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후(세계문학전집 87) 작가 나쓰메 소세키 출판 민음사 책토끼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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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읽고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글을 좋아하게 되어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은 작품이다. 그러나 전작을 너무 임팩트있게 읽어서일까.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마음'에서 볼 수 있었던 위트와 유머러스함이 사라지고 등장인물들의 잔잔한 내면 묘사가 빈자리를 채운다. 별다른 서사없이 차분히 흘러가는 서술은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 소설 특유의 은은한 분위기와 서정성 때문에 마치 떫지만 향이 좋은 차를 한 잔 마시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다이스케는 지식인 계층으로, 돈을 벌지 않고 부모님의 유산으로 책과 그림을 즐기며 부르주아적 삶을 영위한다. 주인공의 세련된 취향과 노동 없는 삶에서 오는 공허함이 맞물려 절제된 문장으로 드러난다. 소세키 소설의 서정성의 최고봉이 드러난 소설이라고 한다.
    다이스케는 독신으로 살아가지만 친구의 아내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인륜을 아는 사람이기에 친구의 아내 미치요에 대한 감정을 애틋하고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이 책은 인간은 결국 관습과 자연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간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다이스케는 커져버린 마음을 들킨 후 ‘법적으로 배우자를 소유하더라도 그 마음까지는 소유할 수 없다’는 다소 뻔뻔한 주장을 한다. 처음에는 불륜을 미화하는 것 같아서 썩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이내 감정을 제도화할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정을 이루고, 그에 대한 도의적,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 결혼한다. 그러나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때때로 우리의 의지를 거스르는 일이다. 사랑은 어떤 소설에 나오는 표현처럼 '성냥개비에 불이 붙는 것 같은'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본능이나 감정 등 자연의 습성들을 이성과 관습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겠지만, 항상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감정은 그 자체로는 잘못되었다고 하기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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