도쿄로 돌아가서도 선생님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 드나든다. 가까워질수록 선생님은 이상한 점 투성이다. 메이지 시대에 대학까지 나온 지식인임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펼치지 않은 채 ‘인간이 싫다’며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다. 한달에 한번씩 정체모를 묘에 혼자 참배를 하러 가기도 한다. ‘나’는 선생님의 과거를 궁금해 하지만 선생님은 절대 자기 이야기를 하는 법이 없다. 그러다 ‘나’는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어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아버지를 간호하며 시간을 보내던 ‘나’는 돌연 선생님으로부터 긴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는 “이 편지가 자네에게 도착할 즈음에는 나는 이미 세상에 없을 걸세. 죽어 있겠지.”라는 내용이 담긴 유서였다. 선생님은 자살한 것이다. 편지를 통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선생님의 과거가 밝혀진다.

    책을 읽고 나서 삶을 스스로 끝내기로 선택한 결단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어떤 자살은 당사자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자 용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평생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이러한 선생님에게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길은 죽음뿐이었다. 내 삶이 현재 모습에서 바뀔 가능성이 미미하고 계속 해서 생을 부지하는 것이 마무리하는 것보다 가치가 없다고 판단될 때, 그 누가 그 사람에게 계속 살아있으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람의 삶이 죽음보다 더 가치있을 수 있도록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일 뿐이다.
    따라서 자살을 받아들일 때 그 사람의 부재를 슬퍼하고,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고인의 삶에 애도를 표하되 마지막 선택만은 존중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한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잔잔하게 처연한 결말이었다. 슬픔이 담담하고 절제되게 표현될 때 나는 더 큰 진폭을 느낀다. 이 책은 개인의 내밀한 상처를 한 폭의 수묵화처럼 정갈히 그려낸다. 아픔을 이토록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다니. 문학의 힘이자 문학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고,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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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만 읽었을 뿐인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네요. 아픔을 아름답게 승화했다는 표현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일본 문학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마음\'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자살에 대해..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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