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성어 서점 작가 김초엽 출판 마음산책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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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짜여진 소설의 느낌보다는 습작의 느낌이 강했다.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굉장히 짧은 단편이지만 정말 잘 짜여졌다고 느껴졌는데, 이런 식의 완성도 높은 단편소설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냥 습작 정도다. 또 흔치 않게 유채색의 삽화가 있었는데, SF소설이라 오히려 삽화가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해놓는 느낌이라 그닥 달갑지 않았다.
    균사체와 인간의 네트워크를 다룬 단편에서는 <한니발>이 떠올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쇄살인 드라마인데, 거기서 균사체의 독특한 생존방식을 사용해 인간을 버섯의 퇴비로 사용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래서 기괴한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피해가는 게 좋을 듯 하다.

    <행성어 서점>
    단편소설집의 제목을 차지한 이유를 알겠다. 나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곳으로의 여행을 좋아한다. 그 장소에서 경험하게 되는 완전한 이방인으로써의 체험을 애정하기 때문이다. 온갖 정보가 내 주위에 있지만 나에게 흡수되지 못하고 그저 배경으로 스쳐지나가기만 하는 낯섦을 좋아한다. 읽히지 않음으로써 내게 가치로워지는 그 정보들이 좋다. 마치 통역 모듈 없이 외계인과 소통하는 인간처럼 말이다. 이 단편을 읽으니 오랜만에 여행기가 읽고 싶어졌다.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
    ‘평생을 살아도 우리는 타인의 현실의 결에 완전히 접속하지 못할 거야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의 결을 갖고 있지. 만약 그렇게, 우리가 가진 현실의 결이 모두 다르다면, 왜 그중 어떤 현실의 결만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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