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하다.’ 책 데미안을 처음 읽고 나서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의문점. 과연 데미안은 누구인가? 주인공 싱클레어의 어린 시절 나타나 주인공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사라져 버리는 존재. 과연 사람이 맞긴 하는지 의문도 들었다.
기숙 학교에 진학한 싱클레어가 방황하며 괴로워하는 중에도 데미안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이 방황을 끝내고 그린 그림은 어느새 데미안을 닮아 있다. 그 그림을 데미안에게 보내자 돌아온 답장이 바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라는 유명한 구절이다. 싱클레어의 삶을 봤을 때 새가 싱클레어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릴 적 단란한 가족의 품 속 작은 세계에서 살다가, 학창 시절 방황을 통해 몸부림치고, 과연 아브락사스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이 마치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싸우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학에 진학한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재회하고, 카인의 표지, 꿈,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와의 전쟁에 징집되어 전쟁터로 가게 된다. 포탄을 맞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싱클레어는 “그러나 나는 때때로 열쇠를 찾아 나 자신의 내부,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상이 졸고 있는 그곳으로 완전히 내려가기만 하면,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이젠 완전히 데미안과 같은, 내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나 자신의 모습을 거기에서 볼 수 있었다.”라고 생각하며 책이 끝마치게 된다. 이 문장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데미안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그는 싱클레어가 바라던 이상적인 자아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데미안과 같은 나 자신의 모습을 거기에서 볼 수 있었다’라는 문장을 봤을 때 결국 싱클레어가 이상적인, 성장한 자신의 모습에 도달한 것 같다. 이게 바로 알을 깨고 나온 새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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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출판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