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굉장히 매력적인 작가를 찾은 느낌이다. 박상영 작가의 글에는 내가 좋아하는 ‘피식거림’이 있다. 글을 읽다 보면 한 페이지에 한 두번 꼴로 빵 터져버리고 만다. 이러한 재기발랄한 유머와 흡입력있는 문체로 한 자리에서 금방 다 읽어버린 책이다. 부커상 인터내셔널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해외에도 많이 번역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외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쿨함’이 글 전반에서 묻어나온다.
이 책은 성소수자 남성이 등장하는 연작 소설이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시시때때로 농담을 하고, 술을 마시고 나면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아무 남자와 키스하는 술버릇을 가진, 한심한 듯 미워할 수 없는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 그간 퀴어를 다룬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성소수자에 대한 이미지와는 굉장히 다르다. 처음에는 이렇게 가볍게 묘사해도 되나..? 하다가도 내가 ‘성소수자’하면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또 다시 나의 편견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개성을 가진 인간인데 말이다. 실제로 작품을 읽고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소설 속 주인공을 실제로 내 옆에서 볼 법한 전인격적 인물로 전달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 역시 딱히 남자와 남자의 사랑, 성소수자의 사랑이라는 렌즈 안에서 읽히지 않았다. 그냥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너무나 사랑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감정들이 생겨나는지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로 읽혔다. 그 사람의 말투, 사소한 행동, 얼굴 생김새 하나하나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귀엽게 보인다거나, 그 사람을 속속들이 통째로 알고 싶어진다거나, 그동안 몰랐던 그 사람의 세계 속에 진입하고 싶어지는 것 등 말이다.
제목 그대로 대도시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헤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안고 무한한 애틋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의 구절 하나하나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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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출판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