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국가의 기반과 안보의 기초가 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헌법이다.
법을 통해서 국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고, 보호 받으며, 국가에 지니는 의무 또한 있어 공동체로써 생활이 가능하다. 이 책의 저자이신 김영란 대법관께서는, 우리 사회에서 긴 시간 동안 논쟁 거리가 되었던 10가지의 사건을 기입하며 헌법을 기초로 한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첫 장의 존엄하게 죽을 권리와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나에게는 가장 크게 와 닿았다. 근대 의학 기술을 발달로, 우리의 삶과 죽음의 경계가 실로 모호해지고 있다. 생명 윤리와 관련된 의료 사고와 같은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죽음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이제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책의 말을 인용하자면,심장 박동 중단과 호흡 기능 정지를 기준으로 삼던 기존의 사망 판정이 모호해지고 코마(의식, 운동, 감각 등이 정지된 상태)와 사망 사이의 중립 지대가 열린 것이다. 뇌사 상태가 의료 장치의 도움을 통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정말로 다행인 일이지만, 이러한 현대 사회의 현상은 '김 할머니 사건' 과 같은 문제를 낳게 되었다. 김 할머니는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검사를 받던 중 과다 출혈로 인해 심 정지가 오게 되었다 그대부터 김 할머니는 수액 투여, 항생제 투여, 인공호흡기 부착 등의 치료를 받아 왔다. 그런데 김 할머니는 15년 전 교통사고로 팔에 흉터가 남는 상처를 입은 후로부터 남에게 보이기 싫어 여름에도 긴팔을 입을 정도로 항상 정갈한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깨끗이 생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등, 신체적 건강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 타인의 도움에 의해 삶을 연명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이러한 뜻을 근거로 김 할머니의 연명 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 했다. 환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 결정권에 기초해 치료의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 측은 김 할머니가 앞으로 4개월 이상 살아있을 가능 성이 있는 환자이고, 치료의 중단은 곧 환자와 사망을 뜻하므로 환자에 대한 생명 보호의 의무가 우선인 병원으로서는 치료 중단이 불가하고, 환자는 현재 의식 불명의 상태이므로 환자의 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할 수 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에서는 헌법 상 자기 결정권에 기초한 치료 중단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 의식 불명의 식물 상태로 인공 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에게는 회복 가능성이 없으므로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고, 환자가 평소에 밝혀온 가치관, 성격 등 에 따라 환자의 치료 중단 의사를 추정 할 수 있으므로 환자의 자기 결정권 행사가 제한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김 할머니 사전은 우리나라 최초로 환자와 그 가족에게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한 사건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약간 모순적인 부분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고, 두 번째는 김 할머니의 사례가 적용된다면 전국의 자살 사망자를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간에 도움을 준 사람들은 처벌 받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다.
국가의 의무인 사회 구성원들의 생명 보호는 헌법으로 보장 받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김 할머니 사건은 위헌 판결인가? 나는 이 궁금증의 해결을 책 뒤 쪽에서 찾을 수 있었다. 먼저 말하자면, 김 할머니 사건은 위헌이 아니다. 개인은 누구나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신의 신체를 침해하는 치료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할 자유 또한 헌법으로 보장 되어 있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보다 개인의 의사 결정 권리와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 한 것 뿐이었다.
또한 내 두 번째 궁금증의 해답은 법원이 일반적인 안락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김영란 대법원장의 말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법원의 판단은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죽음의 단계에 다다른 환자에 대해 좁은 의미의 존엄사를 인정한 것 일 뿐, 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죽음을 앞당기는 일반적인 안락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생명에 대한 시작과 끝은 생물학적인 문제 뿐만이 아닌 종교적, 윤리적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법률과 판결의 근거는 과학적 지식과 윤리적 인식에서 나온다는 것에 대해 적잖이 놀랐다. 특히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논리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존경심까지도 들었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한 판결과 대법원에서 내린 판결을 비교하고 어떤 부분에서 나와 대법관들의 생각이 다른지 확인하면서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었고, 헌법의 중요성과 법률의 체계적 성질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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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출판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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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법원의 판결을 볼 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중합니다. 뉴스 보도를 보아도 그렇지요. 만약 안락사가 금지된다면 뉴스에서는 결과에 중점을 두어 보도를 진행합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법률에 관심을 덜 가지게 되고는 합니다. 법원의 판결은 종교,윤리적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을 존중하여 결정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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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권리를 인정하는 죽음\'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고는 하는데 항상 법과 마주치면 모순이 생겨버려서 답을 내리기가 참 어렵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권리를 인정하는 죽음이 끝까지 목숨을 붙드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목숨을 놓아버리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장기기증 서약을 한 상태인데 이게 나중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잘 모르겠습니다. 철학은 여러 잣대가 생기기 쉬운 학문인데 그래서 판결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리뷰 읽으면서 오랜만에 윤리를 평가하는 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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