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운 작가 김애란 출판 문학과지성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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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장을 열며 비행기의 궤적을 그리는 구름이 떠올랐다. 책을 읽다 봄, 제목이 非행운인가 싶다. 그러나 책을 덮으며 ‘비행을 동경하지만 땅에 납작 붙어서 그러한 궤적을 눈으로 좇기만 하는 누군가를 위한 헌제’라 정의내렸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
    짜증나게도 미영은 나와 닮았다. 알 수 없는 우울에 싸여있고, 이따금 그러한 우울 때문에 스스로가 특별해 보이기까지 한다. 심지어 좋아했던 사람의 배경마저도 닮았다. 미영은 문득 스스로가 살아있어, 사는 동안 누군가가 자신 때문에 많이 아팠을거라고 생각하며 당혹감에 눈물을 흘린다.
    미영과 많이 닮은 나의 여름은 어땠나. 함께 쓰는 우산은 항상 기울어져 있다. 그 기울기는 날카로운 예각이 되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혔을까, 아니면 부드러운 둔각이 되어 쉴 수 있는 언덕이 되어줬을까.

    <하루의 축>
    기옥의 축은 어디를 향해있나. 명품이 명품인지 몰라서 짝퉁을 들어도 창피하지 않은 사람. 추석이라고 새 밥을 안쳐놓고도 그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 아들을 위해 평생을 바쳤지만 결국 사식마저 준비해야 하는 사람. 기옥의 축은 한 번이라도 당신을 향한 적이 있을까.
    어떤 것들은 소중하게 여길수록 금세 한 움큼의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만다. 언젠가 분명하게 내 인생의 중심이었던 축은 무너진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며, 또 다른 축을 세워야만 한다. 기옥을 만나면 안녕을 건네고 싶다. 공항에서 청소를 하며 알 수 없는 나라의 말들로 수없이 들었을 그 인사들을.

    <서른>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떠올랐다. 수인은 자라서 ‘나’조차 되지 못한 것 같다. 결국 자신에게 순수한 온기를 나눠주었던 학생을 저버린 것을 보면. 파도는 내내 부서지면서도 아름답다. 하얀 물거품으로 갈라지는 거대한 파랑은 수인을 향한 학생의 순수하고 맑게 어린 애정 같아서, 수인이 경멸스럽기까지 했다. 실패로 점철된 그녀의 이십 대는 나로 하여금 철없는 고해성사를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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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이 문장은 어떤 노래 가사에도 포함되어 있어 알고 있던 문장이었는데 이 책에도 등장하네요.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 앗 문문의 이죠?! 저도 그 가사가 훨씬 익숙한데 그 가수가 이 책을 표절한거라고 하더라구요...떼잉... 사실 저도 표절 이슈 때문에 읽게 된 책이예요...ㅎ
    • 어떤 가수의 노래의 노랫말 중 말씀해주신 문장(‘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이 있다고 들어서 알게 된 책인데 여기서 보니 또 반갑습니다. ‘바깥은 여름’으로 만나 뵈었던 김애란 작가님인데 당시에 간단히 적어놓은 서평을 보니 ‘평소 좋아하던 시를 이야기로 풀어 쓴 느낌. 보물을 찾은 것 같다.’고 해 놓았네요. 작가의 문체가 맞아야 글이 술술 읽히고 더 마음에 와닿는 경우가 많은데, 남겨주신 ‘비행운’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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