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한갓 자기 안에 있는 시간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야. 사람은 그것보다 훨씬 큰 존재란다.’
어떤 비는 너무 세차게 내려 숨 쉴 자그만 틈도 없다. 그렇게 내리는 비는 한 모금의 숨 내쉴 공기조차 땅바닥으로 메다꽂는다. 그렇지만 그렇게 세차게 내리는 비는 소나기이다. 잠깐 주위를 둘러보면 끝나고 비에 젖은 흙 냄새만 조용히 우리를 반기는.
우리는 항상 소낙비 같은 시간에 쫓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시간에 쫓긴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아끼고, 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에 쏟는 시간을 아끼고, 혼자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을 아껴 시간을 만든다. 그렇게 모아둔 시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시간을 쏟고, 무엇을 위해 시간을 모으는가. 낮달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다. 무엇을 좇고 있는지 나조차도 몰라 끝없는 시간의 궤도 안에서 맴돌기만 하는 이 세계가 아니라 겁 없는 몽상가들이 언제나 자신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이세계가.
나는 언제나 겁 없는 몽상가가 되길 원하는 지루한 현실주의자다.
도로 청소부 베포_겁 없는 현실주의자
이 노인이 겁내는 것은 없다. 한 번의 비질, 한 번의 숨. 이렇게 작은 일들이 있으면 노인은 자신의 일을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 모모가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 이 노인이 겁 내는 것은 모모를 잃는 것 뿐이다. 시간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 꼿꼿히 고개를 들고 있던 노인은 모모를 회색 군단의 손에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내어서라도 모모가 안전하기를 바란다. 노인의 모습을 가만 보노라면 우리 할머니가 떠오른다. 항상 조용하시고 삶에 지쳐보이는 할머니는 나만 보면 어디서 온 지도 모른 듯한 생명력으로 날 맞아주신다. 내 삶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할 사람들은 이런 겁 없는 현실주의자들일테다.
관광 안내원 기기_지루한 몽상가
기기가 모모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여행객들에게 들려주는 오락거리와는 사뭇 달랐다. 진리를 담고 있었다. 가령 요술거울을 혼자 들여다 본 사람은 언젠가 죽는 존재가 되지만 둘이서 거울을 보면 다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말처럼. 이 때의 기기는 가진 것이 없었지만 매 순간 빛났다. 가난뱅이 기기의 탈을 쓴 기롤라모 왕자처럼.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회색 군단에게 시간을 빼앗긴 후로는 기롤라모 왕자의 탈을 쓴 가난뱅이 기기일 뿐이다. 나는 언제부터 왕자의 탈을 쓴 가난뱅이가 되었을까.
모모_겁 없는 몽상가
모모는 그릇이 큰 아이다. 가진 것이 없어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이 아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온전히 시간을 쏟는다. 그리고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겁 없이 나선다. 그저 책을 덮으면 끝 일수도 있겠지만, 모모가 사람들을 구하러 나선 모험기는 우리네 이야기다. 이미 어디선가 일어났을 일 일수도, 앞으로 일어날 일 일수도 있는 이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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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비룡소 걸작선 13) 출판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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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란 책은 예전 고등학생 때 읽었던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모라는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었습니다. 모모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어딜가나 행복했던 모모입니다. 이런 모모를 보면서 내가 모모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게하면서 행복을 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윤리시간에 배운 내용이 떠오릅니다. 배려는 상호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나의 배려에 상대방이 반응 하는 과정의 연속이지요. 행복을 누군가에게 주고 행복을 다시 받는 과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며 행복을 주는 도덕함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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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겁 없이 나설 수 있는 모모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온전한 관심과 시간을 쏟는 것도 대단하고 멋지네요.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걱정되는 일들이 많아서 겁 없이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럼에도 모모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용기있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